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탓 그만… ‘요추관협착증’ 얕보다 대소변 장애"

전종보 기자 2023. 7. 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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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요추관협착증 명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김일섭 교수

 

어느 날부터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거니 생각하고 넘겼지만 통증도 저림도 점점 심해진다. 이제는 잠깐 걷기도 힘들어 수시로 앉거나 허리를 숙여야 한다. 뒤늦게 병원을 가보니 허리뼈 가운데 구멍이 꽉 막혀 신경을 짓누르고 있다고 한다. ‘요추관협착증’ 이야기다. 요추관협착증은 허리뼈를 지나는 길인 요추관이 좁아지면서 다리 감각 이상, 운동 장애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대표적 퇴행성 질환 중 하나로, 실제 고령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일까? 많은 환자들이 불편함을 참다가 한참 후에 병원을 찾는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요추관협착증도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 병이 진행되면 대소변 장애, 다리 근력 약화와 같은 예기치 못한 증상을 겪을 수 있고 치료 또한 어려워진다. 요추관협착증 명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김일섭 교수를 만나 요추관협착증 치료에 대해 들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김일섭 교수 / 사진=신지호 사진기자
-요추관협착증이란?
요추는 허리뼈를 뜻하며 허리뼈에서 신경이 지나가는 구멍을 요추관이라고 한다. 요추관협착증이란 요추관이 좁아지면서 다리로 가는 신경이 압박되는 질환이다. 요추관을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넛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구조라고 생각해보자. 가운데 구멍으로 중심 신경이 지나가고, 각 도넛과 도넛 사이로는 다리로 이어지는 말초 신경이 지나간다. 요추관협착증은 가운데 구멍이 좁아지거나, 도넛과 도넛 사이, 즉 말초 신경이 지나가는 추간공이 좁아져 감각 이상, 운동 이상, 심한 경우 대소변 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국내 유병률은 얼마나 되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요추관협착증으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2010년 83만명에서 2022년 177만명으로 12년 사이 약 2배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요추관협착증은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노인 환자가 많아지고 전체 환자 수도 늘었다.

-요추관이 좁아지는 이유는?
관절이 두툼하게 비후되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과도한 허리 관절 운동, 노화 등으로 인해 관절 비후가 발생하면 요추관이 좁아질 수 있다. 이외에도 척추전방전위증 등으로 인해 요추관협착증이 생기거나 선천적으로 요추관이 좁은 환자도 있다.

-요추관협착증 고위험군이 있을까?
요추관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이다. 고령자가 고위험군이라고 볼 수 있다. 성별 차이는 뚜렷하지 않다. 다만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 이상으로 인해 남성에 비해 척추전방전위증 발생 빈도가 높고, 요추관협착증 유병률 또한 조금 더 높다는 통계가 있다.

요추관이 좁아져 다리로 가는 신경을 압박히면 감각 이상, 운동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 사진= 신지호 사진기자
-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나?
초기에는 대부분 요통, 천추(엉치뼈) 통증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며, 휴식을 취하거나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이후 증상이 진행됨에 따라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려 앉았다 가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여야 하는 신경학적 파행이 발생한다. 이 상태에서 더 심해지면 다리 근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고, 대소변 장애를 겪기도 한다.

-대소변 장애가 발생하는 이유는?
중심 신경은 허리뼈 상부에서 천추, 꼬리뼈까지 연결돼 있다. 허리에서 신경이 압박을 받으면 요추 아래 천추 신경도 함께 압박된다. 천추 신경은 방광과 괄약근을 조절하기 때문에, 심한 요추관협착증으로 인해 천추 신경까지 압박을 받으면 대소변을 조절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리 감각이상은 요추관협착증만의 증상이 아닌데?
척추질환만 놓고 본다면 추간판탈출증, 흔히 말하는 허리 디스크가 있을 때 다리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 다만 추간판탈출증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한쪽 다리에 갑자기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요추관협착증은 고령 환자가 많고, 증상이 양쪽으로 서서히 악화된다. 이밖에 흉추에 협착증상이 있어 다리 감각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감별해야 하며, 목 디스크가 심한 환자도 중심 신경이 압박을 받으면서 하체 근력이 약해지고 운동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척추질환이 아닌 질환과 감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염, 다리 혈관 이상이 대표적이다. 당뇨병성 말초신경염은 발끝과 손끝부터 감각 이상 나타난다는 점에서 요추관협착증 증상과 차이가 있으며, 하지 동맥경화가 발생할 경우 다리 피부 색이 변하고 부종을 동반한다.

-어떤 검사가 시행되는지?
의심 증상이 있어 내원하면 우선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척추 불안정증, 척추 골절 또는 감염 등 다른 질환들과 감별해야 한다. 엑스레이 검사에서 뚜렷한 요추관협착증 소견을 보이면 MRI 검사를 진행해 중심 신경관이 좁아져 있는지, 말초 신경이 지나가는 추간공이 좁아져 있는지 확인한다.

