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서 볼 수 있는 재밌는 풍경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튀르키예의 수도는 앙카라입니다. 1923년 튀르키예 공화국의 성립과 함께 앙카라를 수도로 설정했죠. 하지만 여전히 튀르키예의 최대 도시는 이스탄불입니다. 여전히 튀르키예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죠.
▲ 이스탄불 시내 |
ⓒ Widerstand |
페르시아계 제국도, 그리스계 제국도 몇 차례나 이 지역을 차지했습니다. 도시는 파괴되고 재건되기를 반복했죠. 그러던 중 기원후 330년, 이스탄불의 역사에 거대한 전기가 다가옵니다.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비잔티움으로의 천도를 결정한 것이죠.
사실 당시 비잔티움은 그리 큰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비잔티움보다 큰 도시는 곳곳에 많았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콘스탄티누스가 비잔티움을 선택한 이유였습니다. 지역 귀족 세력의 영향력이 큰 도시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려 했으니까요. 그와 동시에 아나톨리아, 에게 해, 이집트 지역을 연결할 수 있는 비잔티움의 입지는 완벽했습니다.
이후 비잔티움은 로마 제국의 수도로서 크게 번성합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이름을 따 콘스탄티노플로 불렸죠. 476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에도 동방의 로마 제국은 이어졌습니다. 콘스탄티노플 역시 함께 발전했죠. 세계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 슐레이마니에 모스크에서 보이는 이스탄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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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1년 동로마 제국을 계승한 니케아 제국이 다시 콘스탄티노플을 차지하면서 동로마는 재건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러 이민족의 침입을 받아야 했죠. 그리고 1453년, 동로마가 마지막까지 사수하고 있던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제국에 함락됩니다. 동로마는 그렇게 멸망했습니다.
▲ 동로마의 성당, 하기아 소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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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은 동로마의 문화적 유산을 계승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상인과 지식인, 기술자의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인에게 개방적인 정책을 만들었죠. 코스모폴리탄의 대도시를 만들었습니다.
▲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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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 제국은 한동안 정치구조를 개혁하고 헌법을 제정하는 등 근대화 조치에 열중했습니다. 하지만 1878년 러시아의 침입을 계기로 술탄 압둘하미드 2세는 의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폐기했죠.
이후 청년 튀르크당의 혁명으로 압둘하미드 2세는 폐위되고 헌법은 복원되었습니다. 그러나 청년 튀르크당은 튀르크인을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를 주장했습니다. 다양한 종교와 민족을 포괄하는 제국으로서의 오스만은 이미 뚜렷한 멸망의 길을 걷고 있었던 셈입니다.
오스만 제국은 1914년 1차대전에 참전합니다. 1915년에는 이스탄불에서 아르메니아인 추방 사건이 벌어지면서, 아르메니아인에 대한 집단 학살이 발생했습니다. 코스모폴리탄의 도시였던 이스탄불 역시 서서히 투르크인의 민족주의적 도시로 변해 갔습니다.
▲ 오스만 제국 술탄이 살던 톱카프 궁전에 걸린 터키 국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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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스탄불에는 재미있는 풍경이 남아 있습니다. 비잔틴 양식 건축물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성당 아야 소피아(Hagia Sophia)와 오스만 제국 모스크 건축의 대표작인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Sultan Ahmet Camii)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죠.
▲ 하기아 소피아 옆의 기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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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야 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것도, 모스크로 사용하는 것도 모두 튀르키예 민족이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도 과거 모스크로 사용하던 건물이 기독교 성당이 된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민족, 다종교를 표방하던 오스만 제국과 현재의 튀르키예 공화국은 다른 나라이니까요.
하지만 관용과 다양성마저 필요 없는 것이 되었을까요? 아야 소피아 옆에는 동로마 제국 시절에 사용되었던, 그리스어가 쓰인 기둥이 늘어서 있습니다. 저는 그것조차도, 지워야 할 역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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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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