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송금 않겠다"한 '인민 호날두' 한광성 행방 묘연

CNN, 북한 국가대표 축구 선수 한광성 조명
유럽 리그 활약…대북 제재로 추방
북한행 비행기 기다리다 행방 묘연

유럽 최정상 무대에서 활약하며 '인민 호날두'라는 별명을 얻었다가 돌연 자취를 감춘 북한 축구선수 한광성(25)에 대해 미국 CNN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뛰어난 선수" 평가에 2020년 유벤투스로 이적까지

지난 1일(현지시간) CNN은 "한광성은 유럽 5대 축구 리그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북한 선수로, 2019년 이탈리아 빅클럽 유벤투스로 이적해 충격을 줬다"라고 소개했다.

한광성은 2013년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엘리트 축구선수 육성을 목표로 설립한 평양 국제축구학교 출신이었다. 평양 국제축구학교는 개교 후 스페인으로 14명·이탈리아로 15명의 학생이 정부 지원을 통해 유학길에 올랐다. 그 가운데 한광성은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유학을 떠난 학생 가운데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2017년 이탈리아 1부리그 세리아A 소속 칼리아리의 유소년 구단에 정식 입학했다. 이후 곧바로 프로로 승격해 정식 데뷔한 뒤 1주일 만에 첫 골을 기록했다.

칼리아리 유소년 코치였던 막스 칸지는 매체를 통해 "한광성이 훈련하는 모습을 본 지 20분 만에 동료 코치 마리오에게 '그는 매우 훌륭하다, (1부로) 내보내야 한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밝혔다. 칸지 코치는 한광성이 이탈리아어도 빠르게 배웠다고 덧붙였다.

유소년팀의 동료였던 니콜라스 패닝턴은 "수줍어했지만 좋은 사람이었고, 정말로 뛰어난 선수였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한광성은 북한과 관련한 질문에는 매우 조심스러워했으며, 그에 대한 답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패닝턴은 "한번은 한광성이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립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는 집에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아마 귀국했다가 다시 이탈리아로 나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한광성은 평양에서 열린 29년 만의 남북 간 축구 경기에서 빠른 드리블을 선보이며 축구 팬들의 환호를 사기도 했다.

2020년 그는 페루자 구단 임대를 거쳐 세리아A의 명문 중 하나인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불과 일주일 지난 시점에 카타르 알두하일 구단에 팔려 갔지만, 2023~2024년 시즌까지 5년간 460만달러(약 61억원)에 달하는 이적료가 지급됐다. 이 부분에서 그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즌 종료 후 '행방 묘연'…'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

하지만 한광성은 카타르에서도 오래 뛰지 못했다.

2020년 8월 21일 그는 알아흘리를 상대로 한 시즌 마지막 경기에 나왔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지만, 이후 종적을 감췄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그가 대북 제재 명단에 올라 점점 출전이 어려워졌고, 해외에서 뛸 수 있는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게 되자 북한으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몇 개월 뒤 나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 26일 한광성은 알두하일과의 계약이 종료된 후 카타르에서 추방됐다.

이에 '외화 불법 송금에 따른 대북 제재 위반'이 문제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CNN은 당시 한광성이 카타르의 한 은행과 거래하면서 "어떤 경우에라도 어떤 돈도 북한에 송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한 것도 파악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를 어기고 매달 8만파운드(약 1억 3000만원)의 자금을 북한으로 불법 송금한 것으로 외신은 파악하고 있다.

CNN은 "한광성은 카타르 도하에서 로마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2021년 한광성은 평양행 비행기 노선 운항이 재개되기를 기다리면서 한동안 로마에 머물렀던 것이 확인됐다고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하며 전했다.

또 한광성의 거취와 관련한 CNN의 질의에 이탈리아 외무부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답변하지 않았다.

이후 그의 행적은 묘연하다.

북한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예른 안데르센은 "한광성이 축구를 그만둬야 했다는 것은 유감"이라며 "그에게는 대단한 재능이 있었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