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나서야 혼인 신고... 왜?

안유정 2023. 7. 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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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청년 주거 실태] 결혼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다 '집' 때문

최근 주거 문제로 결혼을 포기하거나 늦추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결혼은 페널티"라며 결혼식을 올렸지만 혼인신고를 미루거나, 로또처럼 주택 청약이 당첨되어야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청년들이다. 결혼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다 '집' 때문이다. 역대 최고 저출생이라는 구조적인 문제 뒤의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청년 주거 실태를 담고자 한다. <기자말>

[안유정, 이나혜, 서효주, 신서연, 오해민 기자]

 
"청약이 당첨돼서 결혼합니다." 

오랜 기간 연애했음에도 '주거문제' 때문에 결혼을 주저하는 연인들이 많다. 주택청약에 당첨되어야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청년들이다. 27세 여성 김 아무개씨는 스무 번의 도전 끝에 주택 청약에 당첨되었다. 그는 청약에 당첨됐기에 결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후 약 7개월 만인 6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2022년 통계청에 따른 평균 여성의 초혼 연령이 31.3세인 것을 감안하면 그는 27세 라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결심한 셈이다. 그는 "함께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결혼 준비에 있어 '주택 마련'이 가장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가정을 미리 꾸리고 당첨된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결혼 전에 주택 청약을 준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전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 서울은 이보다 더 낮은 0.59명으로 집계됐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으며 저출생 현상이 심각해지자 서울시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청년들이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이성 교제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주선하는 만남'이라는 의미를 담은 '서울팅'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받고 재검토하기로 했다. 경기 성남시의 '솔로몬의 선택', 충북 청주시의 '청춘 남녀 건강 만남 지원 프로젝트 청춘 썸데이', 구미시의 '두근두근 ~ING'도 결혼 적령기 미혼 남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도모하는 차원에서 기획되었다. 구미시의 '두근두근 ~ING'는 9번의 행사 동안 13쌍의 커플이 성사되었다.

하지만 과연 청년이 상대를 만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결혼을 꺼리는 것일까? 정부의 정책과 청년이 실제로 마주하는 현실 사이에서의 공백을 알아보고자 한다.

"가점제, 신혼부부와 청년층에게 불리"

청년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택'이라는 높은 문턱 때문이다. 적은 임금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집값과 결혼자금 때문에 결혼을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결혼자금이 부족해서(28.7%)'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그중 주택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1, 2년 차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총 결혼비용 평균 3억 3050만 원 중 주택이 2억 7977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또 2023년 인크루트 전국 성인 남녀 820명 대상 결혼 관련 설문조사를 보면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필요하고 가장 부담되는 항목 모두 '주택'이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집을 얻기란 쉽지 않다. KB 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올해 3월 서울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은 10.8이었다. PIR은 주택 가격을 가구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중위소득(3분위) 계층이 중간 가격대(3분위)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를 기준점으로 삼는다. PIR이 10.8이라는 의미는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의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8개월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과 부족한 결혼자금 때문에 청년들이 집을 장만할 때 겪는 어려움은 상당하다. "과연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라는 말은 이제는 희망보단 체념에 가깝다. 현재 신축된 주택을 분양받는 방법에는 주택청약이 있다. 우리나라는 청약통장을 기반으로 한 청약 제도를 실시하기 때문에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자에 한해서만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청약이 가능한 주택에는 국민주택과 민영주택이 있다. 국민주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LH 및 지방공사가 건설하거나 재정 또는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해 건설·개량하는 주택이다. 이외의 주택은 민간에서 공급하는 민영주택이다.

