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알제리계 청소년 나엘 사망에 폭력시위 날로 격화
희생자 나엘 군 할머니 "제발 시위 멈춰라"
마크롱, 총리 비롯 부처 장관과 대책 논의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10대 청소년이 경찰 총격으로 숨지며 촉발된 대규모 시위가 6일째 이어지며 날로 과격 양상을 띠고 있다. 경찰의 과잉 대응에 인종차별 논란까지 맞물리며 지난 2005년 이민자 폭동 이후 가장 심각한 폭동 사태가 재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경찰 총격에 희생된 나엘(17)의 장례식이 열린 1일(현지시간) 오후 파리 북서부 낭테르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장례식장인 ‘이븐 바디스’ 모스크(회교 사원)로 향하는 길은 곳곳에 무장경찰들이 배치됐다. 검은색 복면 차림의 한 경찰은 “대규모 폭력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병력이 배치돼 있다”고 전했다.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도 10대 등 젊은이가 주축이 된 시위대는 경찰을 상대로 투석전을 벌였고,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45명이 다쳤고, 차량 577대와 건물 74채가 불탔다. 프랑스 각지에서는 871건의 화재도 발생했다. 특히 마르세유에서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투석 공격을 받아 승객 일부가 다쳤다고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1일 시위대 719명을 체포한데 이어 2일에도 157명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체포된 시위자는 지난달 27일 시위발생 이후 지금까지 3200명이 넘는다. 국제뉴스 전문채널 프랑스24는 이 중 30%가 미성년자로, 평균 연령이 17세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번 시위는 카메룬 출신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로 ‘나엘 M’으로 불리는 청소년이 지난달 27일 파리 외곽에서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목숨을 잃으면서 촉발됐다. 더욱이 경찰이 그다지 위험하지 않은 상황인 데도 경찰이 차량 안의 나엘을 향해 총을 쏜 영상이 공개되며 평소 주택구매, 취업 기회 등에서 차별을 받아왔던 소수인종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대규모 시위는 경찰서와 시청 등 공공건물이나 차량에 대한 습격·방화가 계속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파리 남부 도시 라이레로즈에선 시장 자택에 차량이 돌진해 불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대피하던 시장의 부인과 두 아이 중 한 명이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북부 도시 릴에선 보건소가 불타서 완전히 파괴됐다. 각 지역의 상점 등도 화재·습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마르세이유 시장은 폭동으로 피해를 입은 도시 상인들에게 200만 유로(약 28억 500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다급한 프랑스가 시위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시위 대응을 위해 파리를 비롯해 리옹, 마르세이유 등 3대 도시를 중심으로 4만 5000명의 경찰 병력과 특수부대, 장갑차, 헬리콥터를 투입한 상태다.
특히 시위가 격화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3년 만의 독일 국빈방문 일정을 연기하고 대응방안 논의를 위해 총리를 비롯해 법무장관 등 정부부처 장관들과 각 지역 시장들을 소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이번 사건(시위)으로 이어진 이유를 이해하기 위한 심층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질서를 회복하고 안정을 되찾기 위해 계속해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 220여명의 시장들과도 만나 대응책을 논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초 이날부터 4일까지 독일을 국빈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전날 관련 일정을 취소했다.
이런 가운데 시위가 격화하자 숨진 나엘 군의 할머니인 나디아는 프랑스 BFM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건물과 버스, 학교를 부수지 말아달라. 시위대는 나엘을 핑계삼고 있다. 우리는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란다”며 폭동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시위는 프랑스계 주민이 많은 주변국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스위스 보주(州)의 주도 로잔 도심에서는 1일밤 100명 규모의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은 포르투갈과 소말리아, 보스니아, 스위스, 조지아, 세르비아 국적인 15∼17세 남녀 6명을 현장에서 연행하고 스위스 국적의 24세 남성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로잔은 인구의 80%가량이 프랑스어를 쓰는 도시다.
이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은 지도자로서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며 또다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로이터는 “2018년 노란 조끼 시위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2018년 노란조끼,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지속된 연금개혁 반대 시위에 이어 마크롱 대통령이 직면한 세 번째 폭력 시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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