강제징용 해법 거부 피해자 판결금 법원 공탁…배상 마무리 수순

박현주 2023. 7. 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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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3자 변제' 해법을 거부하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의 판결금을 법원에 공탁하기로 했다. 피해자들이 마음이 바뀌면 스스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사실상 배상 절차를 마무리 짓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모습. 뉴스1.


피해자·유족 4명 대상 공탁


외교부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지난 3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 발표 이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과 함께 설득 노력을 기울인 결과 총 15분의 피해자 또는 유가족 중 생존 피해자 1분을 포함한 11분이 판결금을 수령했다"며 "그간 정부와 재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거나 사정상 수령할 수 없는 일부 피해자‧유가족분들에 대해 공탁 절차를 3일부터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탁 대상자인 피해자‧유가족분들은 언제든지 판결금을 수령하실 수 있다"며 "정부는 재단과 함께 공탁 이후에도 피해자‧유가족 한 분 한 분께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금까지 일본제철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 등 생존 피해자 2명과 사망 피해자 유족 2명 등 4명은 정부의 해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또한 해법을 수용한 피해자 2명 중 일부 유가족의 경우 상속인 파악이 안돼 공탁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판결금 수령이 사실상 어려운 사례도 있었다.

외교부가 공탁 절차 개시를 위한 법적 근거로 삼은 민법 제487조는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아니하거나 받을 수 없는 때에는 변제자는 채권자를 위하여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하여 그 채무를 면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탁 대상 피해자와 유가족이 소정의 서류를 갖춰 각자 주소지의 관할 공탁소를 방문하면 언제든지 판결금을 수령할 수 있다"며 "유선과 구두로 이분들께 계속 접촉하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모금 운동 등 영향


정부가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거나 여건상 수령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유족을 대상으로 공탁 절차에 들어간 건 최근 정부 해법을 거부하는 피해자 단체를 중심으로 민간 차원의 시민 모금이 전개되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 89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측은 이날 광주광역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을 비판하며 모금 활동 동참을 촉구했다.
3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역사정의를 위한 시민모금' 광주전남지역 제안단체 관계자들이 기부 동참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단체 제공.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시민모금활동 등 여러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정부 해법을 거부하는) 4분께서 판단을 내리고 의사 결정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과 공탁을 하게 되면 좀 더 마음이 열리실 때 언제든지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또 판결금을 계속 수령하지 않을 경우 지연 이자가 계속 붙는 상황도 고려했다고 한다.

지난 3월부터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유족에 판결금을 지급하고 있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관계자도 이날 "지금까지 재단이 받은 기부금의 주체와 총액은 밝히기 어렵지만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를 확정한 강제징용 피해자 15명의 공탁 내지는 판결금을 지급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법적 다툼' 예고


다만 피해자 측은 정부의 공탁 절차 개시 발표 직후 이를 무효화하기 위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정부의 발표 직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교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습적으로 발표한 공탁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조치"라며 "공탁의 유·무효를 다툴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3일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들의 법률대리인인 김세은,임재성 변호사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정부의 공탁 절차 개시 발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기자회견에 참여한 피해자 측 또 다른 법률 대리인인 김세은 변호사도 "공탁이 유효하지 않으며 현금화 집행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하겠다"며 "법원이 신속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하지 않고 계속 시간을 끈다면 별도의 소송절차를 통해 공탁이 무효라는 것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이 실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과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가정적 상황에 대해 예단할 수는 없지만 시민단체 측의 소송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이번 공탁은 관련 법령에 의해 적법하고 유효하게 이뤄진 것이고 앞으로도 원고분들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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