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승 1무 10패' 유니폼을 바꿔야 하나…삼성, 왕조 상징 줄무늬 입으면 ‘펄펄’

윤승재 2023. 7. 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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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클래식 시리즈에서 삼성의 올드 유니폼을 입고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린 강민호. 삼성 제공


삼성 라이온즈에 줄무늬는 왕조의 상징이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삼성의 유니폼엔 핀스트라이프 무늬가 항상 들어갔다. 그리고 삼성은 줄무늬 유니폼과 함께 총 7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2002년 첫 한국시리즈부터 2005~2006년 1기 왕조, 2011~2014년 4연패로 두 번째 왕조를 구축하며 KBO리그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이후 잠시 자취를 감췄던 사자군단의 줄무늬는 2022년 7년 만에 부활했다. 일요일 경기 한정으로 입는 ‘선데이 유니폼’에 핀스트라이프가 들어가면서 줄무늬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올드 유니폼도 바뀌었다.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입으며 세 번의 우승을 차지한 1기 왕조의 상징인 ‘왕조 유니폼’을 2022년 올드 유니폼으로 채택하면서 반가운 줄무늬가 돌아왔다. 

강렬한 기억 덕분일까. 삼성은 이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꽤 높은 승률을 자랑했다. 선데이 유니폼을 입고 나선 8경기에서 5승 3패를 기록했다. 왕조 유니폼은 더 강했다. 15경기에서 무려 11승1무3패 승률 0.786의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 원래 롯데 자이언츠와의 ‘클래식 시리즈’ 한정으로 마련된 유니폼이었지만, 9월 홈 9경기에 더 입고 나와 7승을 거뒀다. 

지난 2022년 왕조 유니폼을 입고 단체 사진을 찍은 삼성 선수들. 삼성 제공


9월 삼성이 왕조 유니폼을 다시 꺼내든 배경에는 선수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강해 보인다”는 게 이유였다. 고딕체의 ‘LIONS'에서 뿜어 나오는 강한 기운과 1기 왕조 당시의 압도적이었던 기억이 어우러져 있는 유니폼이기에 선수들에게 왕조의 자산이자 자신감의 상징이 됐다. 실제로 클래식 시리즈 성적도 좋았기에(4승1무1패) 선수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당시 올드 유니폼을 다시 입은 1기 왕조 멤버 박진만 감독과 박한이 코치도 왕조 유니폼의 기운이 남다르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박한이 코치는 “이 줄무늬 유니폼으로 7번이나 우승했다. 이게 진짜 삼성의 모습인데…”라며 울컥하기도 했다. 두 전설이 기억한 이미지대로 선수단은 왕조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4연전에서 전승을 거두며 왕조의 향수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삼성은 2023년에도 줄무늬 스페셜 유니폼을 다시 꺼내 들었다. 선데이 유니폼과 왕조 유니폼 모두 지난해와 같은 디자인을 적용했다. 성적은 지난해만큼 압도적이진 않아도 나쁘지 않다. 올 시즌 삼성은 선데이 유니폼을 입고 3승 1패, 왕조 유니폼을 입고 2승 3패를 거뒀다. 5승 4패, 지난해까지 합하면 21승 1무 10패로 승률(0.656)은 좋다. 

2일 대구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데이 유니폼을 입고 포효하는 원태인. 삼성 제공


다만 올 시즌의 내용은 다소 아쉽다. 삼성은 왕조 유니폼을 입고 연패를 당하고 최하위 굴욕까지 겪었다. 6월 초 롯데와의 첫 번째 클래식 시리즈에서 2승 1패 우세 시리즈(3연전 중 2승 이상)를 거둔 삼성은 지난 27, 28일 두 번째 시리즈에선 2연패로 고개를 숙였다. 27일 경기에선 9회 뼈아픈 역전패를, 28일 경기에선 실책 3개로 무너졌다. 왕조의 위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 

반면, 선데이 유니폼은 연패를 끊어주는 ’반등‘의 상징이 됐다. 올 시즌 삼성은 선데이 유니폼을 입은 네 경기 모두 전날 패했다. 이 중 3연패와 4연패가 한 번씩 있었다. 하지만 선데이 유니폼을 입고 모두 연패를 끊어냈다. 지난 2일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선데이 유니폼을 입고 2-1 승리를 거두면서 7월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렇듯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다시 입어야 되나 싶을 정도로 삼성은 줄무늬에 좋은 기억과 기운이 있다. 이제는 이 기운을 기존 유니폼에서도 이어가야 할 때다. 현재 삼성은 왕조의 위용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한 경기력과 함께 최하위까지 추락해 있다. 41년 만에 최초로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할 위기까지 놓였다.

2일 경기 후 관중들 앞에서 승리의 세리머니 중인 강민호-이재현-김현준. 삼성 제공


6월의 마지막 주를 줄무늬 유니폼과 함께 승리로 마무리 한 만큼, 이제는 이 기운을 이어가 최하위의 굴욕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존의 유니폼에서도 왕조의 위용을 되찾길 기대해 본다. 

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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