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 쓰레기에 불 지른 30대…심신미약 주장에도 실형

새벽에 이유 없이 길거리에 놓인 쓰레기 더미에 불을 지른 3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최석진)는 일반물건방화, 자기소유일반물건방화,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35)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2일 오전 3시59분부터 5시24분까지 대전 중구와 서구 일대를 돌아다니며 세 차례에 걸쳐 전봇대 아래와 지하철 환풍구 옆에 놓인 쓰레기봉투 등에 불을 붙여 태운 혐의를 받는다.

불은 금세 꺼졌으나 가로등 기둥과 벽이 그을리고 전기 인입선 일부가 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A씨 범행으로 쓰레기봉투 속 부탄가스가 폭발해 불티가 사방으로 튀는 등 위험 상황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 날 잇따라 발생한 2건의 화재를 방화로 의심해 인근을 순찰하던 둔산소방서 화재조사관들에 의해 세 번째 범행 현장에서 붙잡혔다.

A씨는 앞서 지난해 8월 21일 오전 6시15분쯤 혈중알코올농도 0.245%의 만취 상태로 약 1.8㎞를 운전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우울증 및 알코올 의존증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받은 정신과 약물과 술을 동시에 복용해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해 심신미약 주장을 기각한다”며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범행 당일 대전에 건조경보가 내려져 있었고, 새벽에 일어난 화재여서 조기에 진화되지 않았다면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2017년과 2018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벌금형을 받았고 이후 특수상해죄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지른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