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교육청 공무원들이 뇌물 받는 방법 설명한 이유는..."

김형호 2023. 7. 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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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지낸 김 전 전북교육감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 통해 부패 행정 민낯 고발

[김형호 기자]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자료사진)
ⓒ 전북교육청 제공
 
변호사: 교육감님! 전북교육의 비리가 엄청납니다. 어느 정도 알고 계시죠?
교육감: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규모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지요.
변호사: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교육감님이 그 자리에 계시는 4년 동안 100억 원만 챙기시면 교육감님은 매우 점잖은 교육감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실 겁니다.
교육감: 변호사님! 10억도 아니고 100억이라구요? 진담이세요?
변호사: 예. 그것이 사실입니다. 들어가서 보시면 아시게 됩니다. -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  24쪽.
 
충격적인 대화의 주인공은 김승환(70) 전 전북교육감과 검사 출신 전북지역 변호사. 이들의 대화는 김 전 교육감이 최근 펴낸 책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에듀니티)에 담긴 내용이다. 

대화 시기는 김 전 교육감이 임기를 시작했던 2010년 7월. 장소는 전라북도 전주시 중화산동의 한 식당. 버섯요리로 유명한 그 식당은 그가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헌법학) 교수 시절부터 자주 이용했던 곳이다.

교수 시절부터 신뢰를 갖고 친분을 이어오던 변호사와 식사하는 내내 김 전 교육감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4년 동안 100억만 챙기면 점잖은 교육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교육감이 챙길 수 있는 검은돈의 규모는 그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게 아닌가, 공사·납품·금고관리·입찰 등으로 교육청과 계약을 맺는 수많은 사업자는 그런 검은 거래를 알고 있을 텐데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인가?'

변호사의 '100억' 발언의 진실성 여부를 파악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김 전 교육감은 책에 썼다. 돈을 챙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었다, 공사계약 총액에 리베이트 비율을 곱하면 그 돈이 소리소문없이 교육감에게 돌아오는 돈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교육감이 챙긴다면 교육청 간부들과 실무진은, 비리를 감시·적발·제재해야 하는 기관은 전혀 몰랐다는 것인가.

김 전 교육감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교육감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엄청난 규모의 검은돈을 혼자 챙길 리가 없다, 그랬다가는 바로 잡히게 돼 있다, 전모를 모를 수는 있으나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검은돈을 매개물로 삼아 '검은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지 않았을까.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내리 3선을 한 김 전 교육감이 재임 시절을 돌아보며 쓴 480쪽 분량의 책에는 독자에게 당혹감을 안겨줄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본문 중간중간에는 김 전 교육감과 국회의원, 검사, 변호사, 방송사 보도국장, 기자, 교육청 간부와의 대화가 '날 것' 그대로 담겨 있다.

목차 소제목만 보더라도 '건설업자들과의 만남', '100억 원 이야기', '뇌물의 정석', '상납구조', '교육금고', '정치권력이 좋아하는 기관장', '미행 감시', '3억을 쓰다', '명절 선물', '시민단체와 선출직 공직자', '언론과의 관계 정립' '(보도하려면) 보도하세요' 등 충격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이 펴낸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
ⓒ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 페이스북
[# 장면 1. 뇌물의 정석] 뇌물은 어떻게 받나 
교육감: 내가 참 궁금한 게 있거든요.
직원: 네. 교육감님, 말씀하십시오.
교육감: 내가 만일 이 자리(집무실)에서 뇌물을 받는 경우, 내일 아침에 어떻게 그 직원의 얼굴을 볼 수 있지요?
직원: 아~ 그거요? 교육감님이 모르셔서 그러시는데요. 뇌물을 받는 순간, 교육감님과 그 직원 사이에는 신뢰 관계가 생기는 것입니다.
교육감: 신뢰 관계라고요?
직원: 예. 그 직원은 교육감님이 나를 믿어주시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교육감: 또 하나, 뇌물은 뭘로 주는 거죠?
직원: 예에. 원화나 달러를 드리는 것이지요. 지폐요.
교육감: 달러는 유에스(US) 달러이고요?
직원: 예. 미국 달러입니다. 단 원화든 미화든 신권이 아니라 구권으로 줘야 합니다.
교육감: 신권은 일련번호로 나가니까 그런가요?
직원: 예. 그렇습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교육감: 뭔데요?
직원: 금으로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뇌물을 드리기 위해 이 방으로 들어오면 단 한마디도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목례만 간단히 하고, (저의 책상 왼쪽 위를 가리키며) 저 위에 조용히 놓고 나가면 됩니다.
교육감: 얼마인지 세지 않고 그냥 나가는 거예요?
직원: 예 일단 그대로 나갑니다. 나간 뒤에 얼마인지 확인해 보겠지요. 금액이 맘에 들지 않으면 비서실 직원이 조용히 연락해서 가져가라고 합니다.
교육감: 그다음에는요?
직원: 그 직원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요. 다시 더 채워서 가지고 오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결례를 저질렀습니다'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조용히 책상에 두고 갑니다.
교육감: 그렇게 하는 것이군요. 알았어요. 설명해줘서 고마워요. 가서 일 보세요.   - 책  43쪽. 

