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민주당…與 발언 비판해놓곤 "똥" "쿠데타" 막말 정치 열중

고수정 2023. 7. 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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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도취' 발언 김기현에 "정치인 품격 떨어뜨려"
"대통령이 말 거칠게 하니 與 그대로 따라가" 공세
정치권에선 "내로남불" "비판 자격 없다" 지적 나와
"오염수 대신 똥" "쿠데타"… 똑같이 막말 쏟아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자당을 향한 국민의힘의 발언을 '막말'이라 비판하는 것을 두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김기현 대표의 '마약 도취' 발언 등을 두고 "정치인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발언"이라고 힐난했지만, 정작 민주당은 '오염수 대신 똥' '쿠데타' 등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3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의 '마약 도취' 발언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재명 대표는 "우리 당을 향해서 '불치병에 걸린 것 같다' '마약에 도취됐다' 이런 식의 발언을 하는 여당 대표의 망언은 참으로 기가 막힌다"며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채환 인재개발원 내정자 등이 상대 진영과 국민을 향해서 내뱉은 극단적 언어를 살펴봐라. 국민 통합은커녕 국론 분열을 조장할 극우 인사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정치가 아무리 비정하다해도 금도가 있는 것"이라면서 "야당은 궤멸해야 할 적이 아니다. 국민의 삶을 위해서 머리 맞댈 국정 동반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일 울산시당 선출직 당직자 워크숍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주도한 민주당을 겨냥해 "민주당이 불치의 질병에 걸린 것 같다. 마약에 도취됐다"며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국민적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아주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민정 최고위원도 "여당이 야당을 향한 폭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에 하는 말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최소한 국민이 하는 말은 귀 기울여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국민의힘과 정부에서 생각하는 국민은 누구인가. 부디 이성을 찾고 시민들의 절규와 호소에 귀 기울여달라. 대한민국은 윤석열 왕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막말을 던진다고 코인 의혹을 덮을 수 없다"며 "김 대표의 막말이야말로 참사를 정쟁 도구로 이용하려는 파렴치 행위다. 김 대표가 해야할 일은 막말이 아니라 아들 의혹에 대한 해명"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날에도 박성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어떻게 여당 대표가 정치인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회의 신뢰를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수준의 막말만 골라서 하는지 기가 막힌다"며 "대통령이 말을 너무 거칠게 하니 김기현 대표와 국민의힘 정치인들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김 대표의 '마약 도취' 발언과 아들 코인 논란을 싸잡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예정이다.


이재명 대표(왼쪽 네 번째부터)와 박광온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손팻말을 든 채 무대에서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민주당이 '여당의 극우, 망언 정치'라는 공세를 펴면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에 한창이지만, 마찬가지로 도 넘은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게 지난 1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나온 '똥' 발언이다. 당시 경기도당위원장인 임종성 의원은 연단에 올라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순 없다"며 기준치를 통과하면 음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던 정부·여당 관계자들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같은 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장 일본 후쿠시마로 가서 핵 오염수를 한번 마셔보고 가족들에게도 권유하라"고도 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요즘 횟집 물을 떠먹고 있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서 '쿠데타' 발언도 나왔다. 윤영찬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서 검찰개혁을 반대했고, 그래서 대통령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우병 괴담, 천안함 자폭 괴담, 사드 괴담처럼 달콤한 괴담 마약에 중독된 민주당은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언어로 국민을 향해 먹거리 공포의 주술을 외우고 있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불안과 사회갈등을 키움으로써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국민 피해의 여부는 안중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윤 의원의 '쿠데타' 발언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선택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향해 쿠데타라고 하는 것은 국민의 선택을 반란으로 본다는 것"이라며 "민주국가에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최악의 막말"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 할 것 없이 도 넘은 막말 정치를 이어가고 있어 어느 한 정당만 잘못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국회의원 품격' '정치인의 태도' 등을 운운한 뒤 똑같이 막말을 서슴지 않는 건 내로남불 아니냐"라며 "민주당의 지적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당내에서 나오는 막말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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