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 "국가 R&D, 혁명적 결단 필요"

김봉수 2023. 7. 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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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취임사에서 대대적 쇄신 예고
'이념', '애국' 이례적 강조 눈길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3일 '애국'과 '자유민주주의 이념', 대대적인 쇄신을 강조하는 내용의 취임사를 배포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29일 내정된 조 차관은 3일 별도의 취임 행사 없이 곧바로 업무를 시작하면서 취임사만 배포했다. 하지만 취임사에는 역대 어느 차관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담았다. 그는 우선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1차관에 임하며",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구성원 여러분"이라고 말하는 등 취임사 내내 '대한민국'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또 '자유민주주의'를 수차례 언급하며 이념적 지향성을 선명히 했다. 그는 서두에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구성원 여러분"이라며 특정 이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대한민국의 도약과 성장의 핵심 동력이자 우리의 자유를 확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관건"이라며 "과학기술은 이미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의 절대적 무기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함께 연구개발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혁명적 결단'이라는 단어까지 강조하며 쇄신을 촉구하기도 했다. 조 차관은 "단순히 제도를 조금 고치고 예산을 조정하는 것으로 이 엄중한 시기를 넘어설 순 없다"며 "혁신을 넘어 혁명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특히 쇄신의 대상으로 국가 연구개발(R&D)의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연 30조를 넘어서고 있다. 이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하는 목적은 무엇이냐"며 "대한민국의 미래, 우리의 꿈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미 나와 있는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는 연구개발 투자는 국가의 몫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대한민국의 과학과 기술, 혁신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고,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에 투자되어야 한다"며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핵심 과제로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해외 한인과학기술인재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연구개발플랫폼 조성, 세계 유명 연구기관·연구자와 공동 프로젝트 수행을 통한 신진 연구자들의 경쟁력 강화, 대학·연구기관들의 시설·장비 개선 등을 목표로 들었다.

한편 조 차관은 명지대 교수 출신으로 2022년부터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을 역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 그룹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말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 R&D 예산 나눠 먹기'를 정면 조준한 후 전격 임명됐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로 대학·출연연 연구 현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다음은 조 차관의 취임사 전문.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구성원 여러분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우리 경제사회 시스템의 토대이자 우리 삶의 필수 요소입니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대한민국의 도약과 성장의 핵심 동력이자 우리의 자유를 확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관건입니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의 수준은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며 우리의 미래를 규정합니다.

과학기술은 이미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의 절대적 무기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함께 연구개발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러한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023년 7월, 바로 이 시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거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막중한 책임감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구성원 여러분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과학기술의 수준과 혁신의 강도에 달려있습니다. 물론 과학기술과 혁신만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이를 바르게 구현할 법과 제도 그리고 문화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연 30조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예산을 투입하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국가 연구개발을 통해 얻고자 하는 성과는 어떤 것입니까?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대한민국의 미래, 우리의 꿈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돈이 되는 기술개발은 기업에게 맡기면 더 효율적으로 빠르게 해낼 수 있습니다. 이미 나와 있는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는 연구개발 투자는 국가의 몫이 아닙니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대한민국의 과학과 기술, 혁신의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고, 세계 최고가 될 가능성에 투자되어야 합니다. 그 핵심은 바로 과학자, 과학기술인재를 키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대한민국에 유전적, 심리적 뿌리를 둔 역량 있는 과학기술인재들이 치열하게 논쟁하고 같이 연구해 창의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연구개발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디에서 누가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기술개발 과정에 어떤 벽에 부딪쳤는지 공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연구를 시작할 때 최고의 동료를 찾을 수 있는 그런 데이터베이스, 공론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 연구기관과 함께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우리의 신진 연구자들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반드시 국내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해외로 나아가 어떻게 세계 최고를 이루어내는지를 직접 체화시키는 것이 우리의 역량을 무한 강화하기 위해 바람직합니다.

국내에서는 과학자의 꿈을 지닌 학생과 청년 연구자들이 부러움 없이 실험하고 연구할 수 있는 관련 장비와 시설을 경쟁력 있는 우리 대학과 연구기관이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마음을 다잡는

우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구성원 여러분

우리는 지금까지 참 잘해왔습니다. 먹고 살기도 빠듯했던 시절 과감히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투자했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함으로써 대한민국을, 지원을 요청하는 나라에서 세계 각국의 협력을 요청받는 국가로 거듭나게 하는데 기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이 이렇게 변화되고 전 세계 기술패권 다툼이 마치 전쟁처럼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달라져야 합니다. 단순히 제도를 조금 고치고 예산을 조정하는 것으로 이 엄중한 시기를 넘어설 순 없습니다. 혁신을 넘어 혁명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어떻게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절히 관행과 타협하며 현재를 웬만큼 누리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지금보다 훨씬 나은 대한민국을 미래세대에게 남겨주고자 하는 생각에 같이 한다면 우리는 힘을 모아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과학기술의 꿈을 키우고, 혁신의 자신감을 갖고, 온 열정을 쏟을 수 있도록 연구개발 예산을 제대로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만들어 봅시다. 대한민국의 과학과 기술 혁신이 전 세계의 모범이 되고, 각국의 연구자들이 가장 같이 하고 싶은 대상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인재가 되도록 우리 뛰어봅시다.

열심히 듣고, 최선을 다해 뛰고, 잘 해내겠습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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