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나쁜 부모'는 있다
[김준모 기자]
▲ <독친> 스틸컷 |
ⓒ 27th BIFAN |
그러나 드라마 종영 한 달 만에 부천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 <독친>은 그 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작품이다. '독친'은 자식에게 독이 되는 부모라는 의미다. 영화는 지나친 관심이란 독약으로 자식을 망치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인어 아가씨> <아내의 유혹>의 배우 장서희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통해 맹독을 품은 어머니 혜영을 연기했다. 그는 작품이 지닌 미스터리의 끝자락에서 절망과도 같은 폭우를 선사한다.
▲ <독친> 스틸컷 |
ⓒ 27th BIFAN |
교사-학부모-학생의 관계에서 강조되는 건 교육문제다. 2018년 JTBC 드라마 < SKY 캐슬 >이 방송된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계층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독친>은 다양한 갈래를 통해 그 문제에 다각도로 접근하고자 한다. 교육과 계층이 익숙한 소재라면 사랑의 대가라는 건 이 작품이 지닌 고유의 무기다. 그간 교육 신화의 허상과 문제점을 지적한 작품은 많았다. 그러나 왜 학생들이 그 늪에 빠져서 잠식당하는지에 대해 다룬 작품은 드물었다.
김수인 감독은 자신의 첫 번째 장편에서 그 이유로 사랑의 대가를 제시한다. 혜영(장서희 분)은 자식에게 극진한 사랑을 주지만 그만큼의 보답을 바라는 어머니다. 이 순간 사랑이라는 단어는 투자로 바꾸어도 어색함이 없을 만큼 두려운 의미다. 그간 상처와 소외를 받는 아이들을 다룬 영화들은 그 중심에 선 부모를 최소한의 애정은 지닌 존재들로 묘사해 왔다.
▲ 영화 <독친> 스틸컷 |
ⓒ 27th BIFAN |
여기에 영화는 유리의 담임교사, 동생, 절친 예나(최소윤 분)를 활용해 주제의식을 강화한다. 담임 교사는 어쩌면 유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었던 캐릭터라는 점에서, 유리의 동생은 그녀와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불안을 통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예나는 지지고 볶고 살아도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에 반론을 제기하는 캐릭터다. 독이 되는 부모는 과연 그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직설적인 질문을 내던진다.
<독친>의 장르적 표현은 미스터리에 가깝지만 그 감정적인 전달에서는 호러도 엿볼 수 있다. 혜영은 시작부터 끝까지 독이 되는 엄마로 남으며 변하지 않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강하게 보여준다. 직업이 커플 매니저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는 위치로 자식들이 올라가길 바라는 그 욕망, 유일한 방법이 교육이라 여기며 잘못된 신화에 목을 매는 모습으로 섬뜩함을 자아낸다.
성적에 고통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한국의 교육 문제를 강하게 비판한 서태지의 노래 '교실 이데아'에 열광했던 세대가 사회를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악습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세상이 독기로 가득하다고 자식에게 독약을 먹이는 어머니를 우리는 인정해야 할까. 다양한 시각을 통해 질문에 대한 답을 관객 스스로 찾게 만드는 이 영화의 시도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의 '개 호루라기', 평화를 저격하다
- 한동훈 장관, "새 검찰은 다르다" 하지 않았나
- 장예찬의 '지나친 PC주의' 발언... 그가 외면한 진실들
- 도둑 맞고 팔려 가고... 고려 주전자의 기구한 사연
- 조선은 당쟁 때문에 망해? 그가 아직 살아 있구나
- [10분 뉴스정복] 원희룡, 건폭 때리더니 김건희 도우미였나
- 병나발 부는 MZ? '난년' 이영지의 특별함
- 대통령의 권한을 '시민 의회'로 견제하자
- '킬러문항' 없앤 수능, 11월16일... 누가 수혜자 될까
- 윤 대통령 "통일부, 대북지원부 안 돼"... 민주당 "제2의 국정원 만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