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 다녀온 뒤 ‘귀’ 간지럽다면… ‘이 질환’ 의심해야

물놀이 후 면봉·귀이개 사용 주의해야
“만성 외이도염 진행될 수도… 초기 치료 중요”

서울 성동구 살곶이 체육공원에 개장한 ‘살곶이 물놀이장’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물놀이를 즐긴 후 귓속에 특별히 큰 문제가 없는 데도 귀가 간지럽다면 중이염이나 외이도염 등 염증 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귓구멍에도 피부 존재… 가려움증 있다면 외이도염·중이염 의심

귓구멍(외이도) 속에도 고막에 이르기까지 피부가 존재한다. 가려움증은 피부 질환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피부에 대한 물리적 또는 화학적 자극 때문에 생긴다. 

우선 병원을 찾을 정도로 심하게 귀가 가려운 것은 급성 외이도염인 경우가 많다. 외이도염은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통로인 외이도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세균이나 진균에 의한 감염이 원인이다. 주된 증상은 귀의 통증과 가려움증이다. 수영을 한 뒤 잘 생겨 외이도염을 ‘수영인의 귀(swimmer's ear)’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어린 아이의 경우 이러한 증상을 의심하기 어렵다. 말이 잘 통하는 나이에는 귀가 가렵다는 표현을 직접 할 수 있지만,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어린 나이에는 아이가 왜 귀를 긁는지 이유를 정확히 알기 쉽지 않다.

안용휘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어린이의 경우 급성 중이염이 있을 때 고막이 터지면서 고막 안쪽 고름이 귓구멍 쪽으로 새어 나오면서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며 “외이도염만 있는지, 중이염이 동반됐는지는 증상만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워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받고 그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항생제로 염증 치료, 산성 용액으로 산도 되찾아야

외이도염은 간단한 문진과 이경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단순 외이도염이라면 치료제를 통해 통증을 조절하고 외이도를 청결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항생제가 함유된 귀 안에 넣는 물약 또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가 섞인 이용액을 사용한다.

이후 외이도에서 분비물과 피부 괴사물 등을 조심스럽게 제거하고 산성 용액으로 세척, 외이도 산도를 되찾는 치료법이 이어진다. 정상적인 외이도는 pH 6.0 정도의 산성 보호막이 있어 균 증식을 억제한다. 동시에 외이도 피부는 지속적인 탈피와 귀지의 움직임으로 자연 세척이 이뤄진다. 

수영장 물, 면봉 사용 등으로 인해 외이도 산도가 변화되면 염증 방어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산도를 다시 찾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대부분 3~7일 이내로 호전되지만 염증이 외이도를 벗어난 것으로 의심된다면 뇌 기저부 골수염 감별을 위해 방사선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예방하려면 면봉·귀이개 사용 주의… ‘식초·물 요법’ 도움

물놀이할 때 또는 평소 외이도염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면봉으로 외이도를 닦지 않는 것이다. 귀에 물이 들어갔다고 해서, 귀가 가렵다고 해서 면봉으로 귀 안을 후비는 행동은 외이도 피부를 약하게 해 외이도염이 잘 생기는 환경을 만든다.

소량의 물기는 자연적으로 증발해 건조되도록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다. 당장 큰 물기가 들어가서 귀가 답답하다면, 물이 들어간 쪽의 귀를 바닥 방향으로 젖힌 후 털어주거나 콩콩 뛰어주면 도움이 된다. 뜨겁지 않고 세기가 약한 드라이기나 선풍기 바람으로 귓속을 말리는 것도 바람직하다.

안 교수는 ”귓구멍의 산성화를 위해 식초와 생리식염수를 사용하는 ‘식초-물 요법’도 추천한다. 식초와 생리식염수를 1:2 비율로 섞어 한 번에 3~4방울씩 귓구멍에 5~10분 정도 넣은 다음 닦아주는 것을 하루에 2~3차례 반복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처음에는 가벼운 가려움증으로 시작된 증세가 귓구멍을 긁게 만들어 피부 외상을 일으키면 염증이나 피부 손상이 더 심해져 진물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만성 외이도염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며 귀가 가려워도 귀 안을 건드리지 않을 것과 초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