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나라끼리 주고받은 문서·선물로 대한민국 외교활동 파악해볼까
지난 5월 29일 우리나라와 남태평양에 위치한 도서국인 니우에(Niue)가 ‘대한민국과 니우에 간의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면서 외교관계를 수립했어요. 이로써 우리나라는 전 세계 192개국(2023년 5월까지)과 수교했습니다. 수교 등 국가의 이익을 위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다른 나라와 관계를 유지·발전시키는 모든 활동을 '외교(外交·Diplomacy)'라고 해요. 외교 활동을 하면서 주고받는 문서·선물 등은 ‘외교사료’라고 합니다.
박리안·이연지 학생기자가 서울 서초구에 있는 외교부 외교사료관에서 김종해 외무사무관과 신선아 학예연구사를 만나 외교사료의 종류부터 관리 현황 등을 알아봤어요. 김 사무관은 “외교사료는 크게 외교문서와 행정박물로 나뉘어요. 외교부 및 중앙 행정기관이 국내 기관·외국 정부기관·유엔 등 국제기구 등을 대상으로 외교·대외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산·접수한 문서를 외교문서라고 해요. 이때 생산·활용하는 국새·훈장·외교선물 등의 형상기록물은 행정박물이라고 하죠. 보통 외교문서라고 통칭합니다”라고 설명했어요.
연지 학생기자가 “외교사료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라고 질문했죠. “외교사료관은 외교사료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해 2006년 만들어진 특수기록관이에요. 외교부 외교사료과(외교사료팀)에서 운영하며 외교사전시실·외교체험실 등을 통해 국민에게 우리나라의 외교활동을 알리고, 외교 기록물 관리 정책을 수립하며, 대한민국 외교부 본부와 전 세계에 있는 우리나라 재외공관에 대해 기록물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지도·감독도 하죠.” (김)
“외교사료는 어떻게 보관·관리되나요?” 리안 학생기자가 물었어요.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외교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생산된 외교기록물은 매년 외교사료관으로 이관됩니다. 이후 처리과별·보존기간별·기록물형태별·사안별로 구분·관리되며, 소독 처리 후 외교사료관 2~3층에 있는 보존서고로 옮겨지죠. 보존서고에는 항상 기온 20도·습도 50도를 유지하는 항온항습시설, 화재를 대비한 가스식 자동소화설비시설 등이 설치돼 훼손을 막아줍니다. 과거에는 종이로 된 외교문서가 많았는데요. 최근에는 많은 문서가 외교부 업무관리시스템을 통해 전자적으로 관리돼요.”(김)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생산·접수 후 30년이 경과한 경우 외교문서공개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이듬해에 일반에 공개되고, 원본문서는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됩니다. 다만 비공개로 규정된 정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등은 30년이 지나도 공개되지 않아요. 이런 문서들은 이후 5년마다 재심의를 받고 공개 여부가 결정되죠. 다만 공개 석상에서의 정상회담 발표문·공동선언 등은 바로 공개됩니다.
공개된 외교문서를 열람하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외교사료관 1층에 있는 외교문서열람실로 향했어요. 일반인은 외교사료관 홈페이지에서 공개 외교문서 목록을 검색하고 공개 외교문서 열람청구시스템을 통해 e메일·우편 등으로 복사본을 받아 보거나, 이곳에 방문해 마이크로필름(MF)·DVD 등으로 열람할 수 있어요. 문서 열람·출력·복제 시 일부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죠. 신 연구사가 2022년 공개된 『남북한 유엔 가입』(1991·전 41권) 중 ‘V.20 한국의 유엔가입 국내절차 진행 I, 1990.11월-91.6.15’ DVD를 꺼내 컴퓨터에 넣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1년 8월 5일 유엔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고, 유엔 총회의 승인을 받아 9월 17일 북한과 동시에 유엔 회원국이 됐어요. 『남북한 유엔 가입』 내 여러 문서 중 1991년 6월 13일자 외교문서를 보면 당시 외교부 장관이 주유엔 대한민국 대표부에게 보낸 것이라고 적혔죠. 이날 제29회 국무회의에서 ‘국제연합헌장 및 국제사법재판소규정’ 심의가 통과됐고 국회 동의(1991년 7월 13일)를 기다리고 있다며 유엔 회원국 및 주변국 지지 교섭 지시를 내린 내용이 담겼어요.” 신 연구사는 이어 작은 영화 필름처럼 생긴 마이크로필름을 보여줬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처음 보는 마이크로필름 리더 스캐너로 마이크로필름에 담긴 외교문서를 보며 신기해했어요.
