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다누리 2대 더 만든 '神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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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공식 임무를 시작한 우리나라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KPLO)가 최근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이처럼 다누리 '두 대'를 더 만들어 낸 '신의 한 수'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미 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이 주효했다.
애초 예정한 1년의 안정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NASA조차도 시험만 해본 기술이었지만, 지구·달 중력을 이용해 연료를 최대한 아껴 정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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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공식 임무를 시작한 우리나라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KPLO)가 최근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임무 기간(1년)이 무려 2년이나 더 연장됐다. 다누리는 약 2000억원을 들여 제작·발사됐다. 단순 계산으로 다누리 2대를 더 제작할 수 있는 4000여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처럼 다누리 ‘두 대’를 더 만들어 낸 ‘신의 한 수’는 무엇이었을까? 먼저 미 항공우주국(NASA)과의 협력이 주효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항우연)은 2016년 NASA와 협약을 체결해 다누리 제작·발사·운용 과정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NASA는 한국이 전혀 경험이 없었던 심우주 항행·통신 기술을 전수해줬다. 대신 항우연은 NASA의 영구음영지대 촬영용 섀도캠(ShadowCam)을 다누리에 탑재했다. 인류의 두 번째 달 착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의 착륙 지점 선택을 돕게 됐다.
이 과정에 가장 결정적인 것은 NASA의 조언으로 탄도형 전이 궤도(BLT)를 채택한 것이었다. 항우연은 당초 지구 궤도를 돌다가 달의 궤도에 슬쩍 올라타는 위상 전이 방식을 선택했었다. 다른 초심 국가들도 경험·노하우 없이 많이 쓰는 방식이다. 그러다 2018년 난관에 부딪혔다. 당초 550㎏으로 설계됐던 다누리의 무게가 각 부품을 합치니 23%나 많은 675㎏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난리가 났다. 심우주 탐사선을 처음 개발하다 보니 안정성·고성능 위주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연료량은 260㎏으로 한정돼 있는데 탐사선 자체 무게가 크게 늘어났다. 애초 예정한 1년의 안정적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때 항우연은 NASA로부터 BLT 방식을 제안받았다. NASA조차도 시험만 해본 기술이었지만, 지구·달 중력을 이용해 연료를 최대한 아껴 정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조언을 받아들였다. 우리나라가 NASA와 처음 실시한 우주 개발 협력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게 된 계기도 됐다.
두 번째는 우리 손으로 만들어 냈다. 항우연 엔지니어들은 9번으로 예정됐던 궤도 수정 기동(TCM)을 5번에 마쳤다. 5번 실시할 계획이었던 달 궤도 진입 기동(LOI)도 3번으로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 심우주 항행을 처음 해 본 ‘초보’ 운전자들이 일궈낸 기적이었다. 다누리 사업을 총괄했던 김대관 항우연 책임연구원의 회고를 들어 보면, 운과 실력·노력이 동시에 작용했다. 스페이스X의 팰컨9에서 분리될 때부터 각도가 좋았던 것은 운이었다. 그러나 수십년간 위성 제조 사업을 통해 쌓아온 실력도 작용했다. 추력기의 성능·장착각 등이 훌륭했다. 노력도 더해졌다. 항우연 엔지니어들은 초보 운전의 실수를 없애기 위해 소수점 아래 9자리까지 촘촘히 궤적을 설계했다.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기동 때마다 세밀하게 조절해 과도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적절한 추력으로 다누리를 조종했다.
이 같은 다누리 임무 연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앞으로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초거대·초미시 과학 연구 과제에선 국제 협력이 필수다. 우리나라가 한참 뒤처진 분야는 더욱 필요하다. 생전 처음 만들어 본 ‘달 탐사선’ 다누리를 뚝딱뚝딱 만들어 낸 다학제·융합적 연구와 산·학·연 간 협력, 우리나라의 산업 기반 활용·육성도 마찬가지다. 달 개척·우주 경제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기후 변화·자원 고갈·환경 오염 등에 맞서 인류의 생로를 개척하기 위해, 대한민국은 다누리의 성공에서 배워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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