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강원' 강등 위기에 양현준 이적설까지

이준목 2023. 7. 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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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강원FC, 인천유나이티드에 0-1 석패... 10경기 무승 행진

[이준목 기자]

프로축구 강원 FC가 힘겨운 강등권 경쟁도 벅찬 상황에, 핵심 전력인 양현준의 유럽 이적설이라는 또다른 딜레마에 직면했다. 구단과 선수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어서 선뜻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하다간 팀 성적도, 선수도 모두 잃을수 있는 진퇴양난의 고비다.

강원은 지난 2일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0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경기 시작 불과 4분 만에 선제골을 허용한 뒤, 이렇다 할 찬스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강원은 현재 2승 7무 11패, 승점 13점으로 K리그1 12개 구단 중 11위에 그치고 있다. 꼴찌 수원 삼성(승점 10)과도 고작 3점차에 불과하다. 불과 지난 시즌만 해도 구단 역대 최고 리그 순위(6위)-최다 승점(49점) 타이 기록을 수립했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강원은 결국 지난 6월 15일 성적부진의 책임을 물러 최용수 감독을 경질하고 윤정환 감독을 새롭게 영입했다. 하지만 윤 감독 체제에서도 1무 1패에 그치며 아직 첫 승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4월 29일 전북전 승리를 마지막으로 이어진 무승 행진은 어느새 10경기(3무 7패)까지 늘어났다.

가뜩이나 팀의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주포 양현준의 유럽 이적설까지 불거지며 강원 구단과 팬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양현준은 최근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셀틱에서 영입 제안을 받은 사실이 축구계에 알려졌다.

양현준은 강원이 배출한 최고의 신성 중 한 명이다. 2021년 강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양현준은, 지난 2022시즌 36경기에 출전해 8골 4도움을 기록하며 단숨에 강원의 에이스로 등극했다. 놀라운 활약을 인정받아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고, 국가대표팀에 첫 발탁되기도 했다.

셀틱은 유럽의 명문구단으로 기성용-차두리, 그리고 현재는 오현규까지 다수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활약하면서 한국축구와도 인연이 깊다. 전통적으로 마케팅과 가성비를 두루 고려한 아시아 선수 영입에 적극적이었던 셀틱은, 공격진 보강을 위하여 양현준까지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준은 유럽 진출에 강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강원은 당장 순위싸움이 다급한 상황에서 주포인 앙현준을 보내주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름에 당장 이적하고 싶은 선수와, 시즌을 마치고 겨울에 다시 논의하자는 구단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팬들의 반응 역시 보내줘야한다는 의견과 무리수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다.

양현준의 입장에서는 K리그에서 유럽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 자체가 흔하지 않기에 간절할 수밖에 없다. 추춘제를 운영하는 유럽의 특성상, 여름에 이적하여 프리시즌 일정부터 함께하며 팀에 적응하는 것이 아무래도 더 유리하기도 하다. 셀틱은 유럽 5대리그같은 상위리그에서도 주목하는 빅클럽이며, 이미 같은 한국인 선수인 오현규가 뛰고 있기에 적응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셀틱은 지난 겨울 국가대표 공격수 조규성의 영입을 추진하다가 소속팀 전북의 거부로 불발되자 오현규로 방향을 선회한 바 있다. 양현준으로서도 셀틱의 관심이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강원으로서는 팀이 심각한 강등 위기에 봉착해있고 여름 전력보강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아무 대책도없이 양현준같은 주전급 선수를 선뜻 유럽으로 보내주기가 쉽지않다. 강원은 현재 20경기에서 단 12골에 그치며 K리그1 12개구단중 최소득점이라는 극심한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못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양현준마저 이탈하면 공격력이 더 악화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양현준도, 강원도 서로 현명한 처신이 필요하다. 흔치않은 유럽진출 기회에 대한 선수의 간절함은 이해못하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양현준은 엄연히 구단과 2025년까지 계약된 강원 소속선수다. 강원에서의 성장이 아니었다면 유럽구단의 관심을 받는 지금의 양현준도 없다. 양현준은 구단의 소중한 재산이고, 바이아웃 조항이 없는 한 강원은 양현준을 지킬 권리가 있다.

올시즌 양현준의 활약이 영 좋지 않다는 것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이유다. 지난 시즌의 활약이 무색하게 양현준은 올시즌 19경기에서 무려 1616분을 소화하고도 고작 1골 1도움에 그치고 있다. 올시즌 강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는 믿었던 양현준의 부진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 지금의 활약으로서는 23세 이하 대표팀이 출전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도 장담하기 어렵다.

심지어 양현준은 지난 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적료가 적으면 내 연봉이라도 내놓겠다"는 폭탄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아무리 선수 본인도 그만큼 답답해서 한 이야기라 해도, 선을 넘은 발언이었다. 팀이 10경기 무승을 이어가며 강등 위기에 몰렸고 본인도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저 자신의 이적 문제만 내세우는 태도는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보통 K리거들의 유럽진출이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대승적'이라는 표현이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하여 가급적 많은 선수들이 더 큰 무대인 유럽에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K리그 구단들이 이를 위하여 이적료나 조건들이 어느 정도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양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자주 쓰인다.

하지만 K리그의 존재 이유는 선수의 유럽진출을 돕기 위한 발판도, 자선사업을 하는 곳도 아니다. 대승적이라는 표현이 K리그 구단들은 '무조건 희생'하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양현준은 현재 이적 타령보다, 당장 소속팀 강원과 K리그에서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더 시급하다.

한편으로 강원 구단 역시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해야한다. 조건과 타이밍이 맞지 않아 양현준을 당장 이적시키기 어렵다면, 선수에게 상황을 분명하게 밝히고 최대한 빨리 마음을 잡을 수 있게 설득해야 한다.

반면 양현준이 지금처럼 계속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마음이 떠난 선수를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것보다 어떤 식으로든 차라리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선수단이 똘똘 뭉쳐도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시점에, '양현준 리스크'를 오래 끌고가는 것은 팀분위기를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시한폭탄이 될 수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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