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일사분란한 압박, 그리고 풍선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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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가 조작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와 같은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에 대해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강력한 경제처벌까지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라덕연 게이트,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으로 불공정거래 행위 범죄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지만 개정안 통과는 여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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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수험생 일대 혼란
지난 3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가 조작이나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와 같은 자본시장 3대 불공정거래에 대해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강력한 경제처벌까지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라덕연 게이트,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으로 불공정거래 행위 범죄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지만 개정안 통과는 여의치 않았다. 법원행정처가 개정안의 부당이득 산정 방식과 과징금 상향 내용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해서다. 불공정거래 행위 범죄자를 일벌백계하겠다고 선언한 정부로선 당혹스런 일이었다.
그러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법무부·검찰 등이 전방위적으로 국회 등 설득에 나섰다. 검찰총장이 유례 없이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엄벌하겠다고 여론전을 펼쳤고, 금융감독원장도 국회를 직접 찾아 의원들을 만났다. 검찰 측에서 불공정거래 관련 법 개정을 적극 요청하면서 여느 때와 달리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밀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개정안 통과는 금융위에서조차 이례적인 일로 볼 정도로 여러 기관의 공조와 압박이 효과적이었다. 법원행정처에서 제동을 걸면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정부가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직접 개입해 압박할 때는 부작용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인하’ 권고 발언이 그렇다. 내년 총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부와 여당으로선 서민경제 안정을 내세워 라면 업계를 밀어붙였다. 고심하던 농심은 지난 1일부터 신라면 출고가를 4.5% 내렸다. 오뚜기도 1일부터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내렸다. 삼양식품도 삼양라면 등 가격을 평균 4.7% 순차적으로 내린다. 이들 업체가 라면 가격을 내린 건 13년 만이다.
그런데 가격만 떨어진 게 아니다. 이들 회사의 주가도 떨어졌다. 추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진 후 19일 하루 동안에만 농심 주가는 6.05%, 삼양식품은 7.79%, 오뚜기는 2.94%나 빠졌다. 라면 대장주 농심 주가는 6월1일 45만원에서 30일 39만800원으로 11.5% 떨어졌다. 라면값 50원 내리려다 시가총액 3000억원이 날아갔다는 모 업체 주주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런 사례는 허다하다. 정부 압력에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해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한전채를 대거 발행하면서 채권시장이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이른바 수능 '킬러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한 후 생긴 논란도 마찬가지다. 교육 과정 범위 밖의 문항을 수능에서 배제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찬성하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는 속이 탄다. 수능이 몇달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가 혼선만 부추겼다는 불만이다. 대형 입시학원에 이어 이른바 '일타강사'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이어지면서 이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칫 사교육으로 쏠림현상이 더욱 심해질 여지가 있다.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푸는 풍선효과와 닮은 듯 다른 일이 일어난 셈이다.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운 정부와 여당 등의 일사분란한 밀어붙이기에 따른 부작용이다. 반대 목소리나 선의의 피해자의 불만은 '소수 의견'으로 묻힌다. 총선을 겨냥한 지지층 결집이나 표심을 노린 인기영합주의적인 행태로도 읽힌다.
남승률 증권자본시장부장 nam91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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