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물 유포-협박 남성 도주에 피해 여성은 2년째 불안"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 창원지법 앞 "가해자의 빠른 구속과 엄중 처벌" 촉구

[윤성효 기자]

▲ 44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는 3일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촬영물 유포·협박·금품갈취 가해자의 빠른 구속과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경찰과 검찰은 가해자를 즉각 구속하라. 재판부는 피해자 안전과 보호대책 방안을 강구하고, 법을 농락한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라."

여성들이 3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이같이 외쳤다. 함께 한 여성 피해자와 어머니는 눈물을 보이면서 "불안하다. 살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44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경남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는 이날 불법촬영물 유포·협박·금품갈취 가해자의 빠른 구속과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성단체들은 가해자 남성이 사귀던 여성과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수천만원의 금품을 갈취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은 2021년 11월 2일 관련 녹음 등 관련 증거를 제출하며 신고했다.

그러나 당시 가해 남성은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가 결정되었고, 이후 재판이 진행되었지만 피고인의 불출석이 반복되었다. 2022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열린 재판은 여러 차례 기일 변경이 있었고, 가해자의 세 차례 불출석으로 한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지만, 법정에 출석했다는 이유로 불구속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2022년 5월 19일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피고인이 출석하자 (피고인 측은) 합의를 위해 속행을 요청을 했다. 이에 같은 해 7월 5일 열릴 예정이던 공판 기일이 변경되었다. 그러나 피고인은 같은 달 26일 열린 공판에 "눈을 다쳤다"는 이유로, 8월 25일에는 눈 치료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10월 18일 열린 공판에서 판사가 구속영장 발부를 하겠다고 하자, 피고인은 11월 17일 열린 결심공판에 참석했고 검찰은 피고인에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11월 21일 재판부는 피고인의 공판 출석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반환했다.

이 과정에서 피고인이 다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있다가 올해 1월 10일 대구지방법원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촬영물 유포·협박·금품갈취 사건과 관련해 선고를 못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재판부는 올해 1월 19일과 3월 9일에 코로나19 등의 사유로 기일 변경을 요청했으나, 피고인은 4월 4일 열린 재판에 눈과 다리를 다쳤다는 등의 사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그다음 날 재판부는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5월 9일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현재 피고인은 도주 상태에 있고 법원과 검찰, 경찰은 검거를 못하는 상태다. 피고인은 자신의 변호사와도 연락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2021년 11월 상담소에 전화를 걸어 상담했고, 이후 상담소는 국선 변호인 지원과 정신과 진료 등을 돕고 있다.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과 폭언"

해당 사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피해자는 연인 사이, 아니 연인이라고 믿어 왔던 가해자로부터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과 폭언, 금품을 여러 차례 갈취 당해왔다"고 했다.

여성단체들에 따르면 가해자는 장거리 연애를 하는 것이 힘들다며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여 피해자가 보고 싶을 때 그 영상을 보면서 보고 싶은 마음을 참겠다고 하며 피해자에게 성관계 동영상 촬영을 요구하였다.

피해자는 수차례에 걸쳐 거절했지만, 가해자의 집요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영상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가해자는 영상을 삭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이 영상을 빌미로 피해자에게 폭언을 하고, 금품을 요구하며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였다.

또 가해자가 요구한 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면 동영상을 팔아 돈을 벌겠다고 협박하기도 하였으며, 피해자에게 '쓸모없으니 죽어버려라'고 하며 자살을 종용하였고, 피해자 가족들을 해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여성단체들은 "피해자는 동영상이 유포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가족을 해치겠다는 협박 때문에 아르바이트하고 대출받아 마련한 돈으로 가해자가 요구하는 금품을 줄 수밖에 없었고, 그 금액은 수천만 원에 이른다"며 "더 이상 혼자서 가해자의 요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피해자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피해자는 "너무나도 억울하고 힘들다. 2021년 11월 6일 새벽 1시경 구속되어 있어야 할 피고인이 페이스북 대화를 했고, 경찰 유치장에 있어야 할 사람이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검사가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로 전환했다. 수사와 재판을 받는 내내 피고인이 찾아 오지 않을까 겁이 났다. 해꼬지하러 오지 않을지 불안에 떨며 살았다"며 "피고인은 불구속 재판을 진행하던 중 세 번 불출석 하여 구속영장이 나왔으나 이후 재판에 출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구속영장을 반납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피고인은 불출석을 반복하다 잠적했고, 재판이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피고인의 불성실한 자세인데 풀어준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재판을 기다리는 피해자는 불안에 떨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검찰과 법원은 모르느냐. 이 순간에도 피해자는 언제 어디서 피고인한테 위협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대체 왜 피해자가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피해자는 "피고인은 구속에서 풀리자 자신 명의의 핸드폰, 카톡 등 행적을 숨기고 계획적으로 잠적했다. 이런 사람을 잡기 위해 신상공개를 해야 한다"며 "피고인의 아버지는 교화를 다짐했지만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회피하고 있다. 피고인의 아버지는 도덕적 책임을 가지고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내려놓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자살 시도까지 했다고 한 그는 "저는 신고 이후에도 늘어지는 재판에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매일 정신과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며 "고인을 만나지 않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은 언제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함에 살고 있다. 제발 피고인의 신상공개를 해서 빨리 잡아 법의 처벌을 받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자꾸 한다. 딸은 2년간 협박을 받으면서 부모한테 이야기를 못 했다.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정말 살고 싶어서다"며 "가족들은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 피고인이 언제 재판받을지. 기약 없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딸과 가족의 피해는 너무 크다. 제발 가족이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여성 피해 사건에 대한 가해자의 구속률은 현저히 낮다. 이번 사건의 경우 구속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검찰과 법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사법기관이 지키고자 하는 대상이 국민이야. 그 국민에 여성은 들어 있는 것이냐"라고 따졌다.

여성단체들은 회견문을 통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들에 의한 폭력 피해에 취약하다. 피해 여성이 용기를 내어 경찰에 신고를 하고 사건 진행 중에도 피해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고통과 일상을 두려움은 물론이며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지명수배를 내린 것만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가해자가 구속되지 않은 상황에서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여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은 하루하루 고통과 두려움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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