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OECD 영아사망률 최고기록에 충격…"만혼·고령 출산 탓"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대만에서 지난 한해 신생아 사망률이 1000명당 4.4명으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대만 연합보 등이 3일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열악한 것으로 드러나 대만가 충격에 휩싸였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2일 대만 신생아학 의학회, 중화민국 아동건강 연맹, 창건(長庚)의원은 신생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저우훙제(周弘傑) 대만대 의대 윈린(雲林)분원 소아과 주임은 이날 “신생아 사망률은 신생아 1000명당 28일 내 숨진 영아 숫자를 집계한 통계로 대만의 출생 신생아 숫자는 2015년 이래 지속해서 감소하는 반면, 신생아 사망률은 최근 3년간 계속해서 상승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대만 신생아 사망률은 4.4‰로 일본의 2.7배, 한국의 1.6배를 기록했고, 생후 1년 안에 숨진 영아 사망률은 2.8‰로 두 항목 모두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경보를 울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OECD가 집계한 신생아 사망률 순위에 따르면 일본이 1000명당 0.8명으로 세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대만은 2.7명으로 조사대상 국가 중 최하위였다. 한국은 1.4명이다.
특히 저우훙제 주임은 “대만 신생아 사망률 가운데 생후 하루 안에 숨지는 비율이 가장 높은 약 3분 1을 차지한다”며 “통계 결과는 신생아의 이른 사망과 ‘출생 전후 호흡성 질환’, ‘임신 기간 및 태아 성장과 관련된 질병’, ‘선천성 기형 및 염색체 이상’ 등 3대 주요 원인과 관련이 높다”고 지적했다.
저우 주임은 “최근 대만 여성의 만혼과 고령 출산이 신생아의 생존이 쉽지 않은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산이 신생아 태어난 지 24시간 안에 숨지는 주요 원인”이라며 “45세 이상 여성의 출산이 최근 많이 늘어난 것과 일정 정도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다. 통계에 따르면 대만에선 2021년 45세 이상 고령 산모가 514명을 출산했고, 50세 이상 여성이 53명을 출산했다. 모두 역대 최고치다.
쉐루이위안(薛瑞元) 대만 위생복리부(보건복지부) 장관은 “대만 신생아 사망률 상승은 유전, 조산, 사고 세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았다”며 “출생 24시간 내 사망률이 비교적 높은 이유는 각 지방의 보조금 정책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상당수 자지체가 일단 태아가 태어나면 직후에 사망해도 출생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쉐 장관은 출생 24시간 내 사망 사례를 정밀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위생복리부 산하의 국민건강서(國民健康署)는 신생아 사망률이 증가하는 이유와 관련해 도농 격차와 소아과 의사의 편중 분포, 지방 벽지 임산부의 산전 의료서비스 부족, 신생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응급 의료 구조 시스템 등을 제시했다. 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생아 사망 현상을 중시한다면 사인을 더욱 깊게 분석 연구해야 하며 그래야만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다며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한편 대만의 출생률 감소 현상은 악화 추세다. 올 초부터 지난 5월까지 신생아 출생 숫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00여 명이 줄어, 올해 출생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은 지난 2012년 신생아 숫자는 23만 명에 이르렀으나 10년 후인 지난해엔 13만명대로 감소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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