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VNL 전패…여자배구, ‘황금기’ 저물고 ‘암흑기’ 도래하나

김찬홍 2023. 7. 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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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 후 여자배구 인기 급상승
대표팀은 김연경 비롯 주축 선수 떠난 뒤 국제 경쟁력 악화
오는 9월 올림픽 예선전, 아시안게임서는 달라진 모습 보여야
경기 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국제배구연맹(FIVB)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상실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썼던 여자배구는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 종목으로 거듭났다.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은 2611명에 달했고, 케이블 평균 시청률도 1%를 돌파했다.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 시청률은 3.40%로 역대 V리그 1위 기록을 새로 썼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영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2일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폴란드와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0대 3(23-25 18-25 16-25)으로 완패했다.

앞서 1주차(튀르키예)와 2주차(브라질) 경기에서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하고 8연패를 당한 한국은 홈으로 돌아와서도 4경기를 모두 져 올해 VNL을 12연패로 마쳤다. 16개 참가국 중 최하위로 퇴장했다. 39세트를 치르는 동안 한국 대표팀이 승리한 세트는 단 3세트에 불과하다.

지난해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승리는 커녕 승점도 얻지 못한 여자배구 대표팀이다. 2021년 3연패까지 포함하면 VNL 27연패 중이다. 대회 전 23위였던 세계 랭킹도 35위로 낙하했다.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따른다. 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인 김연경, 김수지(이상 흥국생명)와 양효진(현대건설) 등이 올림픽이 끝난 직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감독을 맡고 있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도 한국을 떠나 폴란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강제로 새판 짜기에 나섰다. 라바리니 감독을 보좌하던 세자르 코치가 지휘봉을 잡은 뒤 대표팀은 1승 28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당장의 결과보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과 발전 과정에 포커스를 맞춘 세자르호는 점점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이전까지 김연경 의존도가 높았던 여자배구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부진은 예상돼 있었다. 하지만 두 대회 동안 1승은 물론 승점 1조차 따내지 못한 건 대회 출범(2018년) 이후 전무후무한 일이다.

세자르 감독은 폴란드전이 끝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VNL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이라며 “국제 배구는 더 빨라지고 강해지고 있다. 한국은 베테랑 선수들이 은퇴하면서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해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냉철하게 현실을 짚었다.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국제배구연맹(FIVB)

신체 조건이 비슷한 일본과 태국과 비교해도 한국이 처한 현실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일본 선수단(24.8세)의 평균 연령은 한국(25.4세)보다 적고, 신장도 178㎝로 한국(180.7㎝)보다 작지만 7승 9패를 기록해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이제껏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던 태국마저도 이번 대회에서 2승(14패)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령탑의 지도력과 전술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따른다. 특히 세자르 감독은 국가대표팀과 클럽팀 사령탑(프랑스 낭트)을 동시에 맡고 있다. 이로 인해 세자르 감독은 지난 5월부터 진행된 국내 소집 훈련에 하루도 참석하지 못했다. 한유미 해설위원을 코치로, 김연경을 어드바이저가 나서 훈련을 주도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감독이 국외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다 보니 팀이 제 색깔을 찾지 못한다는 비판도 흘러나온 이유다.

공인구 적응 문제점도 남긴 대표팀이다. V리그에서는 국산 브랜드 스타의 ‘그랜드 챔피언’을 써왔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주로 일본의 미카사 ‘V200W'를 활용한다. V200W는 그랜드 챔피언과 비교해 훨씬 공의 움직임이 많다는 평이 따른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서브 범실이 잇따랐다. 또 상대 서브에 휘둘리며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세터들의 토스도 들쭉날쭉했다. 결국 국내 프로배구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리그 사용구를 교체하기로 했다.

당장 여자배구는 오는 9월 ‘아시아 선수권’을 시작으로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주요 대회를 연거푸 치른다. 이제는 결과를 보여줘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세자르 감독은 “8월 재소집 이후에는 우리 배구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계속 지면 동기를 잃을 법도 한데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끈기 있게 하다보면 8월 재소집 이후에는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박정아도 “VNL에서 지면서도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경기에서 더 활용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 이기는 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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