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나 '근거' 없는 사람들 "교육공무직법 통과 바랍니다"
[신재용 기자]
* 이전 기사 "선생님과 학생들을 모두 돕는, 저는 교무실무사입니다"에서 이어집니다. https://omn.kr/24kqn
- 직무연수를 받는 게 있나요? 직무연수가 필요하다면 어떤 연수가 필요하고, 왜 필요한지 말해주세요.
"교무실무사 직무연수가 있는데, 수강인원이 제한돼 있어요.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사람이 생기죠. 연수를 많이 못 받는 게 아쉬워요. 직무연수 내용은 다양한데, 유튜브 관련해서 어떻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지, 휴대폰으로 영상 어떻게 올리는지 알려주는 거라던가, 인간관계에 관한 내용도 있죠.
바람이 있다면 K-에듀파인(차세대 지방교육행·재정 통합시스템)이나 나이스(NEIS)처럼 사용하는 프로그램 연수를 세부적으로 해줬으면 좋겠어요. K-에듀파인의 공문 관련한 연수는 없더라고요. 전반적으로 교무실무사는 K-에듀파인을 많이 쓰고 나이스도 쓰는데, 관련 연수가 필요하죠. 업무를 맡게 되면 개인적으로, 알아서 배우거든요."
다른 교무실무사 역시 연수 기회가 부족하고, 전문적인 연수 없이 업무에 투입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교사들에게는 그 업무를 하는데 필요한 연수 기회가 많아요. 그런데 공무직은 항상 제외돼요. 학적 연수가 매해 있는데 교사를 위한 연수지, 공무직을 위한 연수는 거의 없어요. 연수 없이 매뉴얼 주고 '알아서 해' 이거죠. 방과후 업무도 마찬가지고요. 연수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마다 찔끔찔끔 줘요. 전문성을 가지고 해야 하는 업무인데도 전문성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게 문제죠.
(연수) 인원 제한이 있어서 듣고 싶어도 못 듣는 분도 있어요. 연수 기회가 제공돼도 교무실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실무사 2명이 있다면 둘 중 하나만 가라고 해요. 언젠가는 해야 하는 업무이고, 공통으로 들어야 하는 연수인데도요. 교사, 공무원은 신규 임용된 사람에게 연수하는데 공무직은 없어요. 채용과 동시에 계약서만 쓰고 바로 학교로 투입이에요."
- '학급당 또는 학생당 교무실무사 인원 수(배치기준)'가 정해진 게 있나요?
"한 학교당 교무실무사가 1명 배치된 거로 알아요. 여기에 30학급 이상이면 한 명을 추가해요. 저는 시골 학교라 그런지 업무량이 적당한데, (전주) 혁신도시처럼 학생이 많은 곳은 업무량이 많죠."
▲ 무주초등학교 전경 |
ⓒ 신재용 |
- 일부 지역은 직종통합이 진행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과학실에서 과학 관련 업무를 하던 과학실무사에게 느닷없이 교무실에 와서 교무 관련 업무를 하라고 하면 어떻겠어요? 교무 업무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난감하겠죠.
그동안 그 업무를 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하라는 건 말도 안 되죠. 연수를 충분히 시켜준다면 모르겠는데 직종통합하는 거를 살펴보면 관련된 연수가 충분하지도 않고요. 직종통합을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기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을 거예요."
"교사들에게 행정실 가서 업무 보라고 하면 가능할지, 행정실 직원들에게 아이들을 지도하라고 하면 가능할지. 그게 된다면 직종통합도 가능하죠"라고 하는 실무사도 있다. 이 실무사는 "행정실 업무는 행정실만의 고유 회계 업무고, 교무실 업무는 교무실만의 학적 업무 등 초중등교육법을 다루는 업무예요. 관계 법령이 다른 업무를 하는데 전문성 구분 없이 직종을 통합하면서 사전 교육 없이 사람을 투입해요. 당연히 주먹구구식으로 업무처리가 되겠죠. 직종통합은 하면 안 돼요"라고도 했다.
