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아직도 냉전적 사고”…尹의 “반국가세력”에 반격 나섰나

오현석, 김한솔 2023. 7. 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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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3일 “아직도 냉전적 사고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했다. 정치권에선 그 발언이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북한 관련 언급에 대한 반격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이 쓴 책 『평화의 힘』을 추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분단국가로서 전쟁을 겪은 우리만큼 평화가 절실한 나라는 없다”면서 '냉전적 사고'란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는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며 “그럴 때 남북관계는 발전했고 상대적으로 평화로웠으며, 그렇지 못했던 정부에서는 남북관계는 후퇴하고 평화가 위태로워졌으며 국민소득까지도 정체되거나 심지어 줄어들었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책방'에서 계산 업무를 하며 책을 손님에게 건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문 전 대통령이 소개한 『평화의 힘』에는 문재인 정부 한반도 정책에 대한 옹호 주장이 많이 담겼다. 최 전 차관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협상에 실패한 것이지, 대한민국의 중재 노력이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고 책에 적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에 대해서도 “단 한 명의 대한민국 국군장병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 한 푼의 돈도 북한에 지불하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의도만 믿었던 것은 아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국방력과 보훈정책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과 평화기획비서관을 지낸 최종건 전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달 펴낸 책 『평화의 힘』. 최종건 전 차관 페이스북


문 전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책 추천’ 형식이었지만, 정치권에선 대북 정책을 둘러싼 전·현직 대통령의 힘겨루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 정책과 관련해 강경한 톤의 입장을 자주 피력했고, 이를 야당이 비판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한국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는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 축사에서 “조직적으로 지속적으로 허위 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언급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나 특정한 세력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지난달 29일)라고 했지만, 야권에선 엿새째 맹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에 극우 망언 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며 “가장 큰 충격은 전 정부를 반국가세력으로 몬 윤석열 대통령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과거를 잊은 심각한 자기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참으로 위태로운 폭력적 언동이다. 나라를 어쩌려고 그렇게까지 폭주하는가”라고 적었다.

반면, 여권에선 문 전 대통령의 “냉전적 사고” 언급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그럼 종북(從北)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뭔가”라며 “국가안보를 망쳐 놓고, 우리 국민들을 북핵의 노예로 만들어 놓고, 그냥 조용히 있지 그게 할 소린가”라고 비판했다. 이민찬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남북관계를 파탄 낸 장본인이 대북정책에 훈수를 두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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