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밖 '습관 부자' 조코비치, 올해도 윔블던 잔디 뜯어 먹을까
3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개막하는 올해 세 번째 메이저 테니스 대회 윔블던. 세계 테니스 팬의 눈은 단 한 사람에게 쏠리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36·세계랭킹 2위·세르비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열리지 못한 2020년 대회를 제외하고 2018년 대회부터 지난해 대회까지 남자 단식 4연패를 달성한 조코비치는 이번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주요 베팅 업체들은 조코비치를 우승 후보 1순위로 보고 있다. 조코비치는 3일 밤 페드로 카친(28·세계 67위·아르헨티나)과 대회 1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조코비치가 올해도 우승하면 통산 8번째 우승을 이뤄 '황제' 로저 페더러(42·은퇴·스위스)와 함께 이 대회 147년 역사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선수가 된다. 만 36세인 그는 2017년 페더러가 만 35세에 세운 윔블던 남자 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도 경신한다.
메이저 대회 23회 우승으로 이 부문 단독 선두인 그가 24회 우승으로 2위인 라이벌 라파엘 나달(37·스페인·22회 우승)과 격차를 벌릴지도 관전 포인트다. 나달은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조코비치의 대항마로 첫손에 꼽히는 선수는 스페인 출신으로 '제2의 나달'로 불리는 카를로스 알카라스(20·세계 1위·스페인)다.
조코비치가 30대 중반을 넘기고도 롱런하는 비결은 철저한 자기 관리다. 나달은 경기 중 루틴이 10가지 넘는데, 조코비치는 코트 밖 '루틴 부자'다. 대부분 건강과 경기력 유지 목적으로 지키는 습관이다. 루틴은 운동 수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일관성 있는 행동을 뜻한다.
대표적인 루틴은 '8시간 30분간의 수면'이다. 조코비치는 평소 "수면은 다른 어떤 회복 루틴보다 중요하다' 나는 '아름다운 수면'을 취하려 노력한다"며 충분한 휴식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충분한 수면을 통해 훈련과 경기로 피로한 상태에서 회복하고 좋은 컨디션을 만든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든다. 8~9시간 동안 깨지 않고 깊은 잠을 잔다. 아침마다 물 한 잔을 마신 뒤, 스트레칭과 요가를 20분간 병행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습관이다.
낮잠도 그의 일과다. 조코비치는 하루 중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을 할애해 낮잠 겸 명상을 한다. 그는 "단 5분이라도 별도의 시간을 내 심호흡하고 눈을 감으면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올해 1월 호주오픈 우승 후 팔꿈치 부상이 재발해 하락세를 탄 조코비치는 지난달 프랑스오픈에선 우려를 씻고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조코비치는 프랑스오픈 우승 뒤엔 공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고 다시 길게 숨을 골랐다.
조코비치가 수면을 통해 회복하고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강철 체력의 비결은 철저한 식단이다. 그는 밀가루에 주로 포함된 불용성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 섭취를 중단하는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이요법을 한다. 신인 시절 원인 모를 컨디션 난조와 체력 저하를 겪은 조코비치는 2010년 자신이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밀가루 섭취로 소화가 안 돼 복부 통증과 피로감 등에 시달린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글루텐이 없는 빵을 주로 먹는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를 했다. 소화가 잘되지 않고 지방이 많은 피자·파스타·유제품·설탕 등을 끊었다.
들쑥날쑥했던 체중이 77㎏에 고정됐다. 그 결과 체력 문제를 극복하고 2011년부터 지금까지 22개의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따냈다. 조코비치가 묵는 호텔은 항상 글루텐 프리 음식을 준비한다. 조코비치는 "내 몸이 필요한 올바른 음식을 올바른 방식으로 먹기 시작하면서 인생도 변했다"고 밝혔다. 폭스 스포츠 호주판은 "조코비치의 식단은 채소를 바탕으로 콩, 닭고기, 생선, 과일, 견과류 등이 주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대회를 앞두고 전담 미용사를 찾아 머리를 깎고 정신력을 가다듬는 것도 조코비치의 주요 코트 밖 루틴이다. 그는 수년째 짧게 자른 스포츠머리를 고수 중이다. 조코비치의 전담 미용사는 영국의 유명 헤어스타일리스트인 리키 월터스다. 영화배우 샌드라 블록, 아널드 슈워제네거, 축구 선수 게리 네빌 등이 고객이다. 4대 메이저 중 유일하게 잔디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에서만 이뤄지는 루틴도 있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경기에서 이길 때마다 코트 잔디 일부를 뜯어 먹는 세리머니를 한다. 조코비치는 2014년 페더러를 이긴 뒤 "나에겐 '전통' 같은 세리머니다. 어린 시절 윔블던은 꿈이었다. 꿈의 무대를 밟는다면 엉뚱한 행동을 해보고 싶었는데, '잔디 먹는 것'을 행동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조코비치는 일상 속 수많은 루틴을 즐긴다. 그는 "루틴은 내 생활이다. 억지로 하거나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내가 하기로 마음먹은 것들이라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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