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정전 70주년…한미 NCG 첫 회의에 北 열병식
정전협정 70주년…北, 전승절 70주년 열병식
"정찰위성 재발사 강행…무력 도발 가능성도"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두고 한미가 이달 중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를 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북한은 대대적인 열병식을 열어 국면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예고한 정찰위성 재발사를 강행하거나 북핵 대응에 관한 한미의 움직임에 맞춰 무력 도발로 대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3일 외교·안보 당국에 따르면 NCG 첫 회의가 이달 중 개최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한미 당국 간에 주요 의제 등을 놓고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현동 주미대사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이 정찰위성 재발사를 공언한 상황에서 한미 각급은 관련 동향을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 간의 핵협의그룹 첫 회의 개최를 위한 논의도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NCG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담긴 핵심 사안 중 하나다. 확장억제에 관한 구체적인 고위급 상설협의체로, 한국과 미국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핵운용에 대한 공동기획 및 실행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군의 핵전력에 우리 군의 재래식 전력을 조합하는 전략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워싱턴 선언에서 명문화된 '미 전략핵잠수함(SSBN) 한반도 기항'이 NCG에서 논의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미국의 핵추진잠수함(SSGN) '미시건함'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바 있다. SSBN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하며, SSGN은 토마호크 순항유도탄 등을 이용해 타격 임무를 수행한다는 차이가 있다.
북한은 오는 27일 전승절 70주년에 맞춰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정전협정 체결일을 '승리한 날'로 포장하는 것인데,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인 만큼 신형 무기체계를 대내외에 선전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월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선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하고, 두 달 만인 4월 시험발사에 나선 바 있다.
'안보 이슈' 몰린 7월…北, NCG에 도발로 응수하나
남과 북의 안보 일정이 겹친 이달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계속 고조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상반기를 결산하고 하반기로 넘어가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점에서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식량난으로 흔들린 민심을 가라앉히고, 연말까지 대외적으로 강경 전략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지을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이미 북학은 5월 정찰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6월 당 전원회의, 7월 전승절 열병식으로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리려던 '최상의 시나리오'가 완전히 틀어진 상태다.
정찰위성 재발사는 단기간 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지만, 일각에선 분위기 전환과 결속을 노린 북한이 무리해서라도 재발사를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패한 엔진이 신형이라면 성능이 보장된 구형 엔진으로라도 재발사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북한은 위성 실패 당일 "신형 발동기체계(엔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졌다"고 사고 원인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NCG 일정에 맞춰 무력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북한은 통상 여름철이자 농번기인 7~9월에는 도발을 자제했지만, 무력 시위가 집중됐던 지난해엔 이 시기 6차례에 걸쳐 방사포·순항미사일·탄도미사일 등 도발을 감행한 바 있다. 올 들어 '김정은의 업적'으로 마땅히 내세울 것이 없는 북한 입장에서 한미 간 '핵' 협의는 도발의 명분으로 삼을 여지가 충분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7월이 한반도에 매우 중요한 한 달이 될 것"이라며 "그간 총력을 기울여온 정찰위성이 실패한 만큼 김정은의 업적을 부각하기 위해 전승절을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식량난을 비롯해 내부 상황이 매우 안 좋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어, 북한도 하반기로 넘어가기 전 승부를 걸어야 하는 입장"이라며 "열병식이나 도발 등을 통해 다시 분위기를 잡고 연말까지 끌어갈 것인지, 혹은 대화로 나올 명분을 만들어야 할 것인지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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