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고난과 이낙연의 넥타이 [쿠키칼럼]
김재섭
현재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으로 도봉구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서 활동한 바 있다.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까지 운동선수를 꿈꿨지만 큰 수술을 겪어 선수의 꿈을 접고 학업을 이어갔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후 미래통합당 창당에 참여한 적도 있다. 보수 논객으로서 여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을 마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얼마 전 한국으로 귀국했다. 민주당에서 벌어진 연이은 악재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받는 상황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에 여야가 술렁였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사건, 성남FC사건 등 여러 부패혐의에 연루되어 있다. 거기에 송영길 전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연루되어 있다는 이른바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 사건까지 겹겹으로 마주하고 있다.
이를 대처하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은 국민을 실망하게 했고,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그 가운데서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이재명 대표가 과연 차기 총선까지 당대표직을 온전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렇기에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을 두고, 정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하면서 공항에서 일성을 내는 모습은 마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메시지의 내용 역시 누가 보더라도 ‘정치적 복귀’로 읽혔다. 본인의 ‘정치적 책임’을 다한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기에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 안에서 이재명 대표의 빈자리를 메울 것이라는 해석, 이재명 대표를 도울 것이라는 해석, 나아가 이낙연을 중심으로 비명계가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해석도 나왔다.
여기서 재밌는 것은, 이낙연 전 대표의 넥타이 색깔을 두고 여기저기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초록색 넥타이를 맸다. 통상 정치인들은 넥타이에 많은 의미를 담는다. 색깔과 디자인 자체가 정치적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보통 정치인들은 각 정당을 상징하는 색을 넥타이로 착용한다. 김기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 넥타이를, 이재명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넥타이를 매는 것처럼 말이다. 대통령의 넥타이 선정은 더욱 중요하다. 해외 정상을 만나거나 국내 행사 자리에 참석할 때 넥타이 그 자체로 많은 메시지를 낸다. 그러다 보니 언론에서는 대통령의 넥타이 색의 의미를 해석하는 기사들도 자주 내곤 한다.
이낙연 전 대표는 초록색 넥타이를 맸다. 이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매지 않고 왜 초록색 넥타이를 맸을까. 분명한 함의가 있어보였다. 《이낙연은 왜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를까?》라는 책이 나올정도로 이낙연 전 대표는 넥타이에 많은 신경을 쓴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초록색 넥타이를 통해 이 전 대표는 어떤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여기엔 크게 3가지의 해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는 많은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것처럼, 초록 자체가 ‘과거의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이라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새천년민주당과 새정치국민회의의 상징색은 초록이다. 호남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전국 정당이었던 이 두 정당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정치를 시작했다. 이낙연 전 대표 역시 호남을 기반으로 활동한 정치인이다.
한편 이재명 대표의 호남 지지세는 역대 민주당 지도자들과 견주어 미약하다. 호남이 흔들리면 민주당이 흔들린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 점을 파고들 것이다. 호남에 기반이 좋은 이낙연 전 대표는 자신을 구심점으로 삼아 호남에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다. 영화롭던 민주당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잡겠다는 신호가 바로 초록색 넥타이인 것이다.
둘째로 지지자들에 대한 결집 메시지다. 이 전 대표가 공항에서 착용한 넥타이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뒤, 이낙연 후보의 캠프 해단식에서 맸던 넥타이다. 거기서 이낙연 후보는 ‘여정 끝났다 생각지 말라’고 했다. 다시 정치를 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귀국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사실상의 정치 재개를 선언하면서 지지층을 다시 불러모았다. 후일을 도모하던 해단식의 마음가짐이 아마 이번 초록색 넥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초록이 ‘수박’의 상징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재 민주당은 ‘수박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재명 대표에 반기를 드는 민주당 인사를 향해 개딸들은 그들을 ‘수박’이라 낙인찍고 정치적 테러를 가하고 있는 현상이다. 그리고 그 ‘수박’의 정점엔 이재명 대표의 경선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있다. 본인이 비명계의 구심점을 자처하며 차기 총선내지는 대선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를 초록에 담았다는 해석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오랜 정치경력을 바탕으로 모든 행보에 신중하게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것을 생각해볼 때 넥타이 색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히 있다. 앞선 3개의 해석 중 최소 1가지는 해당하리라 생각한다. 여하튼 3가지 중 어떤 해석을 따르더라도,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 리더십 경쟁을 하겠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선을 기점으로 이낙연 전 대표의 정치적 평가는 끝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자리를 지키는 동안 이낙연 전 대표의 넥타이 색은 앞으로도 여러 재미있는 해석을 낳을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이재명 대표는 여러모로 정치를 보는 재미를 풍부(?)하게 한다.
jaesubkim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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