[# 장면2. 학교시설 개선 연계 '뒷돈'] 얼마를 준비하면 될까요?
직선 교육감 1기 직무 초반의 일. 도내에서 상당히 큰 규모의 사립학교로부터 기숙사가 낡아 리모델링 해야 한다는 건의가 계속 들어왔다. 직접 학교를 찾아 둘러보니 시설이 낡았다고 당시 김 교육감은 판단했다. 사무실로 돌아와 직원을 보내 상태를 파악한 뒤,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서면 예산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여러 직원이 학교를 찾았고, 그 중엔 외부에서 들어온 임기제 공무원(이른바 어공)이 포함됐다. 학교 관계자는 임기제 공무원이 실세일 거라 짐작했는지 중요한 말을 했다.
 
사립학교 관계자: 저희가 얼마를 준비하면 될까요.
전북교육청 직원: (말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예? 뭘 준비하시는데요?
관계자: 저희가 준비해야 하는 게 있지 않습니까?
직원: (그제야 감을 잡고) 지금 세상이 바뀐 것 모르십니까? 도교육청이 지원한 예산은 한 푼도 빼지 말고 다 공사비로 쓰셔야 합니다. 잘못하다간 큰일 납니다.
관계자: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그러면 저희가 행정실 직원 한 명을 채용해 드릴까요?
직원: 예? 행정실 직원 한 명을 채용해 준다고요? 원래 그런 식으로 일합니까? 딴생각 마시고 예산을 다 투입해서 제대로 공사를 하세요.  -책 34쪽.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이 지난 6월 24일 '창비학당'에서 진행한 출판기념 북토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 페이스북
 
[# 장면 3. 언론의 민낯] 당신 수준도 이 정도였어?
김 전 교육감은 2010년 7월 취임 후 한 행사장에서 전북지역 한 TV 방송사 보도국장을 우연히 만났다. 친분이 있던 사이였다.
 
보도국장: 교육감님! 도내 메이저 언론사 보도국장, 편집국장들과 교육감님이 정례적으로 만나는 것 알고 계십니까?
교육감: 금시초문인데요. 그런 모임이 있습니까?
보도국장: 예. 있습니다.
교육감: 그래요? 그럼 만나야지요. 만납시다. 그런데 메이저 언론사는 어디를 가리키는 것이지요?
보도국장: 예. TV 방송사 3개, 라디오방송사 1개, 신문사 3개입니다.  책26쪽. 

그로부터 며칠 후 전주시 중화산동 어은터널 입구 가까운 곳 길가 왼쪽에 자리 잡은 한정식집. 언론사 간부 7명이 나와 있었다. 김 전 교육감은 '그' 보도국장 옆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그' 보도국장이 말을 꺼냈다.
보도국장: 교육감님! 과거에는 도교육청 인사철이 되면 제 데스크 위에 쪽지가 (두 주먹을 달걀 모양으로 모으면서) '이렇게' 쌓였습니다.
교육감: 그런데요?
보도국장: 그런데 교육감님이 바뀌고 나서 단 한 장도 들어오지 않네요.
교육감: 그게 어떻다는 것이지요?
보도국장: 그랬다는 것입니다.  - 책 27쪽.

