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17 아시안컵 결승서 일본에 패배... 아쉬운 준우승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이 망친 결승 한일전... 한국이 0-3 완패

[윤현 기자]

▲ 한국 대표팀이 2일(한국시각) 열린 U-17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일본과 대결하고 있다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 대표팀이 악전고투 끝에 '숙적' 일본에 졌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일 밤(현지시각)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일본에 0-3로 패하며 준우승했다.

8강전에서 개최국 태국, 준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결승에서 처음으로 일본과 맞붙은 한국은 김명준을 최전방으로 앞세우고 좌우 날개에 양민혁과 윤도영을 배치한 4-1-4-1 전술로 나섰다.

중원은 진태호와 백인우, 임현섭이 맡고 수비 라인은 강민우, 고종현, 서정혁, 이창우가 섰다. 골키퍼 장갑은 홍성민이 꼈다.

대미를 장식할 결승전이었으나 그라운드 상태부터 나빴다. 경기 전 비가 내리는 바람에 곳곳에 물이 고였고, 양 팀 선수들은 정확한 패스와 드리블을 하기가 어려웠다. 일본은 빠른 패스와 개인기를 앞세워 돌파를 시도했다.

한국은 협력 수비로 잘 막아냈고, 이 과정에서 전반 14분 중앙 수비수 고종현이 경고를 받기도 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전반 20분 백인우와 27분 진태호가 슈팅을 날렸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 한국 대표팀이 2일(한국시각) 열린 U-17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그러다가 전반 44분 대형 악재가 터졌다. 역습 위기에서 고종현이 일본의 미치와키 유타카를 어깨로 밀어내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명령을 받은 것이다. 흔한 몸싸움으로 볼 수도 있었으나, 태국 출신의 주심은 반칙을 선언했다.

오히려 반칙이 벌어진 지점보다 훨씬 앞선 곳을 프리킥 위치로 지정했고, 일본의 나와타 가쿠가 이 프리킥을 골로 연결하면서 0-1이 됐다.

선제골을 내준 데다가, 수적 열세에 몰린 한국은 후반전 들어 더욱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변성환 감독은 양민혁을 빼고 유민준을 투입하며 중앙 수비를 보강하는 방법으로 맞섰으나, 일본의 공세가 워낙 거셌다.

홍성민의 선방으로 버텨내던 한국은 후반 21분 왼쪽을 돌파한 나와카에게 추가골을 내주면서 0-2로 끌려갔다.

일본에 주도권을 내준 한국은 만회골을 위해 쉴 새 없이 뛰어다녔으나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는 어려웠고, 결국 경기 종료 직전에 미치와키 유타카에게 세 번째 골을 허용하며 0-3으로 경기를 마쳤다.

▲ 한국 대표팀이 2일(한국시각) 열린 U-17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패배 후 실망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패배였다.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퇴장과 선제골을 내줬으며, 후반 37분에는 김명준이 일본 골키퍼의 손에 걸려 넘어졌으나 주심은 페널티 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변성환 감독이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오히려 경고를 받기도 했다. 비디오판독(VAR)이 적용되지 않는 대회라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더 나아가 주심과 부심이 코너킥과 스로인을 다르게 판정하는 등 어설픈 경기 운영으로 선수들의 힘을 빠지게 했다.

이로써 역대 두 차례 우승(1986년, 2002년) 이후 21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 한국은 디펜딩 챔피언 일본에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에 일본은 두 대회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AFC 홈페이지도 "일본이 10명으로 싸운 한국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라며 "한국의 고종현이 퇴장당하면서 경기가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라고 심판의 퇴장 명령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한일전 승리와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했던 한국으로서는 짙은 아쉬움을 남긴 준우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