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개혁' 다시 꺼낸 국회… 여야 합의, 7월에는 가능할까
유보하는 국힘 "당론 확정 안돼"
'비례 비율' 두고 여야 상반된 당론
여야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 개혁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의장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말까지는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며 압박에 나선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아직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3일 오전 국회에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간사와 만나 선거제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내년 4월 총선을 헌법 정신이나 선거법 정신에 맞춰서 치러내려면 아무리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라며 "그것을 토대로 정개특위에서 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선거구 획정 작업을 8월 말까지 끝내면 예년엔 40일 내외 정도 기한을 앞두고 최종 선거구가 확정됐는데 올해는 4~5개월 정도 앞당겨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선거구 협상을 더 늦출 수 없는 이유는 하반기 국회 일정상 실질적으로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논의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라며 "예년과 달리 각당 지도부가, 적어도 선거법을 결정해야 하는 사람들 간에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쳤으니 이제는 결단을 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 4월 전원위원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을 논의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정개특위는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시민참여단 500명의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419명(83.8%)이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후 지난달 의장 주재로 '양당 지도부 2+2 협의체'를 출범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민주당은 이미 당론을 모은 상태라며 여당에 선거제 협상을 압박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기존 소선거구제에 비례대표 의석수 비율을 높이는 방식(권역별 비례대표제)을 당론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원외 정치 인사들이 동등한 입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정기국회 전까지는 선거제 개편을 마무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국민의힘에서도 상당히 논의가 있는 만큼 보다 집중적이고 자세한 협상을 통해 결론을 빨리 도출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배 정개특위 야당 간사는 "민주당은 다른 것을 다 떠나서 거대 양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정당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지도부와 협의해서 당론을 모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름이 끝나기 전에 선거제도 협상의 결과물을 국민께 보고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자당의 당론이 확정되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협상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최근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정원 축소'를 앞세우고 있다. 의원 정수 10%(30명) 감축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의원 정수 대부분을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 몫에서 줄인다는 구상으로, 민주당의 안과 상충된다.
이날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저희 마음은 다 한가지로 열심히 협상해서 하루빨리 선거법 협상을 하는 게 목표지만, 아직 당론도 확정이 안 돼 있고 전원위를 거치며 대체적인 의원들의 뜻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아직 큰 의견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라며 "우스갯소리로 당을 초월했는데 지역구는 초월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선거제 확립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정개특위 여당 간사도 "선거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각 정당에 유리한 안을 추구하다 보면 이 흐름을 무작정 방향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각 정당에 불리하지 않은 안을 도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민주당은 당대표실에서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을 열고 선거제 논의에 속도를 냈다. 민주당 의원들이 대부분 참석한 이날 모임에는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동참했다.
정치개혁 모임 소속 의원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선거제 개혁 논의를 이끌어줄 것을 당부했다. 이종배 의원은 "올해는 특별히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도 있고 많은 논의도 해왔던 터에 다시 또 이런 잘못이 되풀이되선 안 된다"라며 "지금 상태가 너무 지지부진하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의 이 대표께 빨리 논의를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부탁의 말씀을 드리려고 왔다"라고 전했다. 이은주 의원도 "선거제 개혁 위해선 민주당이, 이 대표가 앞장서줘야 하지 않나는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위성정당 방지법'을 정개특위에서 우선적으로 토론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대표가 적극 앞장서고 뒷받침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대표도 "선거제도라는 게 일종의 게임의 룰이어서 누군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는 것이란 한계가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당적을 떠나서 정치제도를 개편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 국민 뜻에 맞는 합리적인 선거제도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라며 "민주당도, 저도 함께 노력하겠단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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