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베팅하면 지하철 역명 독점?" 이대병원 발칵, 무슨일
지하철 부(副)역명 판매를 두고 또다시 공공성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최고가를 써낸 곳을 낙찰자로 결정하다 보니 지역 기여도나 대표성 등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자격 기준을 까다롭게 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 참여기회를 막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0개역 역명병기 사업
3일 서울교통공사(서교공)에 따르면 서교공은 지난달 서울지하철 30개 역을 대상으로 ‘역명병기’ 사업을 추진했다. ‘종각·SC제일은행역’처럼 기존 지하철역 이름에 기업명을 3년 동안 부역명으로 붙여주는 사업이다. 기간 연장도 가능하다. 30개 역 중 신규는 12개 역, 나머진 계약종료를 앞둔 역이다. 서교공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2016년 역명병기 사업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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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만을 고려한 낙찰방식 의문
이후 의료계에선 대표적인 대중교통이자 공공재인 지하철 역명병기 사업을 수익성만 고려한 최고가 낙찰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맞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호선 논현역은 한 대형 안과에 9억원에 낙찰된 적이 있다. 당시 입찰 최저가는 3억원이 안 됐다.
이대서울병원은 2021년 12월 서울 소재 대학병원 중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중증환자 등을 치료해왔다. 또 이 병원은 하루 유동인구가 1만명 이상이고 발산역과 연결돼 있다. 이대서울병원은 서교공에 이의신청한 상태다. 이 병원 관계자는 “돈을 많이 베팅한 기관이 지하철 역명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역명병기로 인한 지역 이미지 왜곡도 우려된다. 3년 전 한 사교육업체가 노량진역 부역명 공개 입찰에 나섰다가 극심한 주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부역명에 이름을 올릴 기관·기업이 시민 편의를 위한 일종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야 한단 의견도 있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부역명은 현대건설역이다. 현대건설은 고층빌딩이 적은 안국역에서 훤히 보인다. 현대건설은 1985년 안국역 개통 2년 전 종로구 계동에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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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서교공, 역명병기 포기 어려워
하지만 재정난이 심각한 서교공은 현 최고가 방식의 역명병기 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교공이 운영·관리하는 1~8호선 지하철역은 275개다. 107개 역이 부역명을 두고 있다. 65개 역은 공공기관 등에 무상으로, 42개 역은 유상이다. 올해 6월 기준 42개 역 역명병기 사업으로 169억8000만원을 벌었다. 지난해 서교공 적자는 6300억원에 달한다.
서교공 관계자는 “역명병기 심의위원회에서 입찰참가 기관이 적합한지 등을 심사한다”며 “역명병기 광고효과는 크다. 규정 안에서 들어온 경쟁 입찰자가 풍속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응찰을) 선택·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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