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은 노동자들 "최저임금 1만원 밑으로? 부자만의 정권"
[김성욱, 권우성 기자]
▲ 민주노총 총파업 돌입 첫날인 3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특수고용노동자 실질임금인상! 노조법 2,3조 개정! 윤석열 퇴진! 서비스연맹 특수고용노동자 파업대회’가 열렸다. 오토바이를 탄 배달노동자들이 '윤석열 퇴진' 피켓을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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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 상자에 붙은 윤석열 대통령 그림에 '반품' 스티커가 붙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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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윤 정권 들어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 특고 노동자들을 향한 탄압이 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개인사업자 신분이라 최저임금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고 노동자들은 35도에 이르는 폭염 속에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를 외치며 광화문 일대를 행진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 특고 노동자 수천 명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대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하루 일을 접은 퀵서비스·배달 오토바이 수십 대가 선두에서 종로를 달렸다. 가정방문 점검원, 학습지, 온라인배송, 배달, 택배, 대리운전,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특고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 적용하라", "실질임금 인상하라"고 소리치며 그 뒤를 걸었다. 이들은 "최근 3개월간 실질 소득이 하락한 특고 조합원이 63%"라고 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지난달 특고 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수입을 조사해 계산해보니 경비를 제외하면 급여 평균이 고작 시급 6340원이었다"라며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친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그런데도 윤 정부는 특고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라는 목소리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화물·건설 노동자 등 법적 권리가 온전하지 못한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반노동 노조탄압이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특고·플랫폼 노동자라고 집값을 깎아주나, 밥값을 깎아주나"라며 "왜 특고·플랫폼 노동자라고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나"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려 최저임금 1만원은 가당치 않다고, 1만원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면서 "부자들만을 위한 정권이냐"고 물었다.
▲ 민주노총 총파업 돌입 첫날인 3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특수고용노동자 실질임금인상! 노조법 2,3조 개정! 윤석열 퇴진! 서비스연맹 특수고용노동자 파업대회’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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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받아도 되는 노동 없다" 울부짖은 코웨이 방문점검 노동자들
"방문점검원 시급은 경비를 제외하고 평균 4520원입니다. 특고 직종 중에서도 가장 낮습니다. 2012년도 최저임금이 4580원이었습니다."
- 김순옥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 코디코닥지부장
"배달노동자는 월평균 25.3일 일합니다. 전업 라이더는 하루 10시간이 기본, 일당 맞추려면 13~14시간 노동도 합니다."
–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
정수기 등 가전제품 가정방문점검 노동자들은 "차별 받아도 되는 노동자는 없다"며 울부짖었다. 무대에 오른 김순옥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 코디코닥 지부장이 "낮은 임금에 공짜 노동을 강요당하며 영업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발언하며 울컥하자 중년 여성 노동자들은 "맞습니다"라고 소리 질렀다.
김 지부장은 "방문점검 노동은 고객의 시간에 맞춰야 하는 일이라 고객이 약속시간에 댁에 없거나 하면 차에서 다음 고객과의 약속시간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이 시간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코웨이는 올 1분기 매출 9400억원, 영업이익 1700억원의 최대 실적을 올렸다"면서 "영업에만 혈안이 돼 코디(방문점검원)를 노동자가 아닌 도구로만 본다"고 했다.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 역시 "배달 노동자들도 비수기엔 길 위에서 한 시간 이상씩 대기하지만 보상이 없다"라며 "법에 보장된 주 40시간 근무는커녕 주 69시간 노동이 일상"이라고 했다. 홍 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배달 노동자들은 비대면의 최전선에서 국민 기본생활을 유지하고 먹거리를 연결하는 필수노동자가 됐다"면서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9년째 기본배달료를 동결하고 있고 쿠팡·요기요는 배달료를 삭감했다"고 했다.
▲ 민주노총 총파업 돌입 첫날인 3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특수고용노동자 실질임금인상! 노조법 2,3조 개정! 윤석열 퇴진! 서비스연맹 특수고용노동자 파업대회’가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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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연맹 특수고용노동자 파업대회 참가자들이 '실질임금 인상'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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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노란봉투법' 거부권? 그 순간 무덤 될 것"
특고 노동자들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제정도 촉구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특고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길을 넓히는 법이다.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고 있다.
진경호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2017년 택배노조가 합법필증을 받고 6년이 지났지만 원청과 단 한번도 교섭을 못했다"라며 "교섭을 못하니 노동조합은 파업하고, 점거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진 위원장은 "이번에 노조법을 개정하지 못하면 택배 노동자들은 또다시 5~6년을 거리에서 점거하고 파업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자신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특고 노동자들이 다시 한번 총파업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특고 노동자들의 파업을 시작으로 오는 15일까지 총파업에 들어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문제는 윤석열, 정답은 퇴진이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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