-요추관협착증도 보존적 치료가 가능한가?
요추관협착증은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가 첫 번째 치료 방법이다. 약물치료는 진통소염제와 함께 항경련제, 혈관확장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다리에 신경학적 파행이 있으면 항경련제를, 하지 혈관 개선이 필요한 경우에는 혈관확장제를 쓸 수 있다. 물리치료는 근력을 강화하고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약물치료·물리치료 모두 효과가 없다면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꼬리뼈나 추간공 등 특정 경로를 통해 약물을 주사하는 것으로, 요추관협착증에 따른 신경 주변 부종, 염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보존적 치료를 통해 물리적으로 좁아져 있는 요추관을 넓힐 순 없지만, 요추관협착증에 따른 증상들을 개선하고 수술 시기를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보존적 치료를 3개월 정도 적극적으로 실시했음에도 효과가 없다면 여러 가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척추 불안정증이 없고 중심 신경이 좁아져 있는 경우 추간공확장술이 시행되며, 척추 불안정증, 척추 전방전위증과 같은 질환이 있거나 수술 후 척추 불안정증이 생길 위험이 있는 환자는 나사못고정술을 고려한다. 소염진통제, 항경련제와 같은 약물의 경우 장기간 복용하면 위장장애와 같은 부작용 우려가 있고 심장·간에도 부담이 될 위험이 있는데, 수술은 이 같은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좁아진 신경관을 넓혀줌으로써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도 수술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김일섭 교수 / 사진=신지호 사진기자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감압술의 경우 척추 뼈 일부와 후인대·관절 일부를 제거해 좁아진 신경관을 넓혀준다. 수술을 받으면 신경이 지나는 길이 넓어지기 때문에 다리 저림과 같은 증상이 치료된다. 나사못고정술은 나사못으로 척추를 고정하고 뼈를 유합하는 수술로, 척추 불안정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신경관을 넓혀 다리로 이어지는 방사통을 막을 수 있다.

-수술 후 재발할 위험은 없나?
드물게 수술 부위 주변에 연부조직과 신경이 붙으면 유착에 의한 재협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술 부위가 아닌 인접한 다른 부위에 협착증이 생기기도 한다. 나사못고정술을 시행한 경우 뼈가 완벽히 유합되지 않으면서 관절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고령 환자는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클 것 같은데?
내시경 수술법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요추관협착증도 단일공 내시경 수술, 양방향 내시경 수술 등 여러 내시경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내시경 수술은 전신 마취가 아닌 국소 마취 또는 척추 마취 후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령 환자나 전신 질환이 있는 환자도 마취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수술 전 주의사항은 없을까?
마취 과정에서 합병증 발생 위험을 최소화하려면 동반된 내과적 질환을 치료한 뒤 충분한 검사를 거쳐 수술을 받아야 한다. 골다공증이 있는 환자가 나사못고정술을 해야 할 경우, 수술 전 6~12주 간 골다공증 치료를 받은 뒤 수술 받는 것을 권한다.

-수술 후 회복기간은 얼마나 되나?
다리 방사통은 대부분 수술 직후 개선된다. 수술 당일이나 다음 날 걸어보면 증상이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수술 후 절개로 인한 통증이 3~4일 간 지속될 수 있으며, 뼈를 유합하는 수술을 받은 경우 2~3주 통증이 지속되기도 한다. 다리 근력 이상이나 대소변 장애가 없다면 별도로 물리치료나 재활치료를 실시하진 않는다.

-요추관협착증 수술과 관련해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요추관협착증 수술은 좁아진 신경관을 넓혀주고 불안정증이 있는 척추를 고정하는 게 기본적인 치료 방침이다. 과거에는 크게 절개해 감압술이나 유합술을 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절개를 최소화해 근육 손상을 줄이고 있다. 전신 마취가 어려운 환자의 경우 이전과 달리 다양한 내시경 치료가 가능해지기도 했다.

-요추관협착증을 방치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나?
요추관협착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방사통이 만성 통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만성 통증은 여러 보존적 치료가 대부분 효과가 없으며, 수술을 받아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요추관협착증이 장기간 진행될 경우 하지 근위축, 근력 감소는 물론, 심하면 대소변 장애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요추관협착증은 예방이 어려운데?
요추관협착증은 고령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인 만큼 예방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적극적인 운동을 통해 몸의 중심이 되는 코어 근육을 단련하면 발생 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다. 허리 관절에 전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체중 또한 조절해야 하며, 노화 속도를 늦추고 싶다면 금연·금주도 필수다.

-요추관협착증 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요추관협착증이 의심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 검사·치료를 받아야 한다. 나이가 많아서 당연히 아픈 거라고 생각하면 치료시기를 놓치고 만성 통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 만성 통증은 보존적 치료와 수술 치료를 모두 실시해도 쉽게 호전되지 않는다. 반면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이 완화될 수 있고, 보존적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비교적 간단한 수술을 통해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김일섭 교수 / 사진=신지호 사진기자
김일섭 교수는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가톨릭대에서 신경외과학 석·박사를 마쳤다. 현재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에서 신경외과 과장, 임상과장, 중환자치료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말초신경학회 상임이사, 대한척추기초연구회 총무이사,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이사, 인사혁신처·국민연금관리공단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진료 분야는 노인성 척추 질환과 경추·요추 디스크, 상·하지 방사통, 말초 신경 질환 등이다. 환자 치료와 함께 다양한 연구에도 매진해온 그는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임상학술대상, 대한말초신경학회 갈렌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많은 척추 질환자들이 통증·불편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치료·연구에 힘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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