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극우적 발언... 국가의 불행"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 기구 위원장이 6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혁신 기구 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유성호 |
우여곡절 끝에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가 출범했다. 혁신위는 1호 쇄신안으로 소속 의원 167명 전원에게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을 제안하고 체포동의안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 반응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특히 송영길 전 대표는 공개적으로 불체포 특권 포기를 반대하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자는 사람은 투항주의자로, 입법부의 견제 역할을 포기하자는 항복 문서(에 서명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혁신위 1호 쇄신안으로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당의 쇄신을 주장해 온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 비서관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또 최근 윤석열 정부의 개각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6월 30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박 전 비서관과 나눈 일문일답.
-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가 출범한 지 2주 정도 지난 것 같은데 그동안의 활동을 어떻게 보세요?
"일단 아직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서 평가는 적절하지 않죠. 그런데 혁신안 1호로 국민의 눈높이에 굉장히 맞는 것을 제시했다고 판단합니다. 그런 점에서 혁신위 활동이 아직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앞으로 혁신위에서 내놓을 혁신안 2호, 3호가 힘을 받으려면 이 혁신안 1호에 민주당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되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민주당 지도부가 혁신위 결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한 뉘앙스를 보여 그 부분의 괴리를 해소하는 게 중요한 과제인 것 같아요."
- 왜 그럴까요?
"불체포 특권 포기는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땐 당연한 요구이자 이행돼야 마땅한 일이죠. 그런데 의원들 중엔 헌법상 보장된 권리인데다, 지금 검찰의 수사가 굉장히 무리하단 공감대가 존재하는 데 불체포 특권을 전부 다 포기하는 게 맞느냐 의문을 갖은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그래서 지도부 또한 체포동의안에 대해 전부 가결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민주당이 도덕불감증에 빠진 것 아니냐, 개인의 안위를 위해 국회의원의 헌법적 권리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긴 하잖아요. 저는 민주당이 국민께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1호 안을 전면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어요.
"불체포 특권을 포기한다고 바로 구속 수감되는 것은 아니고 법원에서 영장 실질심사 받는 절차를 거치잖아요. 검찰의 영장 청구가 무리하다면 법원에서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저는)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제기된 '방탄 국회를 너무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더 급한 일이라고 생각합낟. 그런 점에서 송 전 대표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검찰 독재 정권'이라고 강조하는데, 이게 민주당 지지층이 아닌 중도층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검찰 독재 정권이라는 구호가 일반 중도층이나 무당층에는 소구력이 크게 없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나 국정 운영 스타일이 검사의 수사 방식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판단하거든요. 최근 사교육 카르텔 이야기하면서 학원 수사하는 것만 보더라도, 이게 출발이 학원가에서 부적절한 뭔가가 드러나서 시작된 게 아니거든요. 사실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지시로 논란이 촉발된 뒤 본인의 주장이 강하게 비판받고 그 주장이 힘을 잃을 위기에 처하니까 그게 정당하단 증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세무조사와 수사를 동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 비서관 |
ⓒ 박성민 제공 |
- 최근 추미애 전 장관이 "민심이 끓는데 민주당이 너무 얌전하다. 내가 야성 회복을 위해 나서겠다"라고 했어요. 총선에 출마하겠단 걸까요?
"저는 총선 출마를 하실 것 같은데요. '야성 회복을 위해 나서겠다는 것'에서 이 야성 회복이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이미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열심히 투쟁하고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민주당이 너무 얌전하다는 부분을 잘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본인이 전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정체성도 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것 같은데 말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죠. 본인의 출마 자유도 있으니 현명하게 고민하셔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본인이 설령 섭섭한 게 있다고 하더라도, 법무부 장관의 권한과 역할을 폭넓게 보장하고 배려해 주셨던 전임 대통령과의 일을 끄집어 내어 문 전 대통령이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는 일을 직접 만드시는 건 매우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언제나 과한 것은 독이 되기 마련이죠."
-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일등 공신'이란 평가도 존재해요. 이 때문에 추 전 장관의 출마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있고요.
