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부' 尹 경고에…통일부 "북한인권 주력할 것"
통일부 "북한 비핵화 및 인권문제에 주력"
외교관 출신 문승현 신임 차관, 오늘 취임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한 데 대해 통일부는 '북한인권' 문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북 강경론자'로 꼽히는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내정하고, 차관에는 '외교관 출신' 문승현 주태국대사를 지명했다. 교류·협력에 치중해온 부처의 무게추를 대북 압박으로 개편하겠다는 의도로 평가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대로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을 수립·추진해 나가겠다"며 "담대한 구상에 따른 북한 비핵화 및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통일부 장·차관을 모두 외부 인사로 내정한 데 이어 전날 통일부를 향해 직접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는 달라질 때가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일부는 북한 동향 분석과 대응, 북한인권 관련 업무 등을 주로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책성 경고로도 읽히는 윤 대통령의 이번 메시지는 통일부의 역할을 '교류·협력'에서 '대북 압박'으로 옮겨가는 한편, 지난 정부를 거치면서 통일부 본연의 기능이 변질됐다는 인식도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변화가 일각에서 비판하는 '극우 개각'이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부처 고유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구병삼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변화 주문에 따른 방향성에 대해 어떤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지' 묻는 말에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른 통일정책을 더욱 충실하게 수립·추진해 나가라는 의미로 대통령의 말씀을 이해하고 있다"며 "그에 따른 구체적인 진행과 추진 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계속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달라져라" 통일부 쇄신…'교류·협력' → '대북 압박'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현재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 내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에서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첫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남북 대화에 집중해온) 통일부의 업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을 상기하며 "앞으로 원칙 있는 대북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자유·평화·번영의 3대 비전을 밝히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북한을 지목한 바 있다.
교수 시절부터 중요성을 역설해온 '북한인권' 문제에 관해서도 거듭 의지를 드러냈다. 김 후보자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는 사실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학자로 봤을 땐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대단한 관심을 끌었고, 이 문제의 당사자인 통일부가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만큼 인권 문제도 보편적 가치로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통일부에 대한 쇄신 인사가 '평화 통일'이라는 순기능까지 훼손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남과 북은 2019년 이른바 '하노이 노 딜' 이후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북한은 지난 4월부터 통신선까지 완전히 끊어버린 상태다. 이산가족 상봉, 납북자 송환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화 가능성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문승현 신임 차관은 이날 임명장을 받고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문 차관은 외교부 북미국장, 주미대사관 정무공사, 주태국대사 등을 두루 거친 '정통 외교관'으로, 외교관 출신 통일부 차관은 부처 출범 이래 처음이다. 향후 윤석열 정부가 북한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에서 대북 압박 공조를 선도할 경우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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