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엔 안 팔아"…반도체 빗장 닫는 美 동맹, 韓 선택지는?

조인영 2023. 7. 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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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이어 네덜란드도 수출 규제 강화…미 주도 공급망 구축에 힘 실어
中 반도체 자급률 제고 움직임 충분히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듯
중국서 반도체 절반 생산하는 韓, '전략적 무대응'으로 중심 지켜야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 네달란드 ASML 본사의 로고. ⓒ AP/뉴시스

일본에 이어 네덜란드가 대중국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반도체 공급망 핵심축인 소재·부품·장비, EUV·DUV(극자외선·심자외선 노광장비) 공급을 차단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확실히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중 반도체 주도권 싸움에 반도체 동맹국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한국 역시 참전 요구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에 적지 않은 제조시설을 두고 있는 K반도체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같은 양자택일 요구에 '전략적 무대응'으로 일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생산 설비를 선적할 때 정부의 수출 허가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9월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이 조치에 해당하는 제품은 반도체 노광장비 제조업체인 ASML이 생산하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가 포함한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부터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중국 수출을 금지해왔는데, 이번에는 EUV와 비교해 이전 세대 기술 제품인 DUV 장비마저 수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이 7월부터 첨단 반도체 장비 등 23개 품목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네덜란드 역시 대중국 규제에 동참하면서 미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정책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미국은 지난해 7월 '반도체와 과학법'을 통과시킨 뒤 석 달 뒤인 10월 대중국 수출 통제 정책을 시행하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저지에 나섰다. 이 뿐 아니라 반도체 공급망 핵심축인 일본(소·부·장), 네덜란드(EUV 장비) 참여를 요청했는데, 이들이 미 요구에 호응하면서 강력한 반도체 연합전선이 구축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일본, 네덜란드가 대중국 규제에 나서기로 한 것은 그만큼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반도체 자급률 제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양쯔메모리(YMTC)는 지난해 232단 3D 낸드 플래시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혀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D램 제조사인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3D D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확보하면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이 의존하고 있는 네덜란드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지난해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제품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7나노 제품 제조시 EUV 장비가 아닌 DUV를 활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위협을 느낀 미국, 네덜란드가 수출 통제 수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미국은 연방정부와 공공기관의 중국산 반도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놨다. 군 병력·장비 지휘 관련 통신·정보망 등을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제재하겠다는 것으로, 해당 법안은 5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시행된다.


이 같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반발해 중국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도체 기술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은 더욱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기술 확보(탈취)를 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SMIC 건물 전경ⓒSMIC 홈페이지

미·중 반도체 주도권 싸움이 격화되면서 공급망 한 축을 담당하는 K반도체에도 양국이 참전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실제 중국이 마이크론 반도체 제재안을 발표할 당시, 한국 업체들이 그 부족분을 채우지 말라고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양국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는 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좌절시키고 미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 시도에 동맹국을 끌어들이는 시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과 SK로서는 이 같은 요구에 '전략적 무대응'으로 일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40%를, SK하이닉스가 우시와 다롄에서 D램과 낸드를 40%, 20% 생산할만큼 중국 내 생산 규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미 정부의 요구에 호응하게 되면 한국 반도체는 앞으로 중국 배척에 나서겠다는 시그널을 주게 된다. 이에 반발한 중국이 경제 보복으로 응수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양국과의 협력이 필수 불가결한 한국으로서는 밖으로는 최대한 경제적 실리를 도모하되, 안으로는 초격차 기술 개발로 우리 입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한 일본·네덜란드의 기술 규제는 반도체 공급망을 비롯해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가 충분히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개별 기업 단위로는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에 민·관이 협력해 유연한 대응을 지속해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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