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유준상의 시간은 거꾸로간다
초연부터 차정학 역으로 모든 시즌 참여한 유준상
“‘그날들’은 딱 10년까지만 더 하려고요(웃음).”
한 작품에서 20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얼마나 될까. 배우 유준상은 40대였던 지난 2013년 뮤지컬 ‘그날들’ 초연에 정학 역으로 참여했고, 10년이 흐른 지금도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필연적으로 20대와 40대를 동시에 연기해야하는 역할인데 유준상은 여전히 이 캐릭터에 이질감 없이 잘 녹아든다.
‘그날들’은 1992년 한중 수교와 그 20년 후의 청와대 경호실을 배경으로 의문의 실종 사건을 쫓는 이야기다. 유준상은 청와대 경호부장 차정학 역으로 초연부터 지난 2020년까지 총 다섯 시즌에 모두 참여했고, 오는 12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되는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의 무대에도 오른다.
유준상의 차정학은 오히려 이전 시즌들보다 젊어졌다. 그는 “예전보다 동작이 빨라졌다”고 자신감 가득한 모습을 보였다. 이 자신감은 치열한 노력에서 비롯된다.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또 작품이 없을 때도 치열하게 훈련하는 배우로 유명한 유준상이다.
“공연 시즌이 아닐 때에도 과거에 했던 작품들의 런을 혼자 돌아요. 언제, 어떤 공연을 할지 모르니까요. 머릿속에 작품이 다 들어있고 작은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거든요. 그렇게 작품에 대한 감각을 계속 살려 두는 거예요. 최근에는 1일 1런을 하고 있죠(웃음). 요즘엔 테니스도 하고 있는데 덕분에 체력이 많이 올라간 것 같아요. 안무할 때도 굼뜬 모습이 없어졌어요. 이제 진짜 20대처럼 보이는 거죠. 하하.”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다들 평정심을 찾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안주하지 않고 더 좋은 생각들로 이겨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 같아요. 사실 심리적으로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잖아요. 그래도 이겨내야 하니까 운동을 하는 거고, 힘들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 몸이 힘들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하게 제 자신을 격려해주면서요.”
그의 외모는 다섯 시즌이 지나도록 큰 변화가 없지만,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더 깊어지고 섬세해지는 이유다. 특히 이번 육연을 앞둔 유준상은 “화려함보다 단순함”에 초점을 맞추고 정학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날들’의 모든 장면에 공감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딸 아이에 대한 사랑, 떠나보낸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 또 20대 때의 첫사랑 같은 풋풋한 마음까지. 이 작품 안에 다 녹아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대사를 할 때마다 그림이 떠올라요. 초연 때는 그냥 대사를 쳤다면 이제는 말 한마디에 저의 생각과 경험들이 담겨 있죠. 그렇다고 너무 화려하게 꾸미기 보다는 조금 단순하게 캐릭터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쉽게 눈치챌 수 있도록, 조금 더 선명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에요.”
유준상은 “40대 중반에는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울었고, 50대에 접어들었을 때는 ‘거리에서’를 부르며 오열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눈물에는 단순히 김광석의 노랫말이 주는 감동도 있지만, 좋은 노래에 ‘이야기’가 입혀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롱런할 수 있는 비결도 바로 이 지점이 주효하다.
“일단 김광석의 노래와 노랫말 자체만으로도 울림이 있잖아요. 그의 노래가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것이 김광석의 목소리와 좋은 음악, 가사가 합쳐져서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그날들’은 장유정 작가의 이야기까지 더해진 거니까 말할 필요가 없죠. 상황에 맞게 이야기들을 잘 배열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관객들도 이야기가 있어서 더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이제 김광석 노래를 들으면 공연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고요.”
1995년에 데뷔해 연기 경력 30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유준상은 여전히 열정적이다. 단순히 연기뿐만 아니라 몽골에 여행 갔다가 즉흥적으로 스마트폰으로 찍은 단편영화 ‘평온은 고요에 있지 않다’로 지난달 29일 개막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됐고, 촬영을 마친 tv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으로 7월 말 대중을 만난다. 또 직접 작곡한 클래식 음반 녹음을 마쳤고, 올해 안에 에세이집도 발간한다. 뮤지컬 대본·작곡 작업도 하고, 어른을 위한 동화도 집필 중이다. 새로운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촬영도 앞두고 있다.
“제가 ‘비틀쥬스’를 한 다음에 ‘이젠 유령까지 하는구나’ 싶었어요(웃음). 정말 많은 역할들을 했죠. 이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까지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든이 되면 생애 마지막 뮤지컬로 ‘노인과 바다’를 제작해 출연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요. 하하. 30대부터 지금까지 잘 유지해왔던 것처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 유지할 수 있을까 늘 생각해요. 힘이 남는 한, 뮤지컬을 계속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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