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처럼 잠깐 머무는 혼란… 그러나 치명적인 ‘이 병’

이지형 객원기자 2023. 7.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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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몇 초, 아니면 몇 분 동안의 일이다.

유령 같은 증상 그 자체가 위중한 질병이란 판단 때문이다.

뇌졸중이 발현하기 일주일 전, 절반 정도의 환자가 '유령'을 만난 것이다.

유령(미니 뇌졸중)은 뇌혈관에 혈액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기면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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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단 몇 초, 아니면 몇 분 동안의 일이다. 손발에 마비가 온다. 뭔가 말하려는데 발음이 새고, 눈앞의 대상이 흔들리거나 겹치고 어지럽고…. 그런데 그러다가 만다. 잠깐, 유령에 홀린 듯 몽롱하다가 정신을 차린다. 얼마간은 또 아무렇지 않다. 유령처럼 찾아오는 이 증상에 전문의들은 ‘미니 뇌졸중’이란 별명을 붙였다. 뇌졸중의 전조 증상이다.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라는 의학 용어가 원래 있는데도 또 다른 이름을 부여했다. 유령 같은 증상 그 자체가 위중한 질병이란 판단 때문이다.

◇ 미니 뇌졸중 방치하면 뇌경색·뇌졸중 위험
‘신경학(Neurology)’ 저널에 영국 연구진의 논문이 실린 적이 있다. 500명 남짓한 뇌졸중 환자를 분석한 결과가 이랬다. 17%는 뇌졸중 당일, 9%는 하루 전날, 43%는 한 주 전에 미니 뇌졸중을 경험했다. 뇌졸중이 발현하기 일주일 전, 절반 정도의 환자가 ‘유령’을 만난 것이다. 유령(미니 뇌졸중)은 뇌혈관에 혈액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기면서 찾아온다. 그러나 다시 회복된다. 불길한 잠깐의 조우를 소홀히 대하지 않으면 치명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미니 뇌졸중이 발생하고 3개월 안에 4명 중 1명은 사망하거나, 뇌졸중을 겪거나, 미니 뇌졸중을 다시 겪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스치고 지나간다고 해서 원인이 사라졌을 리 없다. 증상만 없어진 것이다. 여전히 뇌혈관이 좁아졌거나 혈전이 뇌혈관을 막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 미니 뇌졸중을 경험했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종합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증상을 설명하고 뇌혈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확인 결과 ‘일과성 뇌허혈 발작’의 진단이 나오면 뇌경색과 같은 치료가 시행된다. 항혈소판제가 처방되고, 심장 문제가 확인되면 와파린·항응고제를 투약한다. 경동맥 협착증 때문이라면 스텐트나 내막절제술이 시행된다.

뇌의 작용은 광범위하다. 단순한 생리작용으로부터, 감정과 언어 기능, 고도의 정신 작용까지 모두 관장한다. “뇌가 바로 인간”이라 말하지 않나. 그렇게 쉴 새 없이 일하는 신경세포에 혈액을 공급하려니 뇌 안에선 혈관이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혈관은 다양한 이유로 막히거나(뇌경색), 터진다(뇌출혈). 그럼 그 부위의 신경세포가 죽는다. 마비가 오고, 시야가 흐려지고, 말도 잘하지 못하게 된다. 이게 뇌졸중이다.

다시 중요한 건 예방이다. 질병관리청은 뇌졸중의 위험 요인을 몇 가지로 정리해놨다. 고혈압, 흡연, 당뇨병, 심방세동, 이상지질혈증, 비만, 음주…. 고혈압은 직접적인 위험이다. 생활 습관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체중을 줄이고, 저지방, 저염식을 실천해야 한다. 담배는 무조건 끊는다. 동맥 경화의 주요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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