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EU·중동' 덕에 수출 버텨, 일등공신은 車·기계…하반기는?

정종훈 2023. 7. 3.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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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한 모습. 연합뉴스

올 상반기 먹구름이 낀 수출 전선에서 유럽연합(EU)·중동이 주된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의 수출 호조를 이끈 '일등공신'은 자동차와 일반기계였다. 하반기 전망도 나쁘진 않지만 변수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수출 감소율도 8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무역 전반에서 반등의 신호가 나타났다. 하지만 올 상반기 전체로 눈을 돌리면 한국 무역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상반기 수출액은 3073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했고, 누적 무역적자도 263억1000만 달러에 달한다.

그나마 상반기 수출이 더 떨어지지 않게 버텨준 데엔 EU·중동 시장의 역할이 컸다.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1년 전보다 26% 급감했고, 아세안(-20.4%)과 중남미(-14.6%) 등도 줄줄이 하락했다. 미국으로 향한 수출도 0.3% 증가로 보합세에 가까웠다. 반면 대(對) EU 수출은 1년 전보다 5.7% 늘어난 358억8000만 달러, 대 중동 수출은 14.3% 급증한 97억9000만 달러였다. 특히 대 EU 수출액은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김영옥 기자

두 지역으로의 수출 증가는 자동차와 일반기계가 주도했다. 대 EU 수출을 품목별(1월 1일~6월 25일 기준)로 보면 자동차(56.9%), 일반기계(8.6%) 등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자동차 실적은 부가가치가 높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상반기 자동차 수출 증가율은 EU가 미국(54.2%)을 제치고 제일 높은 수준이었다. 기계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유럽 각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 국내 기업의 헝가리 내 배터리 공장 증설 등이 영향을 미쳤다.

중동은 상반기 중 5월만 빼고 꾸준히 수출 증가세를 나타냈다. 주요 품목 중에선 철강(44.6%)과 자동차(39.4%), 일반기계(24.3%) 등이 도드라졌다. 특히 일반기계 수출 증가율은 주요 지역 가운데 중동이 가장 높았다. 역내 인프라 확장, 제조업 관련 설비 투자 활성화 등이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준중형·중형차 중심으로 한국산 차량의 수요가 증가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김영옥 기자

이에 힘입어 올 상반기 자동차·일반기계 수출액은 나란히 동기 기준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수출 실적이 '상저하고'를 기록할 거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하반기 중동·유럽 시장도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유럽에선 친환경차 시장이 괜찮은 데다 한국 기업의 헝가리·폴란드 등 현지 투자 확대가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중동은 다른 지역보다 경기가 괜찮은 편이고 유가도 크게 낮진 않아서 플랜트 건설 등에 따른 기계 수출이 늘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에도 두 지역으로의 수출 흐름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대외적 변수도 남아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하반기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0.9% 늘어날 전망이다. 전기차 대기 수요 소진, 고물가로 인한 구매력 약화 등으로 증가세가 상반기보다 크게 둔화할 거란 분석이다. 하반기 일반기계 수출도 글로벌 제조업 경기 회복 지연 등의 변수로 전년 동기 대비 보합세나 소폭 감소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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