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1명 바꾼 '무서운 개각'…고위직 인사태풍 눈앞 왔다 [VIEW]
“그립(장악력) 더 갖고 가라? 그 정도가 아니다. 아예 판을 바꾸라시더라.”
판을 바꾸라~. 3일부로 대통령실 비서관에서 정부 부처의 차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들이 공통으로 전한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이다. 한 마디로 각 부처가 그간 해오던 일에 주마가편(走馬加鞭ㆍ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다)식으로 힘을 붙이라는 뜻이 아니라, 아예 말(馬)을 바꾸라는 게 윤 대통령의 당부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일 “최근 인사에서 국무위원은 통일부 한 명만 바뀌었지만, 사실상 윤 정부 출범 후 첫 개각이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공직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윤석열 정부의 색채를 명확히 드러내겠다는 의미다.
이런 분위기는 유일한 국무위원 인사인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김은혜 홍보수석의 이날 서면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이제 달라질 때가 됐다”며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헌법정신은 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를 지칭한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 ‘통일을 지향한다’에만 몰두하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등한시했다는 게 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이란 설명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일만 지향할 게 아니라, 탈북민들을 잘 챙기는 등 주민 간 이질감을 줄이고 북한의 비민주적 행태를 지적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남북 대화 국면이 아니면 관료들이 자발적으로 역할을 모색하지 않았던 통일부에 ‘말을 바꿔 타라’고 주문한 셈이다.
통일부는 지난달 말 인사에서 당으로의 복귀를 스스로 원했던 권영세 장관뿐 아니라 차관과 대통령실 통일비서관까지 지휘 라인이 몽땅 바뀌었다. 차관에는 원칙론자라는 평가를 받는 문승현 태국대사가 임명됐고, 통일비서관에는 김수경 한신대 교수를 내정하는 등 모두 외부에서 수혈됐다.
이번 인사에서 윤 대통령이 각별히 역할을 당부한 이들은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차관인 김오진(국토1)ㆍ백원국(국토2)ㆍ임상준(환경)ㆍ조성경(과기)ㆍ박성훈(해수) 차관이다. 그간 차관 임명장은 총리가 수여해왔지만, 윤 대통령은 3일 이들을 용산으로 불러 임명장을 친수하고 오찬도 함께 한다.
윤 대통령은 임명 발표 전날인 지난달 28일에 이들과 따로 만찬 하며 “대통령이 아닌 헌법에 충성하라”고 당부했다. 임명 당일인 그 이튿날에도 오찬을 함께하며 “약탈적인 이권 카르텔을 발견하면 과감하게 맞서 싸워 달라”는 메시지를 냈고, 오후에도 따로 불러 재차 “국가와 국민이 유일한 정책 판단 기준이다. 판을 바꾸시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한다.
이틀 새 ‘만찬→오찬→간담회’를 하고, 임명장 친수 및 오찬까지 하면서 명실상부한 ‘윤 대통령의 차관’임을 직간접적으로 천명한 모양새다. 이들 중 다수는 취임식도 건너뛰고 각자의 현장으로 직행해 현안을 챙길 예정이다.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변신'을 주문하며 외부인사를 장·차관으로 발탁한 통일부, 또 비서관들이 차관으로 가는 부처를 중심으로 관가엔 인사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차관은 “기존 인사 관행을 싹 뜯어고치고, 복지부동 인사는 과감하게 내치라는 게 윤 대통령의 주문인 만큼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사는 필수”라며 “실ㆍ국장 전면 리뷰는 당연하고, 적극적인 직원들을 과감하게 발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상 1급 실장 중에서 차관 승진자가 나오게 마련이지만, 이번엔 관례를 벗어난 만큼 다수 부처의 고위직이 자의든 타의든 물러나는 게 불가피하다. 실제로 대통령실 주변에선 "윤 대통령이 '공무원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했다"는 이야기들이 나온지 오래다. 이미 교육부의 경우 킬러 문항 이슈로 대입국장이 경질됐고, 국립대 사무국장 13개 자리를 교육부와 중앙부처 2·3급 간부들이 돌려막기 식으로 맡다 중앙일보의 특종 보도(중앙일보 6월 28일자 1면)로 문제가 불거지자 원복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연루된 교육부는 물론 ‘인사 교류’ 명목으로 국장급을 파견한 10여 개 부처 역시 고위직 인사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외에 일부 부처는 1급 실장급 대다수가 감사원 감사 등을 받고 있어 대규모 물갈이가 이미 예고된 상태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업무 평가 하위 등급을 받은 부처들도 고위직 인사 폭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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