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 돕는 완화의료·호스피스 확대 필요

2023. 7. 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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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피해갈 수 없다.

생과 사에 대해 원숙한 태도를 가질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는 줄어든다.

사회적 지지 체계가 잘돼 있을수록 죽음으로 가는 길은 편안해진다.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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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의 돌봄 이야기] ⑤ 죽음으로 가는 길도 편안할 수 있다


죽음은 피해갈 수 없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가장 원초적이다. 더구나 죽음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가 않다. 암처럼 극심한 통증을 견디다 죽기도 하고, 중풍처럼 움직이지 못하면서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야 하는 고통도 겪는다. 치매처럼 모든 자아를 잃고 딴사람이 되어버리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강녕하게 천수를 누리다 자는 듯 돌아가시는 어른은 부러움을 산다.

생과 사에 대해 원숙한 태도를 가질수록 죽음에 대한 공포는 줄어든다. 종교도 크게 기여한다. 개인적 성숙도가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사회적 지지 체계가 잘돼 있을수록 죽음으로 가는 길은 편안해진다. 완화의료와 호스피스는 이런 목적의 대표적 프로그램이다.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도록 지원해준다. 익숙한 환경에서 가족, 친지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암, 에이즈, 만성 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 등으로 이를 국한해 다른 질병으로 죽어가는 환자들은 나라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호스피스 제공 기관은 통틀어 181곳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만성질환으로 돌아가시는 분의 10% 정도가 겨우 이용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통증 관리가 부족하다.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소극적인 제도와 관행이 있다. 적어도 통증은 없이 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존엄한 죽음의 첫걸음 아니겠는가? 중풍이나 치매 같은 유형의 질병에는 다양한 방문 서비스와 주·야간 보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한편, 연명의료를 줄이는 과제가 있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는 없으면서 임종 시간만 연장하는 무의미한 의료를 뜻한다. 2018년 이후 본인 또는 가족의 선택으로 연명의료를 포기할 수 있게 됐다. 누구나 건강보험공단 지사 등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렇게 포기 선언을 한 분들이 지금까지 191만명에 달하고 28만명이 실제 이행했다. 그런데 연명의료 중단을 실시할 수 있도록 승인받은 의료기관 수는 1808개에 불과하다.

죽음으로 가는 길은 고통스러운 것으로 누구나 생각한다. 하지만 죽음을 더욱 편안하고 품위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사회적 장치들이 많이 있다. 한국도 이런 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할 때가 됐다. 올해 돌아가실 분의 수는 34만명이고 2040년에는 53만명이 된다.

김용익 (재)돌봄과미래 이사장,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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