각각은 또다시 일반공급과 특별공급으로 나뉜다. 일반공급은 청약통장이 있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특별공급은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생애최초) 등으로 대상이 정해져 있다. 범주가 나뉘지 않는 일반공급은 무주택 기한, 부양가족 수, 저축 가입 기간으로 총 84점 만점의 가점을 매긴다. 이는 상대적으로 고령층에게 유리한 공급 방식이다.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시간이 지나면 점수가 높아지게 되고 45세가 되면 무주택 기한에서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주택청약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 연구한 나사렛대학교 국제금융부동산학과 남영우 교수는 청약가점제에 대해 "신혼부부와 청년층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특별공급으로 이를 완화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운이 따라야 집 장만

특별공급은 대상이 정해져 있지만 신혼부부, 예비 신혼부부(1인 가구)는 특별공급에서도 청약에 당첨 되기 쉽지 않다. 저축 총액, 저축 기한, 무주택 기한, 부양가족 수, 미성년 자녀 수, 거주 기한 등을 요소로 순위 혹은 가점을 매겨 당첨자를 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가 없을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당첨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국민주택과 민간주택 모두 선정 1순위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다. 최근에 결혼한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라면 2순위로 밀리는 것이다.

공공 분양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 1순위 안에서도 경쟁이 발생할 시 가구 소득, 거주 기간, 납입 횟수, 자녀 수, 혼인 기한에 따라 가점을 매겨 선발한다. 자녀의 수는 3명 이상이어야 3점 만점이다.

이에 예비 신혼부부들은 무작위 추첨 비율이 있는 전형에 주로 지원한다. 내년에 결혼을 앞둔 29세 황 아무개씨도 신혼부부 전형이 아닌 생애 최초 전형에 지원할 것이라 말했다. 그 결과 추첨제 비율이 높은 '생애 최초 전형'의 경쟁률은 다른 어떤 전형보다도 높다. 민간분양 생애 최초에서는 우선공급, 일반공급 이후 나머지 30% 물량을 추첨으로 공급한다. 작년부터 이 30%에 1인 가구도 59㎡ 이하의 주택에 한 해 청약이 가능해지면서 더욱 경쟁률이 상승했다.

DMC 가재울 아이파크의 특별공급 생애 최초 전형에는 1469세대가 지원해 경쟁률은 209 대 1에 달했다. 일반공급도 1순위 경쟁률이 약 80 대 1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정부 규제가 완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해당 아파트의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청약 담당 상담원은 "올해 1월 3일 들어서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규제 지역이 해제됐다"며 "작년까지는 서울이 비규제 지역이라 100% 가점제여서 20~30대 분들은 당첨 확률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에서 신혼 부부와 예비 신혼부부가 집을 구한다면 추첨운이 따라야 가능한 상황이다.

"혼인신고 하면 받는 혜택 줄어"

이로 인해 결혼은 '페널티'라고 생각하는 청년들이 늘어났다. 오히려 혼인신고를 하면 받는 혜택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결혼을 앞둔 28세 이 아무개씨는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혼인 신고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거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내 집 장만 아카데미'에는 주택청약 때문에 혼인 신고를 고민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한 회원은 "신혼부부 추첨제를 노리기보다는 혼인 신고를 미루고 1인 가구 생애 최초로 지원하고자 한다"는 글을 썼다. 결혼식은 치렀지만 혼인 신고 시 발생하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미루고 싶다는 것이다.

이에 타 회원들은 "아기가 생기면 혼인신고 후에 신혼 특공을 넣고 그전에는 생애 최초로 넣어라", "신혼부부 특공은 아이가 없으면 확률이 제로에 가깝고 생애 최초도 경쟁률이 높아서 어렵다"는 댓글들을 남겼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청약 때문에 아직 혼인신고를 안 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미루신 분 계시나요?"라는 글에는 "5년 차인데 아이 계획이 없어서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올해 청약 당첨되어 혼인 신고 예정이다", "식은 올렸지만 아직 혼인 신고를 안 했고 아이를 갖기 전까지 신고하지 않을 것 같다"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주택청약 조건에 맞춰 혼인 신고를 결정하는 것이다. 주택 청약에 당첨돼서 6월에 결혼한 윤 아무개씨도 청약 당첨으로 혼인신고를 할 수 있었다. 한 20대 예비 신혼부부는 주택청약 조건과 지역 등을 고려하여 아직 청약을 넣진 않았으나 결정적으로 주택청약에 당첨된 후에 결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2020.7.24
ⓒ 연합뉴스
 