직종통합이 된 지역은 행정, 과학, 교무 등을 모두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맞냐' '저렇게 하는 게 맞냐' '사전지식 없이 일해야 하니 어렵다'라는 식의 아우성이 들린다. 어떤 학교에서는 3명이 새로 채용됐는데, 2명이 한 달도 안 돼서 그만뒀다. 3월 1일 자로 학교에 와서 바로 급여 업무에 투입됐다가 그달의 월급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고, 그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 일하면서 서운했던 일, 또는 기쁘거나 보람찼던 일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교사나 공무원들은 성과급이라는 게 있어요. '누구는 뭐 받았다'라는 식으로 등급을 매기면서 받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 좀 화가 나요. 학교에서 같이 일하는데 저는 못 받잖아요. 그 성과급이라는 게 저의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는 건데요.
반대로 많은 사람과 친해지고, 다른 학교로 가셨는데 그동안 고마웠다고 제게 편지를 써주신 분도 있어요.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저 같은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 기쁘죠. 나로 인해 많은 도움이 됐고, 저를 많이 알아봐 주고 찾아주는 게 감사하죠.
전에 근무했던 곳에서의 아이들이 인사하고 알아봐 줄 때도 그렇고요. 실제 전에 같이 일했던 선생님들과 자주 연락하고, 선물도 받고 그래요. 그리고 사람을 많이 알아가고 모임도 함께 하는 거요. 여러 분야에서 사람을 많이 알아가는 게 좋더라고요."
- 임금, 처우 외에 교무실무사로서 가장 큰 요구나 바람은 무엇인가요?
"교육공무직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잖아요. 이 법이 빨리 통과됐으면 해요. 학교 구성원 중 교육공무직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거잖아요. 그래야 사람들도 학교에는 공무직도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인정받고 싶고, 법이 통과되면 공식적인 구성원이 되는 만큼 책임감도 더 생길 겁니다.
아직까지 일부 학교에서는 차별을 많이 해요. 비정규직이니까 동아리 같은 것을 못 하게 한다던가요.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같이 일하는 학교 구성원으로서, 자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함께 인정받고, 다 같이 존중했으면 합니다."
초중등교육법 제19조 제1항은 '학교에는 다음 각 호의 교원을 둔다'는 내용이며, 제2항은 '학교에는 교원 외에 학교 운영에 필요한 행정직원 등 직원을 둔다'라고 돼 있다. 이 행정직원은 각종 공무원 관련 법과 규정을 적용받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을 의미하며, 근거 법령이 없는 교육공무직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처럼 교육공무직은 20년 가까이 법적 근거 없이 교육 현장 이곳저곳에서 일해왔다. 국가 공교육은 '교육행정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법적 근거를 기초로 이뤄진다. 그런데도 교육공무직을 규정하는 법적 근거는 없고, 교육공무직에 대한 교육당국의 책임성은 부족했다. 교육공무직 인력 운영은 안정적이지도, 체계적이지도 않다. 교무실무사 입장에서 보면 학교는 안 맞는 톱니바퀴를 억지로 굴리고 있다. 새로 채용된 사람들은 중도 포기하고,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인력 충원이 안 되니 과부하에 걸리고 있다.
예컨대 코로나19 초기 교원과 공무원에게는 모두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공문이 각급 학교로 내려갔는데 교육공무직에는 아무런 공문이 없었다. 교육청마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를 '방학의 연장'이라느니, '방학은 아니지만 출근 의무는 없다'는 등 제각기 해석했다.
그동안 교육공무직은 학교에 출근하지 못하면서 휴업수당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가 뒤늦게서야 재택근무 공문이 내려오고, 처우 관련 대책이 발표됐다. 이처럼 교육공무직은 처우나 복무 등에서 차별받고 있으며, 교육복지는 확장되고 있지만 인력 충원은 부족하다. 교육정책에선 실무를 담당하거나 주체로서 사업을 이끌어가기도 하지만 하나의 수단으로만 취급되고, 협의 대상에서는 거의 배제된다.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신분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지방교육자치법에 관한 법률(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 등 이른바 '교육공무직법'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일각에서 '공무원 시켜주는 법'이라는 반발이 있지만, 법을 조금만 보면 교육공무직을 공무원으로 전환하라는 내용은 없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 제33조 제1항과 제2항에는 교육기관에 지방공무원과 국가공무원을 둘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제3항과 제4항으로 '공무원이 아닌 직원으로 교육공무직원을 둘 수 있다', '교육공무직원의 정원과 채용, 복무 등에 관하여 법령이 정한 기준에 따라 조례로 정한다'를 새롭게 추가하는 것이다. 즉, 교원, 공무원과 별도인 '교육공무직'이라는 새로운 법적 근거를 만드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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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기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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