외교문서열람실 옆 외교사전시실에서는 근대화 시기부터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외교사료를 전시합니다. "1948년 이전의 외교사료는 규장각·장서각 등 원본 소장처에서 복제했고, 외교사료관이 보존·관리하는 1948년 이후의 외교사료 중에도 훼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보존서고에 두고 복제품을 전시해요. 1948년 이후 외교사료는 외교문서열람실에서도 볼 수 있죠. 외부에서 전시 요청이 올 경우 내부 논의를 거쳐 소장한 원본을 대여·복제해 전달합니다." 신 연구사가 ‘조일수호조규’ 조인서(규장각 소장)를 가리켰어요.
“1875년 일본은 강화도 부근에 군함 운요호를 파견해 조선군의 포격을 유도한 ‘운요호 사건’을 일으켰어요. 일본은 조선군이 아무 이유 없이 운요호를 공격했다며 항구 개방·치외법권 인정·일본 화폐 통용·무관세 무역 등을 강요했죠. 결국 1876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불평등 조약인 ‘조일수호조규(강화도 조약)’가 체결됐어요. 이전까지 조선은 세력이 강한 큰 나라(중국)를 받들어 섬기고, 이웃나라(왜국·여진)와 대등한 입장에서 교류해 국가 안정을 도모하는 '사대교린(事大交隣·사대외교)' 정책을 펼쳤는데, 그걸 깬 근대적 외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죠.”(신)
조선은 미국과 1882년 서양 국가와 처음으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은 뒤 영국(1883년)·독일제국(1883년)·이탈리아 왕국(1884년) 등과 연이어 조약을 맺게 됩니다. 1902년 체결된 ‘대한제국대단국통상조약’을 보던 리안 학생기자가 대단국은 어디냐고 물었죠. “대단국(大丹國)은 ‘덴마크’예요. 당시에는 한자로 외국어 음을 표현한 음역어로 나라 이름을 말했죠. 프랑스는 ‘불란서(佛蘭西)’, 필리핀은 ‘비율빈(比律賓)’, 오스트리아는 ‘오지리(墺地利)’라고 했습니다.”(신)
1905년 일본은 ‘을사늑약(을사조약)’을 강제 체결해 대한제국(1897~1910)의 외교권을 박탈했어요. 이에 고종 황제는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이상설·이준·이휘종을 특사로 파견해 을사늑약의 부당함과 일본 침략을 폭로하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려 했죠. “하지만 일본이 미리 알고 헤이그 특사들을 회의장에 못 들어가게 했어요. 1907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의 특사 파견에 관한 일본 문건’을 보면 일본 정부가 헤이그 특사들의 활동을 조사해 온 내용이 담겼죠.”(신) 1910년 대한제국 내각총리대신 이완용과 일본 통감 데라우치 마시다케가 조인한 ‘한일병합조약(경술국치조약)’도 전시됐어요. 대한제국을 식민지 삼고자 일본이 강제로 체결한 조약을 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돼요” “나라를 팔아먹은 자들을 용서할 수 없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죠.
1945년 광복과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1950년 6·25전쟁이 터지고 남북은 둘로 나뉘게 됐어요.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휴전협정서’를 보면 유엔군 수석대표 윌리엄 K 해리슨 중장과 마크 W 클락 유엔군 사령관, 공산군 측 대표 남일, 북한군 총사령관 김일성, 중공군 총사령관 펑 더 화이 등이 서명했죠. 휴전협정 47년 뒤 남북 정상이 분단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갖고 발표한 ‘6·15 남북 공동선언문’도 볼 수 있어요. 2000년 6월 13~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평양에서 정상회담 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죠.”(신)
공공외교사료 코너에서 신 연구사가 도자기 사진이 담긴 책 하나를 소개했죠. “1956~1963년 외무부(현재 외교부)에서 총 3권 발간한 『Korean Art』는 우리 전통문화를 영문으로 소개한 책으로 수교 국가의 외교부에 배포됐습니다.”(신) 이처럼 외국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한국 역사·전통·문화·예술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국가 이미지를 높여 국제적 영향력을 높이는 외교활동을 공공외교라고 하죠. 수교 기념이나 ‘교류의 해’ 행사, 재외공관·문화원 내 문화 콘텐트 전시 등도 포함돼요. 현재 외교부의 공공외교 활동에는 2012년부터 매년 전 세계 대한민국 재외공관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한국 관련 퀴즈 경연대회 ‘퀴즈온코리아’, 전 세계 대중을 대상으로 외교부 활동·문화·예술 등 맞춤형 콘텐트를 제작하는 공공외교 통합 SNS 플랫폼 ‘KOREAZ’ 등이 있어요.
