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끝나면 Hagwon 직행"…CNN도 주목한 韓 '킬러문항'

이보람 2023. 7. 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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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들. 연합뉴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학원(Hagwon)’으로 알려진 사설 학원에서 추가 과외 또는 수업을 받는다. 학생들이 정규 학교 수업에서 바로 저녁 학원 수업으로 이동한 다음 새벽까지 스스로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CNN이 대입 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을 출제하지 않기로 한 한국 교육 당국의 정책을 소개했다. 특히 CNN은 ‘학원(Hagwon)’ ‘수능(Suneung)’을 한국어 발음대로 사용하면서 정책의 배경이 된 한국의 사교육 현황에 주목했다.

CNN은 1일(현지시간) ‘한국, 8시간짜리 시험에서 킬러 문항 삭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홈페이지 메인에 배치해 비중 있게 다뤘다.

CNN은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아기가 걷기 시작할 무렵 많은 부모가 명문 사립 유치원을 찾기 시작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목표는 이 아이가 18살이 될 때쯤 ‘수능(Suneung)’으로 알려진 8시간의 국가 대학 입학 시험을 통과해 명문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CNN은 “이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선 부모와 자녀 모두를 힘들게 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여정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사교육 시스템을 언급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사교육 카르텔 근절을 위한 대책과 수능 '킬러문항' 공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 시스템은 교육 불평등에서 젊은이들의 정신 질환, 심지어 국가의 급락하는 출산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에 대해 연구원, 정책 입안자, 교사 및 부모로부터 널리 비난받는다”고 짚었다.

CNN은 한국 정부의 ‘킬러문항’ 배제 정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킬러문항에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부당한 이점을 제공한다”는 지난달 26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소개했다.

이 장관이 “부모의 부담을 가중시켜 교육의 공정성을 잠식하는 사교육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한 내용도 기사에 담겼다.

CNN은 “(킬러문항은) 두통을 유발하는 고급 미적분부터 모호한 문학 발췌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며, 이를 위해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학원에서 추가 수업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CNN은 학원을 고유명사 ‘Hagwon’으로 그대로 표기했다.

CNN은 이런 세태를 ‘극한 생존 경쟁(rat race)’이라고 표현하며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도 언급했다. “한국은 교육비 때문에 자녀를 18세까지 키우는 데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나라로 정기적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서울시내 한 학원 복도에 대학입시주요일정이 붙여있다. 뉴스1


그러면서 지난해 한국은 사교육에 총 200억 달러(26조 원)를 지출했다며 이는 아이티(210억 달러)와 아이슬란드(250억 달러)와 같은 국가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초중고 전체 학생의 78.3%가 사교육을 받고 있을 정도로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많은 한국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자원을 쏟아붓는 이유는 “뒤처질 것이 두려워서”라고 CNN은 봤다.

하지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까지는 대체로 효과가 없었다는 게 CNN 분석이다. 최근 16년간 한국 정부가 2000억 달러(263조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출산을 장려했지만 성과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CNN은 사교육 열풍은 교육 불평등만 심화할 뿐이라며, 활동가들을 인용해 “한국이 뿌리 깊은 성 규범을 해체하고, 맞벌이 부모를 위한 더 많은 지원을 도입하는 등 더 깊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덧붙였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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