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부실 대비' 충당금 24조…건전성 관리 '고삐'
코로나 금융지원 리스크 '긴장 모드'
국내 은행들이 대출 등에서 불거질 수 있는 손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이 한 해 동안에만 4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2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부실 조짐이 일자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행된 금융 지원책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 입장에서는 연말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21곳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손충당금 잔액은 24조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4조3599억원) 증가했다.
대손충당금이란 은행들이 고객에 내준 대출에서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을 미리 마련해 두는 돈이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평가해 이익의 일부를 적립한다.
은행별로 보면 KDB산업은행의 대손충당금이 0.1% 늘어난 4조606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 IBK기업은행이 4조703억원으로 36.8%, 한국수출입은행이 2조8809억원으로 13.6% 증가했다.
KB국민은행 역시 2조1560억원으로 33.3%, NH농협은행은 2조2134억원 29.5% 불어났다. 이밖에 신한은행이 1조7338억원으로 23.1%, 하나은행이 1조5693억원으로 22.5%, 우리은행이 1조4641억원으로 19.3% 증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증가율은 시중은행보다 훨씬 가팔랐다. 2021년 영업을 시작한 토스뱅크의 대손충당금은 2602억원으로 같은 기간 838.7% 급증했다. 카카오뱅크가 2923억원으로 81.8%, 케이뱅크가 2093억원으로 114.3% 증가했다.
이전 몇년 동안만 해도 은행권의 대손충당금은 전반적으로 소폭 확대에 그치며 조심스런 흐름을 보여 왔다. 지난해로 들어서기 전까지 직전 3년 간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총액은 ▲2019년 말 17조3389억원 ▲2020년 말 19조3526억원 ▲2021년 말 19조6146억원으로 줄곧 20조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은행권의 대손충당금은 눈에 띄게 늘기 시작했다. 2022년 말 23조155억원으로 1년 만에 3조원 넘게 급증하더니, 올해 들어 석 달 만에 다시 1조원 가까이 늘며 24조원 마저 돌파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적극 충당금을 적극 쌓고 있는 배경에는 본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가 많아지면서 대출 부실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실제로 금리 인상과 맞물려 은행 대출의 연체율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금융사의 여신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은행권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7%로 전월 말보다는 0.04%p, 전년 동월 말보다는 0.14%p나 올랐다. 이는 2020년 8월 기록인 0.38%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문제는 앞으로 리스크 부담이 더 얹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 상환유예 조치가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오는 9월 금융지원 조치 해제 시 수면 아래 억눌려 온 부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염려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까지 끝나게 되면 충당금 비용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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