턱없이 낮은 소득 기준이 혼인신고 미루는 이유

신혼부부가 혼인신고를 미루는 데는 제도적인 원인도 있다. 혼인신고를 하면 세대별로 청약통장을 1개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고 각자 청약통장을 넣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또 신혼부부가 주택청약(민영 신혼부부 특별공급) 우선 공급 조건에 충족하려면 맞벌이 가구 기준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초과~120% 이하여야 한다.

인터뷰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러한 소득기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결혼을 앞둔 황 아무개씨는 "소득과 재산을 모두 부부가 합쳐서 계산하는데 턱없이 낮은 기준이 혼인신고를 늦추게 하는 것 같다"며 "신혼부부 특혜인지 알 수 없는 제도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10번 이상 청약에 실패했다. 한 20대 남성은 "정책에서 요구하는 소득 분위가 너무 낮아 결국 중도 포기했다"고 말했다. 남영우 교수는 이 상황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저소득층에게 지원을 더 우선해야 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정책으로 나타난 결과"라며 "맞벌이로 소득 기준의 2배를 넘어서게 되면 지원정책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1인당 GDP나 도시근로자 소득 등을 고려한다면 결혼으로 인해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준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에서도 소득기준이 신혼부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청년 혹은 신혼부부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 상품으로는 주택도시기금이 운영하는 청년전용 버팀목 전세자금과 신혼부부 전용 주택 전세자금 대출이 있다. 신혼부부 전용이라는 조건을 제외하고는 두 상품의 소득, 재산 기준이 확연한 차이가 없었다. 모두 부부 합계로 소득을 계산하며 신혼부부의 소득기준은 두 전형 모두 6000만 원 이하로 같다. 자산기준도 3.61억 원으로 동일하다.

지난해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 1인당 평균 급여가 4042만 원이 라는 점을 고려하면 맞벌이 가구는 소득범위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청년과 신혼부부, 기존 세대와 차별 없어야"

결혼을 준비 중인 29세 황 아무개씨는 "풀대출로 집을 구한다"며 예비 신혼부부의 현실을 말했다.
"청년 주택으로 공급되고 있는 주거 단지는 턱없이 좁고, 청약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은 현 실과 괴리가 있다. 청년에게 불리한 가점제에, 실거주 희망이 높은 곳은 경쟁률까지 높다."
20대 신혼부부들은 '가점제'로 청약에 당첨되기 쉽지 않고, 청약과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득기준'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한다. 이로 인해 특별공급 생애 최초 전형에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남 교수는 '기존 세대와 차별 없는 청약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별공급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일반공급에서 청년과 신혼부부가 기존 세대와 차별 없이 청약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청년층이 불리하지 않도록 별도의 가점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주택 정책의 개선 뿐만 아니라 '주거 지원에 대한 관심'도 강조했다. "막연하게 서울 집값과 전세 가격이 얼마라서 불가능하다는 마음이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자신의 조건에 맞는 주거지원정책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주거지원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는 국토교통부와 LH가 운영하는 '마이홈 포털'이 대표적이다. 조건에 맞는 주택, 자금 지원 정책을 검색할 수 있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응답하면 자가진단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을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청년들은 주거 제도의 낮은 소득 기준에 혼인신고를 늦추고, 주택청약이 당첨되기를 기다리며 결혼을 미룬다. 결혼을 어렵게 하는 주거 제도에 20대 예비 신혼부부들은 청년 주거 지원 정책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오랜 기간 연애했음에도 주거 문제 때문에 결혼을 주저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안타까운 현실이라서 청년 주거 지원정책이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신혼부부에게는 특히 정부의 지원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들처럼 예비 신혼부부들이 제도의 사각지대로 인해 결혼에 주춤하지 않도록 청약 제도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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