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했던 4년의 우승 가뭄…‘오렌지 보이’ 파울러가 끝냈다

고봉준 2023. 7. 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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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키 파울러가 3일(한국시간) 열린 PGA 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을 제패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다른 우승을 위한 4년의 여정이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오렌지 보이’ 리키 파울러(35·미국)의 우승을 이렇게 표현했다. 파울러는 3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골프장에서 열린 로켓 모기지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콜린 모리카와와 애덤 해드윈을 연장에서 꺾고 정상을 밟았다.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 합계 24언더파 264타를 기록한 뒤 연장에서 홀로 버디를 낚아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 2월 피닉스 오픈 이후 4년 5개월 만의 정상 등극이자 통산 6승째다. 우승 상금 20억8000만 원.

1988년생인 파울러는 PGA 투어에서 손꼽히는 인기 스타다. 빼어난 실력과 잘생긴 외모로 많은 팬들을 매료시켰다. 패션 센스도 한몫했다. 오렌지색 계열의 옷을 잘 소화해 오렌지 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듬해에는 국내에서 열린 코오롱 제54회 한국오픈을 제패해 국내 골프팬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PGA 투어에서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0년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했다. 또, 2012년 웰스 파고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2019년 피닉스 오픈까지 통산 5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후 지독한 우승 가뭄이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산 기간을 전후해 정상권에서 멀어졌다. 그 사이 무릎 부상도 있었고, 13년을 함께한 캐디 조 스코브론과도 갈라졌다. PGA 투어는 “이 기간 파울러의 남자골프 세계랭킹은 계속 떨어졌다. 한때 4위까지 올라갔지만, 점점 순위가 내려가더니 2021년 4월 처음으로 100위 바깥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9월에는 프로 데뷔 후 가장 낮은 185위를 기록했다”고 했다.

이렇게 명성을 잃어가던 파울러. 그런데 올 시즌은 이야기가 전혀 달랐다. 개막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샷 감각을 뽐내면서 6차례 톱10을 기록했다. 우승 기회도 다가왔다. 지난달 열린 US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마지막 날 무려 5타를 잃어 생애 첫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아쉬움을 삼킨 파울러는 이번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별명처럼 오랜지색 유니폼을 입은 1타차 단독선두 파울러는 전반에만 버디 3개를 잡아 순항했다.

2011년 열린 코오롱 제54회 한국오픈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와 양용은, 리키 파울러(왼쪽부터). 연합뉴스

물론 경쟁자들의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앞조의 모리카와는 무려 8타를 줄여 먼저 24언더파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다. 같은 챔피언조의 해드윈도 17번 홀(파5)에서 1타를 줄여 24언더파 공동선두가 됐다. 궁지로 몰린 파울러는 파4 18번 홀에서 티샷이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했지만, 다음 샷을 핀 바로 옆으로 붙여 버디를 잡아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모리카와, 해드윈과 함께 18번 홀에서 치른 연장에서 3.5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했다.

파울러는 “우승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기쁨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오랫동안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 힘들다. 그러나 그 날이 곧 끝날 것임을 알았기 때문에 시간을 투자했고, 끊임없이 연습했다. 나 자신을 밀어붙여야만 했다”고 그간의 힘든 시기를 되돌아봤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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