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옐런 6~9일 방중…"비난과 보복의 악순환 끝낼까"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방중 일정이 오는 6~9일로 확정됐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옐런 장관도 중국을 방문하게 됐다. 이번 방중으로 미·중 관계 개선의 중대한 돌파구를 찾을지 또 다른 비난과 보복의 악순환에 빠질지 주목된다.
2일(현지시간) 미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옐런 장관의 방중을 확인하면서 그가 양국 관계의 책임감 있는 관리, 관심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소통, 세계적인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재정부도 3일 옐런 장관의 방문 사실을 확인했다.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시작된 무역 긴장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패권 경쟁, 대만 문제 등으로 수년간 다방면으로 갈등이 악화됐다. 올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 영공을 침입한 사건을 계기로 극단으로 치달았던 양국 관계는 지난달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나면서 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미 경제를 책임지는 옐런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경제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옐런 장관이 교역, 투자 등의 분야에서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길 희망하는 한편, 중국 측도 지연되는 경기 회복 등의 난관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외신들은 옐런 장관이 허리펑 중국 부총리 등과 만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중국 경제 부문 최고 책임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회동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시 주석을 예방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의 만남도 유력하다.
옐런 장관은 미·중 갈등과 분열에 따른 세계 경제 둔화론을 의식해 "미·중 관계가 무너지는 것은 세계 경제와 안보에 큰 위험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과의 관계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도 "디커플링(산업망·공급망 등에서의 중국 배제)은 (미국에)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번 방중에서 미국의 첨단기술 산업 공급망 재편 등 현안들을 비롯해 개발도상국의 부채 탕감, 기후변화 협력 등 거시적인 문제들도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반도체·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기술 산업 분야에서 미국이 탈(脫) 중국 등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다는 점 등 양측이 충돌할 마찰점도 존재한다고 전망했다.
또 옐런 장관은 세계 경제와 연결되는 두 경제 대국의 금리와 환율 등 거시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중국 측 인사들과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에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국가안보에 중요한 민감한 기술과 관련된 대중국 투자를 추가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중국이 반간첩법(방첩법) 강화의 일환으로 미국계 컨설팅 회사를 압수수색 한 조치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의도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재무부 관계자는 미국이 이번 옐런 장관의 방중을 통해 중대한 돌파구를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화하고 장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앞서 방중한 블링컨 장관이 미·중 경쟁에 대한 미국의 원칙적인 입장을 통보하고, 양국 간 무력 충돌을 피하는 방안을 주로 논의했다면 경제 분야를 책임지는 옐런 장관의 논의는 좀 더 협력적이고 호혜적인 쪽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이 다시 대화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관건은 세계 경제와 연결되는 두 경제 대국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지 않는 뉴노멀에 안착할지, 아니면 다시 비난과 보복의 악순환에 빠질지에 달렸다"고 전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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