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중현의 야구 톺아보기] 포심 버린 와이드너, 생존 위한 몸부림

배중현 2023. 7. 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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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심 패스트볼에서 투심 패스트볼로 투구 레퍼토리를 바꾼 NC 다이노스 테일러 와이드너. NC 제공


외국인 투수 테일러 와이드너(29·NC 다이노스)가 '무기'를 바꿨다.

지난 1월 와이드너와 계약한 임선남 NC 단장은 "좋은 제구와 함께 구위 또한 우수한 투수다. 특히 포심 패스트볼(포심·직구)이 위력적"이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투심 패스트볼(투심) 위주인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와 다른 투구 레퍼토리를 장착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범경기 막판 허리 통증으로 이탈한 와이드너의 KBO리그 데뷔전은 5월 30일 성사됐다. 창원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6이닝 2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투구 수 98개 중 포심이 절반 이상인 50개. 체인지업(28개)과 슬라이더(20개)도 섞었지만, 투구 레퍼토리의 중심은 151㎞/h까지 찍힌 포심이었다. 계약 당시 구단이 기대한 모습 그대로였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와이드너는 첫 세 번의 등판에서 모두 경기당 포심 비율이 50%를 상회했다. 두 번째 등판인 지난달 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56.3%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네 번째 등판인 지난달 1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포심 비율이 직전 등판 대비 39.3%포인트(p)가 급락한 13%에 머무른 것. 포심의 빈자리를 채운 건 바로 투심이었다.



지난달 3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와이드너의 전체 투구 수(88개) 대비 투심 비율은 44.3%였다. 12.5%에 그친 포심을 밀어내고 주 무기로 활용했다. 결정구 대부분이 포심 아닌 투심. 체인지업(23.9%)과 슬라이더(19.3%) 비율은 유지하면서 투심 전문 투수로 탈바꿈했다. 투구 레퍼토리에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아예 던지지 않았던 투심을 섞는다는 점에서 와이드너의 변화는 흥미롭다.

왜 바꿨을까. 와이드너는 "포심이 안 먹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즌 두 번째 등판에서 4와 3분의 2이닝 9피안타 9실점 난타당했다. 세 번째 등판 결과도 5와 3분의 2이닝 4실점으로 기대를 밑돌았다. 이후 자체적으로 '포심이 통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한 뒤 투구 레퍼토리를 조정했다. 

와이드너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포심이랑 투심을 많이 섞어서 사용했다. 하지만 이전에 내가 속했던 팀의 분석관들이 투심을 버리고 포심 위주로 투구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투심 투구를 잠시 중단했다"며 "사실 그때 '왜 투심을 못 던지게 하지?'라는 의문이 있기도 했다. 좋았던 기억들 때문에 (포심 위주의 투구를) 유지해 왔는데 최근 잘 먹히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어 6월 들어와서 투심을 많이 던지기 시작했다"고 조정 이유를 설명했다.

KBO리그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나머지 등판에서 들쭉날쭉한 모습이었던 와이드너. NC 다이노스 제공


와이드너는 투심 비율을 올린 최근 3경기에서 모두 6이닝을 소화했다. KT전에선 6이닝 3피안타 1실점 하며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는 "(투심을 늘린 결과는) 현재로선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와이드너는 메이저리그(MLB) 통산 49경기(선발 13경기)를 뛴 '현역 빅리거'이다. 지난해에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으로 14경기를 소화했다. 

콧대가 높은 선수라면 투구 레퍼토리 수정을 거부할 수 있다. 실패를 반복하다 짐을 싸는 선수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와이드너는 달랐다. NC에서의 성공을 위해 변화를 택했다. 그는 "포심과 투심 모두 내가 야구하는 이상 계속해서 매일 훈련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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