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트위터 문 걸어잠그는 머스크 “데이터 퍼가지 마”
트위터가 데이터 단속에 나섰다. 앞으로는 이용자들이 하루에 볼 수 있는 게시물 수가 300~6000개로 제한된다. 인공지능(AI) 개발사들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데이터를 수집해 거대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s)을 훈련 시키는 데 활용하는 걸 막으려는 조치다. ‘일론 머스크표’ 트위터 유료화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는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극단적인 수준의 데이터 수집과 시스템 조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시 제한을 적용했다”고 알렸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트위터에서 하루에 읽을 수 있는 게시물 수가 유·무료 계정별로 차등 제한되고 있다. 월 7.99달러를 내고 ‘트위터 블루’ 체크를 받은 유료 계정은 하루 6000개 게시물을, 인증이 없는 일반 계정은 600개까지 읽을 수 있다. 새로 가입한 미인증 계정은 300개로 제한된다. 등급별 한도는 추후 확대될 예정이다.
웹 검색도 “NO”
전날인 지난달 30일부터 트위터는 웹 검색을 통한 접근도 막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트위터 계정이 없거나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공개된 게시물을 웹 검색으로 열람할 수 있었다. 현재는 로그인을 해야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머스크 회장은 “데이터가 너무 많이 약탈돼 일반 이용자들의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고 있기에 임시 비상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게 왜 중요해
‘머스크의 트위터’에선 공짜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57조1870억원)에 인수한 그는 매출의 약 90%를 광고에 의존하는 트위터의 수익 구조를 뜯어 고치는 중이다. 전체 직원의 75%를 해고하고, 광고 외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유료화에 집중하고 있다.
◦ 공짜 SNS 옛말 될까: 이번 게시물 열람 제한 조치가 트위터 유료화 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트위터는 지난해 11월 기업·기관·유명인 등에 붙는 ‘블루체크’ 인증을 유료로 전환하고 유료 구독 모델(트위터 블루)을 출시했다. 돈을 낸 회원은 설문조사 등 각종 기능을 쓸 수 있고 장문의 트윗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은 호응이 적은 편. 이에 BBC는 “유료 구독제를 밀고 있는 머스크가 트위터 무제한 열람용 유료 모델을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위터는 다이렉트 메시지(DM)에도 요금별 기능을 적용할 예정이다.
트위터의 잇따른 유료화 시도가 다른 SNS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광고 의존도를 줄여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고 싶은 건 다른 SNS도 마찬가지이기 때문. 트위터 블루 출시 이후 메타도 지난 2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에 월 약 12달러 유료 인증제 ‘메타 베리파이드’를 일부 국가에 도입한 바 있다.
◦ AI 시대, SNS의 가치: 챗GPT(오픈AI)·바드(구글) 등 AI 챗봇 열풍으로 SNS 데이터의 가치도 재조명되고 있다. 머스크 회장은 다른 기업들이 트위터 게시물을 무단 수집해 AI 학습에 쓰고 있다며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왔다. 지난 2월에는 데이터베이스(DB)에 접근할 수 있는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유료화했고, 월 100달러(베이직)·5000달러(프로)·4만2000달러(기업용) 요금제도 내놨다. 앞서 AI 개발사들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언어를 학습 시키기 위해 트위터·레딧 등에 이용자들이 올린 방대한 데이터를 긁어다 썼는데, 여기에 제동을 건 것. 이후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도 API 요금제 도입에 나섰다.
앞으로는
머스크식 트위터 개편에 반감을 느끼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트위터가 이들의 이탈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가 관건. 경쟁 SNS들은 ‘트위터 대항마’를 내세우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메타는 텍스트 기반의 SNS ‘스레드(Threads)’ 출시를 준비 중이다. 잭 도시 전(前) 트위터 CEO가 만든 탈중앙화 SNS ‘블루스카이’도 초대장 기반으로 이용자를 확보하는 중이다. 블루스카이는 지난달 5일 기준 10만명을 돌파했다. 뉴욕타임스는 “트위터의 정신없는 변화는 일부 이용자들이 다른 SNS를 써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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