문서들 사이 외교부 장·차관이 받았던 외교선물이 시선을 끕니다. 1994년 핀란드를 방문한 한승주 당시 외무부 장관에게 헤이키 하비스토 핀란드 외교부 장관이 선물한 물고기 모양 유리 장식품, 2003년 압둘 가니 주한 인도네시아대사가 윤영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증정한 은제 마차, 2015년 경제협력협의를 위해 방한한 빅터 포 시에라리온 부통령이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에 증정한 목각 장식, 2017년 왕이 중국 외교부 부장 겸 국무위원이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에 증정한 자수 꽃무늬 부채 등이죠.
“외교선물은 국가 간 외교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주로 특산품이나 문화·역사적 요소가 담겼죠. 특정 국가의 외교 내빈 방문·전시 기획 등에 따라 수시로 추가·교체하며 시기별로 골고루 전시합니다. 7월 말~8월 초쯤 현재 외교부 박진 장관이 받은 외교선물을 추가할 계획이에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외교 및 국제 관례상 외국(외국인)으로부터 직무와 관련해 공무원이 선물을 받은 경우 신고해야 합니다. 이후 국가 또는 지자체에 귀속되거나 외교사료관과 같은 특수기록관에 이관돼 전시·연구 등으로 활용되죠.”(신)
외교 업무에 사용하는 ‘외교행낭(Diplomatic Pouch)’도 살펴봤어요. “외교행낭은 ‘외교 파우치’라고도 불리며, 본국 정부와 재외공관 간 외교서류·공용물품의 수송에 사용되는 국제 공인 외교통신의 한 방식이에요. 행낭에는 외교서류나 재외공관 운영·대외교섭 업무수행에 필요한 자료, 업무연락 서신 등의 공용물품만 넣을 수 있어요. 재외공관 주재국 정부나 행낭이 거쳐 가는 제3국은 국제법(빈 협약)상 행낭 안을 들여다볼 수 없죠.”(신)
연지 학생기자가 “외교사료 중에 더 중요한 게 따로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외교사료의 경중을 따질 순 없어요. 연구하는 학자에 따라, 사회적 이슈·대중 관심도·과거 외교활동 재조명 등에 따라 외교사료가 가진 의미는 그때그때 달라지거든요. 하지만 모든 외교사료가 중요하다는 것은 틀림없어요. 외교사료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외교 청사진을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신)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외교사료관을 취재하면서 외교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외교가 단순히 나라 간 친목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외교문서열람실에서 외교문서들을 컴퓨터와 마이크로필름 리더 스캐너로 봤는데 다양한 언어로 돼 있어 어렵게 느껴졌지만 신선아 학예연구사님이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이해할 수 있었죠. 외교전시실에서는 조일수호조규·한일병합조약 등을 보며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에 마음이 싱숭생숭했어요. 우리나라 외교 역사가 궁금하다면 가족·친구들과 함께 외교사료관에 오는 건 어떨까요. 저도 다음에는 가족과 함께 방문할 거예요.
박리안(서울 태랑초 5) 학생기자
저는 이번 취재를 계기로 외교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외교사료관은 근대화 시기부터 우리나라 외교에 대한 모든 것이 담긴 특별한 곳이었어요. 외교전시실에서는 다양한 외교문서와 행정박물을 볼 수 있었고, 외교체험실에서는 국제회의 연설자가 되어 보고 외교퀴즈도 풀 수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김종해 외무사무관님과 신선아 학예연구사님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셔서 우리나라 외교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답니다. 외교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외교사료관에 소중 친구들도 와 보길 바라요.
이연지(서울 언주초 5) 학생기자
」
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이대원(오픈스튜디오)·외교사료관, 동행취재=박리안(서울 태랑초 5)·이연지(서울 언주초 5) 학생기자, 자료=외교사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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