김 전 교육감은 그 순간 '다른' 보도국장 한 사람의 표정을 살폈다. '당신 수준도 이 정도였어?'라는 생각으로 그 사람을 본 것이다. 평소 그 간부는 '조금은 다르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 간부는 김 전 교육감을 정면으로 보지 못했다. 소위 메이저 언론사의 보도국장, 편집국장과의 만남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책에는 교육청의 금품 수수 관행, 국회의원과 지역 언론사 간부들의 각종 청탁, 청탁을 거부한 이후 계속됐던 모 언론의 보복성 기사, 학교 식재료 납품 비리, 검찰 및 경찰과 협력해 각종 비리를 단죄한 이야기 등 부패와 관련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쓰여 있다.

김 전 교육감은 글머리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교육감 생활 12년을 돌아보는 글들로 구성했다. 교육계의 어두운 부분이 많이 나오지만, 밝은 부분도 적지 않게 나온다. 어두운 부분은 부정부패에 관한 것이다. 부정부패의 규모와 양태를 있는 그대로 썼다. 독자에 따라선 픽션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었고',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나라 공직사회 어느 곳에서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저는 우리 대한민국을 가리켜 '총체적 부패공화국'이라고 말한다. (중략)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수명은 5년을 넘기기가 어렵다. 그 주된 원인은 역시 정치권력과 언론의 교육에 대한 무지와 교육 폭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승환 "교사든, 교육청 직원이든, 교육감이든 자존감을 가져야"
  
 김승환 전 전북도교육감. (자료사진)
ⓒ 권우성
<오마이뉴스>는 지난 1일과 2일 총 세 차례에 걸쳐 <나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아이들>을 통해 부패 행정의 문제점을 고발한 김 전 교육감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 집필 동기가 무엇인가. 도(道) 단위 기관장을 지낸 이가 이런 종류의 경험담을 구체적으로 담아 쓴 책은 흔치 않은데.

"퇴임 후 지켜보니 금방 상황을 뒤집어버리겠더라. 알베르 카뮈의 책 '페스트'에 빗대 '부패균'이라는 용어를 종종 쓴다. 이건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는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권력이 존재하는 한 이건 반드시 따라간다. 좀 고급스럽게 표현하자면 호흡 조절하고 있는 것이지, 조건만 맞으면 바로 되살아난다."

- 교육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를 꼽자면 '자존감'인 것 같은데.

"교사든, 교육청 직원이든, 교육감이든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교육감으로서 교직원 자존감을 높이는 데 힘썼다. 자존감을 가져야 부패 유혹을 물리치고, 실력을 기르며 직분에 충실할 수 있다. 부정부패를 지우는 과정에서 결국에는 교사든 직원이든 자존감이 높아지게 된다. 자존감 때문에라도 공직자들이 부정부패에 빠져들지 않는다.

책에도 썼듯이 12년 내내 직원들로부터 '이전에는 저희 모두 돈을 주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돈을 주고 보직을 사고 승진한 이들이 자존감을 가질 수 있나. 부패하지 않고 실력을 기르며 아이들을 위해 근무할 수 있을까. 이게 꼭 교육청만의 문제, 지방의 문제만이 아니다. 중앙정부 공직자도 마찬가지다.

저는 또한 헌법학자 출신 교육감으로서 기자들, 특히 취재 기자들의 자존감을 굉장히 중시했다. 취재 기자들 자존감이 탄탄할수록 대한민국 언론은 살아난다. 한 출입기자가 제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어차피 교육감님한테 청탁 넣어봐야 안 통한다고 그래서 회사 심부름이 없어 편했다'라고."

- 10년도 지난 이야기가 책에 있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책머리에선 경험한 그대로 썼다고 했지만, 어떻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복원할 수 있었나. 

"6월 10일 책을 낸 이후 북토크 할 때 객석에서 같은 질문이 나왔다. 나는 집중력 문제라고 본다. 인상적인 내용은, 딱 그 순간 스토리와 배경이 머릿속에 입력된다. 예를 들어 버섯전골 요리집(앞서 4년 동안 100억만 챙기면 점잖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는 그곳)에서의 대화를 놓고 보면, 지금도 딱 대화 전체 내용과 장소, 시기 등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또 대화라는 게 모두 상대가 모두 있지 않은가, 지어낼 수 없다. 모두 경험한 그대로다."

