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연패' 세자르호, 승점 0점으로 대회 마감
[양형석 기자]
한국 여자배구가 폴란드와의 최종전에서 패하며 12연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린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3주차 마지막 경기에서 폴란드에게 세트스코어 0-3(23-25,25-18,25-16)으로 패했다. 2020 도쿄올림픽까지 한국팀을 지휘했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한 한국 여자배구는 이번 대회 12전 전패, 세자르 감독 부임 후 VNL 24연패, 국제대회 1승28패를 기록하게 됐다.
▲ 한국은 이번 대회 김다은(가운데) 등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유일한 수확이었다. |
ⓒ 국제배구연맹 |
5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던 통한의 1세트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이 4강신화를 달성한 후 대한배구협회는 당연히 라바리니 감독에게 재계약을 제안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후 유럽의 명문클럽과 국가대표팀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은 라바리니 감독은 대한배구협회의 제안을 고사했고 작년부터 폴란드 여자배구팀의 감독을 맡았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3주차 일정을 치르기 위해 폴란드 선수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
폴란드 여자배구는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과 비슷한 성적과 세계랭킹을 기록했던 팀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전력이 대폭 강화되면서 올해 VNL 대회에서는 1일까지 11경기에서 9승2패를 기록하며 10승1패의 미국에 이어 16개 참가팀 중에서 2위에 올랐다. 특히 폴란드의 주포인 203cm의 장신 아포짓 스파이커 막달레나 스티시악은 이번 대회 11경기에서 226득점을 올리며 득점 3위를 달리고 있다.
2주차 후반부터 주전멤버를 고정했던 세자르 감독은 폴란드전에서도 강소휘(OH)-정지윤(현대건설,OH)-김다은(O)_-이다현(MB)-이주아(MB)-김다인(현대건설,S)-문정원(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L)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내세웠다. 한국은 경기 초반 강소휘의 활약을 앞세워 폴란드와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특히 무리하게 코트 안으로 공을 넣으려 하기 보다는 상대 블로킹을 이용한 영리한 공격들이 폴란드의 높은 블로킹을 당황시켰다.
한국은 8-7에서 이다현과 김다은의 연속 범실이 나오면서 리드를 허용했지만 강소휘의 공격과 김다은의 연속서브득점으로 다시 리드를 찾아왔다. 한국은 강소휘의 5연속 서브로 세트 중반 5점 차까지 스코어를 벌렸지만 네트터치 범실과 폴란드의 연속 블로킹으로 다시 추격을 허용했다. 13-18에서 연속 7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한 한국은 세트 후반 스티시악에게 연속득점을 허용하며 23-25로 아쉽게 첫 세트를 내줬다.
블로킹에서 3-13으로 일방적인 열세
1세트에서 5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아쉽게 역전패를 당한 한국은 2세트에서 초반 폴란드의 목적타 서브에 고전하며 흐름을 빼앗겼다. 폴란드는 첫 세트와 달리 한국의 약한 쪽을 집중공략하며 착실히 득점을 올렸고 한국은 김다은과 정지윤의 공격으로 추격을 이어갔다. 세트 후반까지 5~8점의 열세를 보이던 한국은 이주아의 속공과 서브득점으로 추격을 했지만 스티시악을 앞세운 폴란드의 높은 공격에 밀리며 2세트도 18-25로 빼앗겼다.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마지막 세트에 몰린 한국은 3세트에서도 초반 '2 m 듀오' 코르넬룩과 스티시악의 높이를 앞세운 폴란드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은 세트 중반 김다인의 서브득점과 이주아의 블로킹, 폴란드의 범실, 이다현의 블로킹을 묶어 동점을 만들며 홈팬들 앞에서 한껏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폴란드도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범실로 다시 리드를 잡고 김다은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내면서 한국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폴란드는 3세트 중반 이후 중앙속공을 적극 활용하며 한국의 수비라인을 흔들었고 박정아가 시도한 기습적인 밀어넣기마저 코트 밖으로 벗어나면서 다시 점수 차가 벌어졌다. 한국은 세트 후반 문지윤과 김지원 세터(이상 GS칼텍스)를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문지윤의 연속공격이 폴란드의 블로킹에 막히면서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내줬다. 결국 한국은 3세트마저 16-25로 패하며 대회 12연패가 확정됐다.
비록 김연경(흥국생명)을 비롯한 주력 선수들이 대거 빠졌지만 2년 전까지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던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팀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한파 감독'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상대팀으로 만난 한국에게 총력전을 펼치지 않으면서도 가볍게 예선라운드 10번째 승리와 함께 승점 3점을 추가했다. 반면에 블로킹에서 3-13으로 크게 뒤진 한국은 높이의 열세를 실감하며 12전 전패, 승점 0점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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