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인종 대입 우대 논란 美대선 변수되나…"과반은 지지한다"

조유진 2023. 7. 3.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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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절반 이상이 소수인종에 대한 대입 우대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위헌이라고 판결한 연방 대법원의 결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판결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때 임명한 대법관 9명 중 6명(대법원장 포함)이 보수 성향인 보수 절대 우위의 구도에서 나온 예상 밖 판결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하면서 내년 대선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미국 ABC 방송과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현지시간)까지 성인 937명을 대상으로 대법원의 위헌 결정에 대한 조사에서 전체의 52%가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2일 밝혔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2%, '모르겠다'는 답변은 16%였다.

대입시 인종별 영향과 관련, 백인 학생에 대해서는 전체의 9%가 인종 문제로 '불공정한 불이익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 답변은 흑인 학생의 경우 36%, 히스패닉의 경우 37%를 각각 기록했다.

아시아계 학생이 인종 문제로 불공정한 불이익을 받는다고 보는 응답자 비율은 22%였다. 아시아계 학생에 '공정한 기회가 있다'는 답변은 백인 학생(67%)과 비슷한 65%를 기록했다.

대법원의 최근 결정에 대해서는 이념 편향적이라는 답변이 더 많았다. 대법관이 '법에 따라 판결을 한다'는 응답은 33%에 그친 반면, '자신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판결을 하고 있다'고 보는 응답자는 53%에 달했다. 이 비율은 이 업체가 지난해 1월 실시한 조사(43%)보다 10%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이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제도로 백인과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했다며 노스캐롤라이나대와 하버드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을 각각 6대 3 및 6대2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서 소수인종 대입 우대 정책 폐기를 주장하는 시민과, 존치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한데 섞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입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소수인종 배려 입학 정책은 미국 내 흑인 인권 운동이 활발했던 1961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정부 기관들은 지원자의 인종, 신념, 피부색, 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고용되도록 적극적(affirmative)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권운동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히는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미 대입 시스템은 물론, 사회 전반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수십 년의 판례와 중요한 진보를 되돌리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판결이 대법관의 보수 절대 우위 구도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인종·이념 간 갈등을 자극하면서 내년 대선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선거 직전 나온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보수색이 짙은 대법관이 차례로 임명되면서 6대 3의 확연한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보장 판례를 폐기한 데 반발한 여성·진보층이 결집하면서 참패할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는 등 나름 선전한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 예상과 달리 크게 고전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 안팎에서 중간선거 부진 책임론에 시달리는 처지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 위헌 판결 역시 최대 피해집단이 될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미국 정치권에선 전통적으로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지지를 누려온 민주당과 백인 지지율이 높은 공화당이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판결을 내년 대선의 새 전선으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다만 사실상 미국 내 여성 유권자 전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낙태권 폐기 판결과 달리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과 관련해선 찬반이 엇갈려 왔던 까닭에 정치적 파장이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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