- 100억 원 이야기가 책을 통해 처음 공개된 것인가.

"교육감 시절 간부회의나 내부 강연 등에서 일부 언급한 적은 있다. 기사화된 내용은 지금까지 제가 알기로는 없다."

- 책 내용만 보면 검은돈을 끊고, 선거 공신도 챙기지 않고 원칙대로 임무를 수행한 것 같다. 한국 정치 풍토를 고려한다면 선출직 당선이 쉽지 않았을 것도 같은데 3선을 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개입하지 않는 선거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당이 공천하지 않으니까. 만약 교육감 선거도 정당 공천제였다면 저를 공천할 정당은 없었을 것이다."

- 뇌물 받는 법을 묻는 교육감 질문에 직원이 구체적으로 답하는 대목이 있다. 교육감이 묻는다고 해도 직원들이 제대로 밝히지 않을 수도 있는데. 

"취임 초부터 부패 청산 의지를 밝혔다. 취임 후 조회 때 부패 청산 의지를 강조하면서 '교육감인 나도 인간인데, 한순간 그 부정한 돈에 대한 유혹에 빠져서 손을 댄다면(뇌물을 받는다면),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지라는 생각이 들 때, 곧바로 나는 자진하겠다'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이런 부패 청산 의지를 두고 도교육청 직원들이 처음엔 긴가민가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저 사람은 정말 뒷돈 안 받는구나' 하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이런 신뢰가 쌓이며 직원들이 이런 저런 속 얘기를, 내가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 책에는 교육청 직원들이 12년 동안 '저희는 예전에 돈 주고 자리를 얻었어요'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사실이다. 그러니까 장학관 한 사람이 저희 장학사 할 때는요 학교에 수금하러 다녔어요. 그 대화 장소에 장학사, 장학관이 여럿 있었는데, 이구동성으로 웃으면서 '저희는 (이전에)그렇게 살았아요'라고 했다. 모두 실제 대화다.

한 가지 더 꼭 말하고 싶다. 이게(뇌물 수수 등 부정부패) 전북 교육계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교육계 전체에 다 있다고 봐야 한다. 아니 교육계, 지방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공직사회 전체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까 국민께서 생각할 때 이 기관, 이 조직에서는 그런 것이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게 대한민국엔 없다. 전북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공직사회 전반에 일반화돼 있다. 그게 바로 개별성이면서 동시에 보편성인 거다. 전직 교육감 김승환이 바라본 대한민국은 총체적 부패공화국이다. 이렇게 썩은 나라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국가로 서 있는 자체가 나는 기적이라고 본다. 썩어도 너무 썩었다."

- 책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인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게 아닐까. 지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싸운다. 그런데 큰 틀에서 보면 정당이라는, 정치권이라는 큰 집단을 이루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성향도 다르고, 경쟁하지만 결국 언론 전체의 명예와 관련돼 있으면 바로 본능적으로 카르텔을 형성한다. 전체가 침묵하는 게 낫다고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언론이 중앙집권화된 것도 문제다. 지방 문제, 지방 뉴스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 책 곳곳에 언론과 언론사 간부에 대한 적개심이 엿보인다. 그들과 적당히 타협했더라면 불필요한 잡음이나 에너지 소모 없이 더 많은 일을 이루지 않았을까.

"적개심이라기 보다는 강한 분노였다. 교육감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부정부패를 없애겠다, 청렴한 전북 교육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근데 이것만으로는 3선을 할 필요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저는 아이들이라는 가치를, 절대 가치로 삼았다.

전북은 정치 사회적으로 그동안 소외돼 있었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내 꿈은, 내 삶을 다 걸고 우리 전라북도를 아이들 천국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

그럼, 아이들 천국은 뭐냐. 너희들이 가장 즐거운 게 뭐야, 라고 물었을 때 학교에 가는 거예요, 라고 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너희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야, 라고 물으면 엄마 아빠 선생님, 이렇게 답하면 그게 천국 아닌가. 그럼 학교 가면 뭐가 좋은데, 라고 물으면 선생님 만나고요, 친구 만나고요. 공부는 그다음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 전라북도를 만드는 게 내 꿈이었다."

- 정치할 생각은 없나. 

"없다. 에너지가 모두 소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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