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팔 도입 고민” “월급 주려고 빚 내나” 중기, 최저임금 동결 호소

최선을 2023. 7. 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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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 김문식 최저임금특별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최저임금 합리적 결정 촉구를 위한 중소기업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 낭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출력·복사 업계는 ‘로봇 팔’ 도입이 화제입니다. 출력된 종이를 로봇 팔이 제본기로 옮겨주는 기계인데, 대당 8000만원쯤 합니다. 일본 기업들은 비싸다고 주저한다는데 국내에선 ‘사람 한 명 덜 쓰고 2년치 인건비만 투자하면 야간작업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와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결국 일자리에 영향을 주는 것이죠.”

민선홍 한국디지털출력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3일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최저임금특별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중기회관에서 연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다.

이날 15개 업종별 협동조합 및 협회 대표들은 “열악한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급능력을 고려해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 수준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경기 침체와 공공요금 인상, 고물가로 생산비용 급등해 한계 상황에 몰려 있다면서다. 또 기업 생존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해 달라고 덧붙였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노사가 힘겨루기 중인 가운데 노동계는 올해(시간당 9620원)보다 26.9% 높은 1만2210원,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수준인 9620원을 제시한 상태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각각 2.47%, 1.56% 오른 사이 최저임금은 연평균 7.14% 올랐다. 최저임금의 절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1% 인상도 부담이 크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김문식(왼쪽 일곱번째) 중소기업중앙회 최저임금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4년 최저임금 합리적 결정 촉구를 위한 중소기업계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참석한 중소기업인들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한 애로사항을 쏟아냈다. 은종목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기·가스요금 인상으로 중소제조업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고, 물가상승은 기업 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쳐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 연합회장은 “슈퍼마켓과 편의점, 주유소 등 서비스업의 경우 영업시간을 조정하는 등 서비스를 축소해 소비자 불편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외국인 근로자만 수혜를 입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오선 부산청정표면처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의사소통이 어렵고 숙련되지 못한 외국인에게도 똑같은 최저임금을 줘야 해 기존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재광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임금 인상을 위해 회사가 빚을 낼 수는 없지 않나”며 “이미 중소기업의 절반(49.7%)은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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