"아무래도 당시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부분들이 있었죠. 그리고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손을 일부 들어주면서 추미애 장관의 힘이 빠졌던 부분도 있었고요. 그 과정에서 정교함이 아쉬웠던 점은 있습니다. 어쨌든 당시 검찰개혁이라는 그 동력이나 필요성에 대해서 부정했든 사람은 없었으니, 추미애 장관께서도 본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한 번 더 좀 숙고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출마의 자유는 있지만 어쨌든 추윤 갈등이 일어난 몇 개월의 시간 동안 여러모로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었고 또 그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커졌기에 좀 아쉬운 부분도 있죠. 하지만 검찰 개혁이라는 그 필요성, 그리고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역할이 저는 추미애 장관에게 또 사명처럼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마냥 추 장관을 비판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 조국 전 장관 출마설도 꾸준히 나오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저는 안 나오셨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아직 명시적으로 출마를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정하고 있지도 않으시다 보니 사실은 출마가 기정사실로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죠. 총선이라는 게 결국에는 개인의 명예회복이나 한풀이를 위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재판에 전념하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만약 나중에 법적으로 본인의 무고함이 밝혀지고 나서는 (출마)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조국 장관 사태가 국민께 굉장히 많은 상처를 줬던 사건이고 아내의 경우 유죄 판결을 받았잖아요. 저는 (아내 유죄 판결에 대해 조국 장관) 본인도 책임을 같이 져야 되는 부분이 있닥 생각합니다."
-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6월 25일 귀국했어요. 이낙연 전 대표의 등장이 민주당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 기념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 축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발언해 논란이 있었는데.
"인식 수준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판단하는데요.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계신 건지 모르겠는데, 이게 누가 봐도 지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공격하는 거잖아요.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란 얘기를 하셨는데 유엔사를 해체하자는 주장은 전임 정부에서 누구도 한 바가 없습니다. 종전선언을 가짜 평화라는 식으로 굉장히 폄훼하셨던데 당시 종전선언은 주변국들의 지지를 받을 만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선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의 의미나 가치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이분법적인 세계관으로 또는 극우적인 세계관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폄훼하거나 전임 정부를 반국가 세력이라는 식으로 낙인찍었는데요. 말도 안 되는 언사를 지금 대통령이 나서서 했고, 대통령이 이렇게 극우적인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국가의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문재인 정부 때 검찰총장까지 하셔놓고 이런 식으로 극우적인 언사를 통해서 전임 정부 폄훼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지 반성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를 뭘 보시는지 모르겠는데... 이번 인사만 봐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인가요? 거기에 유튜브를 통해 굉장히 극우적 발언을 해왔던 분을 임명했거든요. 이것만 보더라도 대통령의 세계관을 알 수가 있거든요. 대통령이 극우적인 인사들과 결탁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고요. 잘못된 인식을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더 늦기 전에 이런 극우적인 세계관과는 결별하시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6월 29일 개각에서 대통령실 비서진 차관으로 임명한 건 어떻게 보셨어요?
"본인의 공약을 본인 입으로 깬 거죠. 본인이 책임장관제 하겠다고 했는데 실세 차관들을 앉힌 거죠. 부처를 본인이 다 전격적으로 지휘하겠다는 의도가 보였고요. 그렇게 되면 장관보다는 차관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으로 보여요. 그럼 장관이 약간 허수아비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요. 윤석열 정부가 국회 동의 얻어서 법을 개정하는 절차 밟지 못하니까, 자꾸 시행령을 건드리잖아요. 그런 것처럼 장관을 바꾸기에는 청문회 부담이 있다 보니까, 차관 바꿔서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부처를 주관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보여요."
- 일부에서는 총선 출마용 스펙 쌓기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그렇게 보이는 부분도 있어요. 첫째는 부처 장악이고, 새로 임명된 국토부 1차관의 경우 경력을 보면 국토부와 관련 없는 업무 해왔던 사람이라 전문성도 부족한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냐는 이야기도 나와요. 대통령실 비서관들이 차관으로 가는 경우가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전문성과 역할이 맞느냐는 비판, 아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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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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