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내아들도 이중직 목사…하지만” 2400 공감받은 생각

신은정 2023. 7. 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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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목사는 이중직 목회자인 막내아들이 운영하는 빈티지 옷가게에서 간혹 옷을 산다. 김 목사가 2019년 10월 페이스북에 '아들 가게에서 옷을 샀다'며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한국교회 원로인 김동호 목사가 또 다른 원로 이재철 목사의 발언으로 불붙은 ‘목회자 이중직’ 논쟁에 대해 밝힌 생각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김 목사는 실제 이중직으로 목회하는 아들의 예로 이중직을 찬성하면서도 이중직에 부정적인 의견을 낸 이 목사를 향해 막말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낸 목회자들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고 쓴소리했다.

김 목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목사의 이중직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전임 자리를 찾던 막내아들 이야기로 글은 시작됐다. 김 목사는 “(막내아들이) 이력서를 써가지고 이곳, 저곳 지원을 했지만 한 곳도 되는 곳이 없었다. 어느 날 지쳐서 들어와서는 ‘아빠 때문에 더 갈 데가 없어’ 툭 내뱉는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12월 마지막 주일까지 임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자신이 나서 막내 아들에게 이중직을 권했다고 털어놨다. “신문 배달하고 우유 배달도 해. 한 달에 150만원 벌면 살 수 있어. 그리고 그냥 교회를 시작해. 교인이 두 명이든 세 명이든 시작해. 미자립교회 미자립교회 하는데 미자립교회는 없어. 미자립 목사가 있을 뿐이지. 너만 자립하면 다 자립 교회야”라며 당시 아들에게 해줬던 말을 복기해 공유했다.

그는 “난 내 아들이 결혼하지 않았고 애가 없었다면 그냥 목회 한 우물만 파라고 권했을는지 모른다”면서 “그러나 나는 목사로서 목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내의 남편으로 아이의 아비로서의 책임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자기 밥을 굶는 건 괜찮지만 목사라고 아내 밥 굶기고 자식 밥 굶기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목회자가 사례비로만 생활하는 게 맞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런데 교회가 그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정말 형편이 안 돼서 그렇게 못 해주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그런 경우 목사가 스스로 이중직을 수행하면서까지 자기들을 버리지 않고 떠나지 않고 목회를 한다면 그것은 훌륭한 일이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리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 목사의 막내아들은 현재 이중직 목회를 한다고 했다. 주중엔 빈티지 옷가게를 하고, 주일에는 성도 10여명의 작은 교회를 이끈다. 김 목사는 “교인은 얼마 되지 않고 그러니 교회 재정도 빈약하다. 그래도 교회 재정은 늘 흑자다. 교인들의 헌금을 어디로 흘려보내야 할까를 고민하는 완전 자립교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하는 목사인 아들을 통해 이중직의 순기능을 목도했다. “아빠, 돈 버는 거 너무 힘들어” “그런데 목사들은 교인들이 그렇게 힘들게 돈을 번다는 걸 잘 몰라”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을 교회에 헌금한다는 걸 몰라”는 식의 이야기를 아들로부터 전해 들었다면서 “목사의 이중직이 무슨 목회의 새로운 대안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중직 목회의 장점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또한 “교회는 점점 쇠약해져 가고 있다. 교세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목회자의 생활비를 감당 못 할 교회는 점점 줄어들지 않고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그런 교회의 교인들은 목회자 없이 신앙생활을 해야만 할까’ ‘이중직을 하면서도 교회를 지켜주는 목사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는 반문을 던졌다.

이재철 전 100주년기념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12일 광주시 물댄동산교회에서 한 특강 발언이 이중직 목회에 대한 온라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유튜브 캡처

이중직 목회의 시대적 순기능을 역설한 김 목사지만, 최근 이중직에 부정적인 의견을 말한 이 목사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엔 되레 쓴소리를 냈다. ‘돈 버는 것에 혈안 돼 목회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본질에 집중하지 않은 채 이 목사를 향한 막말에 가까운 목회자의 반응을 꾸짖은 것이다. 김 목사는 “나는 이 목사님과 생각이 다르지만 왜 이 목사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는 충분히 안다. 그리고 그 말씀 하시는 바를 설령 이중직을 결심하고 결정한다고 하여도 그것을 결정하고 결심하기 전에 이 목사님이 말씀하시는 바를 숙고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목사님의 말씀을 숙고하다가 이중직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나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며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함부로 말하는 젊은 목회자들의 글도 읽어 보았다.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그는 “나 같이 목사의 이중직을 찬성하는 나 같은 늙은 목사는 젊은 목회자들에게 고리타분하지 않고 깬 목사라고 박수를 받고, 이 목사님 같은 주장을 하면 그런 비난과 비난을 넘어선 모욕을 당한다는 걸 아마 이 목사님도 아셨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에 개의치 않고 당신의 양심적인 주장을 서슴지 않으신 이 목사님의 용기와 진정성에 나는 오히려 존경을 표하고 싶다”고 쓰며 글을 마무리했다.

김 목사의 글에는 2400개가 넘는 ‘좋아요’가 쏟아졌다. “두 목사님의 다른 솔직함이 모두 공감된다” “서로 다른 생각을 틀렸다고 비난하기보단 서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식의 공감 댓글이 달렸다.

김 목사는 서울 높은뜻숭의교회의 담임목사를 내려놓고, 현재 에스겔선교회를 이끌고 있다. 이 목사는 서울 100주년기념교회를 섬기다 은퇴했다. 공교롭게도 두 목사는 암투병을 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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