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10배 증가... 입소문난 보건소, 이 청년 때문이었다
[남해시대 전병권]
▲ 권동현 한의사가 침을 놓고 있다. |
ⓒ 남해시대 |
의료취약지역인 경남 남해군의 면 단위 지역을 살펴보면 병·의원을 비롯해 약국도 찾아보기 어렵다. 삼동면의 경우, 동천리 소재 새동천약국을 제외하면 병·의원과 약국은 전무한 상황이다. 삼동면 인구 3799명(2023년 5월 기준)이 생활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며, 이는 다른 면 단위 지역도 비슷한 모양이다. 그나마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9개 면 단위 지역에는 보건지소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삼동면보건지소에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삼동면민뿐만 아니라 남해읍을 비롯해 다른 면 단위 지역에서도 이곳을 방문한다. 그 이유는 삼동면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인 권동현(만 27세) 한의사 때문이다. 권동현 한의사는 특유의 친화력과 의술로 지소를 방문하는 환자들의 입을 통해 방문객이 급증하고 있다.
서글서글하고 곱상하다고 불리는 젊은 공중보건의사가 어떤 매력이 있길래 삼동면보건지소에 다른 지역의 군민들까지 방문하게 될까? 지난 6월 15일 삼동면보건지소를 찾아 권동현 한의사를 인터뷰했다.
부산 사나이가 남해로 오기까지
삼동면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인 권동현 한의사는 진료와 치료를 필요로 하는 군민들, 특히 어르신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얻고 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온화한 미소로 환자들을 맞이하는 권 한의사. 부산광역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이후 한의학 최고의 명문대학교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던 가운데 병역을 수행하기 위해 그는 2022년 4월 중순 미조면보건지소로 첫 발령을 받아 남해군에 발을 들이게 됐다.
권 한의사는 아름다운 휴양지인 남해군을 관광 삼아 몇 차례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근무처가 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그래도 평생을 도시에서 생활해왔기에 부산과 인접하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일을 하고 싶었고, 군 복무의 일환으로 수행하게 될 공중보건의사로서 복무 지역을 선택할 때 경상남도를 선택했다고. 공중보건의사로서의 기간은 3년, 2025년 4월 복무를 마칠 예정이다.
그는 "남해는 아름다운 자연이 유명해 부모님과 여행을 온 적이 있다. 독일마을과 다랭이마을의 명성이 높고, 멸치와 마늘, 유자가 특산물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면서 근무 전 남해군 인상에 대해 말했다.
미조면보건지소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권 한의사는 의료취약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어 온 것인데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미조면에는 의원 2개와 치과 1개가 있어 사실상 환자들이 보건지소를 찾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권 한의사는 "제가 미조면보건지소에 오기 전에는 1개월에 2~3명 정도가 진료·치료를 받았고, 1년 동안 근무하면서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환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그드리 치료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다른 의미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 지난 15일 삼동면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인 권동현 한의사가 삼동면보건지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
ⓒ 남해시대 |
그렇게 근무지를 옮길 수 있을 때가 다가오자 권 한의사는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삼동면보건지소를 택했다. 그 이유는 삼동면에 병·의원이 없기 때문. 그는 "환자를 많이 만나고 싶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고, 당시 제가 희망할 수 있는 지소는 삼동면밖에 없었다"며 "고정 환자만 있다면, 입소문이 나고 미조에 있을 때보다는 많은 환자가 방문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권 한의사가 삼동면보건지소에서 근무를 시작한 날은 4월 8일, 앞서 1~3월 전임 한의사가 진료·치료를 한 환자(초진·재진 합산)는 63명. 1개월 당 평균 20명이 조금 넘는 군민이 방문한 셈이다.
권 한의사가 자리하고 올해 6월 중순까지 마주한 환자(초진·재진 합산)는 몇 명일까?
4월에는 43명, 5월에는 328명, 6월 15일까지 153명으로 총 524명으로 집계됐다. 겨울이라는 계절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보통 다른 보건지소의 경우 1개월에 100명의 환자를 돌보면 많은 축에 속하는데 이 수치 또한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급격히 환자의 숫자가 늘어난 비결에 대해 그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진심으로 환자들을 만나고 싶었기에 열과 성을 다했다"며 "환자들 대부분이 어르신이다 보니 보다 살갑게 다가가고 말 한마디라도 더 붙이고 관심을 표현하면 마음을 열어주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1회, 2회 방문 횟수가 쌓이면서 환자의 특성과 말씀하신 내용들을 기억하고 다음 방문 때 이야기를 이어가면 대화의 공통분모도 생긴다"며 "그래서 어르신들께서 저를 어여삐 봐주신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오전 8시 30분부터 대기하는 환자들 때문에 오전 9시가 아닌 8시 40분부터 업무를 게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전에 몰리는 환자들의 특성상 오후에 오는 환자들과는 도란도란 깊은 얘기도 나누고, 대화 속에서 알아챈 다른 증상에 대해서도 고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선한 인상 속 친절함이 묻어 있다.
공중보건의사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공중보건의사는 영리를 추구할 수 없는 신분이기에 환자를 1명을 받든 100명을 받든 고정된 수입 말고는 취할 수 없다. 즉, 환자를 적당히 받고 쉬엄쉬엄 근무해도 되는데 많은 환자를 받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권 한의사는 "아버지 고향이 밀양시 부북면 도방동마을이라는 곳인데, 이 마을 출신의 유일한 의사이시다"라며 "어릴 적 제 기억 속의 아버지는 명절이나 여러 일로 고향에 방문했을 때 주민들을 무료로 진료하는 모습이 각인돼 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를 따라 한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
결정적으로 그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교사였던 어머니가 갑상선암에 걸렸고, 평소 막연하게 갖고 있던 의료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다행히 어머니는 완치해 건강하게 생활을 하고 있다.
권 한의사는 "지금도 모르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아버지에게 자문을 구하고는 한다"며 "아버지가 현역으로 뛰고 계시고, 저도 그 길을 뒤따르는 입장에서 공부를 게을리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많은 환자를 대하면서 부담감은 없을까?
권 한의사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선을 다한다. 모르면 공부하고 계속 연구한다. 만약 공부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해 제가 할 수 없는 환자라면, 솔직하게 더 큰 병원에 가는 것을 권한다"며 "괜한 자존심을 내세워 환자에게 해가 돼서는 안 된다. 제가 하는 일이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일이기에 때로는 자존심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많은 환자를 만나고 그들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삼동면보건지소에서 만족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그는 복무를 마치는 날까지 삼동면보건지소에서 근무할 계획이라고.
권 한의사는 "삼동면을 비롯해 면 단위 지역에 보건지소가 존재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군민들이 많은 게 안타깝다"며 "약 처방부터 진료·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공공기관인데 많은 군민들이 삼동면보건지소를 비롯해 다른 보건지소를 많이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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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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