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반도체 불모지' 인도와 손잡은 美…"투자 장벽 낮추라" 조언

정현진 2023. 7. 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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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싱크탱크 ITIF '인도 반도체 준비 평가' 보고서 초안 보니
"印 정부, 인프라 구축·세금 문제 등 해결 노력"

"인도는 반도체 제조 생태계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관세, 세금, 인프라 문제 등 ‘투자 장벽(investment barriers)’을 낮추는 조치를 추가하면 더 강력한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공공정책 싱크탱크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이 최근 인도의 반도체 산업 개발 준비 상태를 점검하고 마련한 보고서 초안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사실상 ‘반도체 불모지’인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이를 적극 지원하는 미국이 산업 육성에 필요한 요소를 제시한 것이다. 인도 투자를 검토 중인 미국 기업에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동시에 인도 측에는 미국의 시각에서 필요한 요소를 전달해 미 싱크탱크가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ITIF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연방·주 정부는 모두 자본 집약적인 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각종 규제, 세금, 인프라, 인센티브 등 반도체 업체들이 고민하는 요소를 해결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인도가) 엄청나게 성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중요한 건 인도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사업 환경으로 전환하려는 것을 장기 목표로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는 그동안 반도체 산업을 하기 까다로운 국가로 평가받아 왔다. IT 인력이 많아 팹리스(반도체 설계) 쪽에서는 일부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부족한 인프라로 인해 제조 부문에 있어서는 투자 우선 국가에서 밀려 있던 상황이었다. 인도는 정전이 자주 발생하고 물 공급이 불안정한 국가 중 하나다. 반면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물과 전기 등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공장이 365일 24시간 가동되는 만큼 인프라가 불안해 공장이 1초라도 멈추게 되면 그에 따른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ITIF는 보고서를 통해 인도가 안정적인 전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전력량은 총 410GW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 이 중 172GW가 재생 전력이다. ITIF는 1983년 이후 인도의 반도체연구소는 한 번도 정전이 된 적이 없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여기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투자 후보지로 주로 검토하는 인도 서부 구자라트시의 돌레라 지역은 용수나 물류, 철도 등 각종 인프라가 최근 빠르게 개선됐다고 ITIF는 덧붙였다.

인도는 반도체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세금이나 관세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섰다. 현재까지 인도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 100억달러(약 13조2000억원)를 포함해 반도체와 관련 분야에 총 300억달러의 지원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인도는 세금 제도가 복잡하기로 유명한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 중이다. ITIF는 "(최첨단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며 "투자를 결정할 때 기업은 세금에 대한 안정성과 확실성,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저지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가운데 나왔다. 미국은 각종 수출 규제로 중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중국을 대체할 반도체 생산 기지로 인도를 꼽고 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을 내놓고 자본 집약적인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상황에서 보고서가 나오게 것이다.

인도가 미국의 싱크탱크가 자국 반도체 산업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쓰는 데 협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 1월 미국과 인도가 첨단 부문 협력을 위한 이니셔티브 ‘iCET’를 발표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두 나라의 반도체 협회는 인도가 반도체 산업 개발지로 얼마나 준비가 이뤄졌는지를 평가하는 조사를 ITIF에 맡겼다. ITIF 위원단은 지난 5월 인도를 직접 방문해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나고 올 가을 최종 보고서 발표를 목표로 보고서를 작성 중인 상황에서 모디 총리가 방미하자 초안을 내놨다.

미국 반도체 업계의 인도에 대한 투자는 이미 첫 발을 뗀 상황이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최근 인도 서부의 구자라트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합의했다. 공장 건설에 총 27억5000만달러가 투입될 예정인데 이 중 50%는 인도 연방정부, 20%는 구자라트 주정부가 지원한다. 공장은 내년 말 가동된다. 반도체 제조 장비 업계 1위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도 인도 벵갈루루에 4년간 4억달러를 투자해 엔지니어링 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미국 램리서치도 인도에서 엔지니어 6만명을 양성하는 반도체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슈위니 바이슈나우 인도 정보통신부 장관은 내년 12월 인도에서 처음 제조된 반도체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바이슈나우 장관은 향후 4~5개의 반도체 공장이 인도에 세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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