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똥 먹을지언정 못 먹는다"는데…전문가들 본 '오염수 팩트' [후쿠시마 기획]
더불어민주당이 1일 서울시청 앞에 총집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4일 일본 정부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전달하기에 앞서, 오염수 방류 규탄 대규모 집회를 연 것이다. 이날 집회에선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는 먹을 수 없다”(임종성 의원) 같은 거친 발언이 쏟아졌다.
거리로 나선 민주당이 믿는 건 압도적인 반대 여론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달 27~29일)에서 응답자의 78%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걱정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지지층도 28%가 ‘매우 걱정된다’, 25%가 ‘어느 정도 걱정된다’고 답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오염수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뒤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주입한 냉각수다. 방류 시점 용량은 137만t으로 추산된다.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방사성 물질을 대부분 걸러낸 뒤 IAEA의 검증을 거쳐 방류하겠다고 밝혀왔다. 중앙일보는 전문가와 함께 핵심 쟁점을 팩트체크 형식으로 짚어봤다.
①오염수, 우리나라에 7개월 뒤 도달?
반면,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4~5년 후 우리 해역에 도달한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도쿄전력 방출 계획을 토대로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근거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크루시오 해류를 통해 미국과 유럽을 돌아서 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도달하는 데 적어도 4~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아예 오염수 도달 시점이 의미 없다는 주장도 있다.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는 “사고 직후 일본에서 방출된 방사성물질의 농도를 1이라고 했을 때 한국에 도달하는 농도는 1조분의 1로, 측정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ALPS 처리를 거친 방류수 농도는 이보다 크게 낮아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②삼중수소 유해성
핵심 유해 물질로 지목되는 건 ‘삼중수소’다. ALPS 정화 과정에서 방사성물질 중 하나인 삼중수소는 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야권은 오염수 대신 “핵 폐수”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반면 도쿄전력에 따르면 ALPS 처리를 거친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일본 해양배출 기준치인 ‘1리터(ℓ)당 6만 베크렐(㏃)’보다 낮다. 여기에 바닷물을 섞어 삼중수소 농도를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1500㏃/ℓ)으로 낮춘 뒤 방류하겠다고 도쿄전력은 주장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음용수 기준(1만㏃/ℓ)의 7분의 1에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 정도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삼중수소는 자연상태인 강물이나 빗물에도 일부 섞여 있어, 기준치 이하면 유해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박일영 교수는 “ALPS 처리를 거친 오염수 1리터를 마시면 바나나를 1개 먹을 때 바나나에 포함된 칼륨-40 등에 의해 내가 받게 되는 실효선량(약 0.0001 mSv)의 약 4분의1 수준 영향을 받는다. 그 정도는 우리가 다 먹고 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적은 양의 삼중수소라도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는 반박도 있다. 하미나 단국대 의대 교수는 “삼중수소 일부가 우리 몸 조직에 배설이 안 되고 남아 있을 수 있다”며 “방사성 에너지가 약하다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③‘세슘 우럭’ 국내에서도 잡힌다?
도쿄전력은 앞서 5월 18일 후쿠시마 원전 제1발전소 1~4호기 취수구 앞에서 채집된 우럭에서 일본 식품위생법 기준치의 180배인 1만80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야권은 이를 토대로 “향후 국내 해산물에서도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세슘 우럭은 후쿠시마 원전 내항에서 포획된 것으로, 2011년 사고 당시 흘러나온 방사성물질의 영향을 받았다”며 “(ALPS 처리) 오염수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인근 8개 현(縣)에서 잡힌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④ALPS 못 믿는다?
이에 도쿄전력은 방류기준이 넘는 오염수는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반복 정화하는 ‘루프(Loop)’ 구조여서, 위험한 오염수가 중간에 방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한다. 정범진 교수는 “배출기준을 초과하면 재처리하고, 방류하기 전에 또다시 농도를 측정한다”며 “방류 후에도 샘플링 포인트를 10여 군데 두고 계속 농도측정을 한다. 전체 시스템에서 언제든지 방류기준을 초과하면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⑤IAEA 신뢰성
“IAEA의 검증을 맹신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이 IAEA에 낸 분담금 규모가 전체 3위라는 점이 근거다. 다만 전문가들은 “IAEA에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의 전문가들이 다 포함돼 있다”며 “오히려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중국이 더 많은 분담금을 내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올해 기준 IAEA에 낸 분담금 규모는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다. 일본이 낸 분담금 비중도 2012년 12.4%에서 올해 7.75%로 꾸준히 감소했다.
⑥정부의 대처
다만 전문가들도 “한국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한다. 오염수 방류 개시 이후에도 면밀한 감시를 하기 위해 국내 반대 여론을 지렛대로 활용하라는 조언이다.
앞서 태평양 섬 국가 18개국이 만든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독립적 자문단을 통해 1년간 검증한 끝에 오염수 ‘방류 연기’를 일본에 촉구했다.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원내대책단 부단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국제 협약에 따른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나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지원ㆍ김정재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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